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구 50만의 소국(小國) 나트라 왕국, 자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북방의 조그마한 나라에 왕이 병으로 드러눕자 왕자가 섭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다. 요즘 시대라면 모로코처럼 군사만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자치국가로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대 사회 이전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힘없는 나라는 짓밟히는 게 일이다 보니 괜히 다른 나라에 개기는 것보다 잽싸게 흡수 당해서 백성들의 안위를 돌보는 게 위정자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하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왕자) '웨인'이 가진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왕이면 나라 넘기는 대가로 돈을 받아서 노후 생활 보장받으면 금상첨화다. 반발하는 보좌관에게 국력의 차이로 거역해봐야 쓸데없는 피를 흘릴 뿐이고, 우릴 흡수하려는 나라가 얼마나 강한지 설명 잘하면 국민들도 알아줄 거라고 하신다.

 

이렇듯 주인공은 자나 깨나 나라 팔아먹을 생각으로 가득하고 딱 매국노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주인공은 단순히 다른 나라에 꾐에 넘어가서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게 아닌, 현실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자금, 인재, 자원 골고루 너무나 부족하기에 결국은 현대 사회에서의 자치국가와 같은 플랜을 짜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말투에서 매국노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어서 나쁜 놈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행동으로도 적당히 양념해서 이 정도면 옆 나라가 비싸게 사주겠지 하며 행동하는 터라 대충 읽다 보면 이놈 매국노 맞네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사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매국노 소리 듣더라도 총대를 맬려는 성군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라와 긍지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 그 이상이 된다. 결국 이걸 조화롭게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가 된다.

 

 나라 어스월드 제국은 대륙 통일을 위해 이곳저곳에 싸움을 걸고 있다. 근데 대륙 중간에 커다란 산맥이 있고, 이걸 넘기 위한 지름길이 주인공의 나라에 있다. 여느 이세계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무능력이면서 먼치킨이라는 요소를 감춰 두듯이, 이 작품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해놓고 이렇게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요소를 집어넣어 놓는다. 당연히 제국은 주인공의 나라를 눈독 들이게 되고, 주인공은 제국에게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넘길까 고민하게 된다. 나, 알고 보면 비싼 몸이야라며 양념을 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기면 무력 침공 당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면 국내 반발로 쿠데타 일어나 쫓겨날 테고 그러면 편한 노후생활을 물 건너가게 되니 주인공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이 작품의, 주인공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나라를 팔아서 편한 노후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국의 침략을 받지 않고 스무스하게 흡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제국의 문물을 받아들여서 동화하면 된다. 제국의 자금과 군사 운용의 노하우를 받아 병사들을 제국식으로 키우면 현재 상황(제국 뜻을 따른다)에서나 흡수되었을 때 병사들이 요긴하게 쓰일 테니 제국에게 밉보이지는 않을 터. 자금이 생기고 훈련의 질이 높아지니 국내 여론도 무마할 수 있는 일석 2조나 다름없다. 주인공은 이렇게 매국을 위해 잔머리를 엄청 굴려댄다. 다만 현실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제국의 황제가 죽어버린다. 결과적으로 흡수는 중지되고, 제국의 자금과 훈련을 받았으니 주인공의 나라는 질적으로 힘이 향상되어 버린다. 

 

이렇듯 주인공이 매국을 하면 할수록 나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고, 주인공은 성군이 되어 간다. 주인공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 제국과의 일이 흐지부지되니까 마덴이라는 나라가 침공해온다. 주인공은 제국에 잘 보이기 위해 마덴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한다. 여기서도 주인공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주인공은 절규하게 된다. 적당히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째 자꾸 나라가 강해지고, 군사들의 사기는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빈국에 바람 훅 불면 날아갈 거 같았던 나라가 이제는 부국까지는 아니지만 강병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면 제국이 안 좋아할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자신감이 붙어버리면 국민들은 제국에 흡수되기 보다 싸우길 원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다. 군사들은 마덴을 쳐들어 가야 된다고 진언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요점을 정리하자면, 일종의 착각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는데 주변이 그의 의도와 다르게 힘을 내는 바람에 주인공이 원하는 결과에서 몇 배는 더 좋게 일이 잘 풀려 버린다고 보면 된다. 그럴수록 명성은 더 올라가고, 외교에서도 상대가 알아서 착각해주니 주인공으로서는 편할 뿐이다. 다만 주인공으로서는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이보다 짜증 나는 상황은 없다. 얼핏 행운만 높고 무능한가 싶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천재라는 수식어를 보듯이 주인공의 능력 또한 출중하긴 하다. 전쟁에서 전술을 짜고, 적을 분석해서 허를 찌른다던지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을 무찌르는 등 매국할 생각만 아니면 제국이고 뭐고 대륙까지 통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맺으며: 리뷰가 아니라 뭔가 설명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리뷰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애니메이션화도 된다고 하니 내용적으로는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보좌관 '니님'과의 러브 코미디 찍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2권에서 '니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언급되지 싶은데, 그녀에 관해서는 2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주인공의 고삐를 쥐고 진짜로 나라 팔아먹고 도망 가려는 주인공을 제어해주는 히로인이다. 주인공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심상찮은 게 과거가 밝혀지면 좀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주인공이 뭔가 하려면 몇 배는 잘 풀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름대로 개그도 들어있고, 상황을 어렵지 않게 풀고 있어서 진입 장벽은 낮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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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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