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주인공을 소시오패스라 정의했는데 이번 2권에서는 많이 엷어진다. 아마도 작가가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짠 듯 한데 이번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한번 노선을 정했으면 그대로 밀고 갈 것이지 왜 성격을 바꿔서 불쾌하게 만드는 것인가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용하려 했던 주인공이 이번 2권에서는 타인을 구하기 위해 근본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된다. 이것은 효율과 합리성을 따지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물질이나 다름없다. 물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인 건 맞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고, 구해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아 불필요한 요소들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미궁에서 구해준 인물들이 차후 주인공과 인연을 맺을 거라는 복선을 투하한다는 것이고, 이런 흐름은 사실 주인공의 성격은 매우 이타적입니다. 하는 기믹과도 같아서 도서를 읽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이물질이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느낌이 장난 아니게 된다.

 

어쨌거나 주인공의 성격보다도 이 작품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맹목적이 되어가는 히로인들을 들 수가 있다. 1권 히로인이었던 '디아'는 어릴 적 신체적 결함 때문에 집에서 버림받고, 교회에서 이용당하다 도망친 끝에 주인공을 만난다.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는 상황에서 밥을 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주인공이 매우 고마웠을 수는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과 목숨을 거는 것은 별개다. 미궁에서 몸을 던져가며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몬스터와 싸워 가는 모습은 광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이 미궁 클리어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도 그녀는 분명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어릴 적 교회에서 그토록 이용당했으면서, 주인공에게 또다시 이용당하는 모순을 작가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주인공이 '디아'의 헌신을 고마워하고 평등한 동료로서 대해준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런데 20층 보스 몬스터와 전투에서 '디아'는 한쪽 팔을 잃고 만다. 이세계는 마법이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 없어진 팔이 뚝딱 생겨나진 않는다. '디아'는 당분간 리타이어 된다. 주인공은 '디아'의 헌신을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고 있다.

 

그다음 히로인은 '아르티'다. 10층 보스 몬스터로서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외견과 감정과 언어를 가지고 있다. 간간이 여타 작품에서도 몬스터가 히로인이 되는 일은 많았으니 크게 놀라운 점은 아니다. 주인공이 20층 보스 몬스터와 일전을 벌일 때같이 등장해 방관자 모드였다가 이후 느닷없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몬스터 주제에 '사랑'을 알고 싶다며 협조 해달라고 조르게 된다. 주인공으로서는 보스라는 강력한 몬스터의 폭주를 우려해 협조는 하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 점에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아르티'조차 왜 주인공 앞에 서서 미궁 몬스터를 쓰려 트려 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낳게 한다. 주인공이 그녀의 허점을 노려 일부러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아르티'는 몸을 날려 주인공을 구해준다. 이쯤 오면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생에 여자를 후리고 다녔던 기둥서방이었거나, 세계를 구한 영웅이었거나, 아주 잘 생긴 미남이었거나, 1천 년이나 살아온 '아르티'는 주인공과 면식이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다. 이후 아르티는 '사랑'에 집착해 주인공의 주변을 어지럽히면서 골칫덩어리로 다가온다.

 

'아르티'와 미궁 모험 중에 위기에 빠진 '프랑류르'라는 히로인을 구해주게 된다. 그녀는 4차원적으로 정신 나간 포지션인데 한번 도움받았다고 주인공을 아주 남편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작가는 여자에 대해 뭔가 환상을 품고 있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프랑류르' 포함 그녀의 파티 중 3명이 여성이다. 아주 그냥 주인공 주변에 여자들이 우굴우굴 거린다. 좀 알아보니 1회성 만남도 아닌 듯하다. 그녀의 파티원 여성하고도 미래에 어떤 만남이 있는 듯하고. 예사롭지 않은 등장인물 하며 건성으로 읽으면 자그마한 복선을 놓치기 십상이라서 어떤 면으로 독자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다음 히로인으로 이세계물에서 빠질 수 없는 노예 소녀다. 이름은 '마리아'인데 주인공이 미궁 협력자를 구하기 위해 노예 경매장에서 구입하게 된다. 이 쉐키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것에 거부감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여난(女亂)이 시작된다. 고분고분할 줄 알았던 '마리아'의 거침없는 언변은 주인공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려 버린다. 약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는 변태 취급을 당하니 이보다 고소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제 문제의 히로인 '라스티아라'다. 1권에서 죽을뻔한 주인공을 구해주게 되면서 안면을 트게 되는데, 그녀는 주인공처럼 타인의 능력(스테이터스)을 알아볼 수가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이세계 전생자라는걸 간파하게 되고 이후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을 불어 넣어줄 사람으로 주인공을 택한다. 여기엔 배려와 허락은 필요치 않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주인공을 꽁꽁 묶어 차가운 바닥에 방치해서 만 하루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한 일도 있다. 그러니 거절하는 주인공을 언변으로 찍어 눌러서 찍소리 못하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기 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함으로써 타인이 겪는 불합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해야 할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녀의 모습에서 만약 수명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그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모험가를 동경하여 주인공과 함께 미궁에 들어가 모험을 하고 싶어 한다. 현재 주인공과 접점에 매우 큰 히로인이라 할 수 있으며, 미래 진히로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매우 많이 뿌리고 다니는 중이다. 

 

이렇게 여러 개성이 매우 강한 여러 히로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주인공의 소시오패스적인 성격은 많이 희석되고 약자(여성)는 도와줘야 된다는 이타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가게 된다. 물론 약점을 잡혀서 히로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점도 있긴 한데, 라스티아라의 말처럼 이런 건 말주변으로 얼마든지 타파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이타적인 성격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점들이 상당히 불쾌하다는 것이다. 요약해서 표현하자면, 주인공은 못된 놈이지만 사실은 매우 착한 놈이에요랑 같은 거니까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주인공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캐릭터가 '마리아'다. 주인공의 행동은 약자를 도와주고 안심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내면을 정확히 보고 있다. 아무튼 주인공의 주변의 히로인들은 정상인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주인공을 위해 뭔가를 하려 하고 몸을 던져서 주인공을 지키려 하는 맹목적인 광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본질을 보고 있는 '마리아'는 한층 더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보여주게 되는데, 등장하는 히로인들마다 왜 이러는지 작가는 시원하게 밝히지를 않아 더욱 불쾌하게 한다.

 

맺으며: '라스티아라'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분위기가 어째 파국으로 치닫는 느낌을 준다. 이전부터 주인공은 이세계에 여러 번 온 게 아닐까 하는 복선이 투하되고 있고, 일부 히로인에게서 주인공을 이전부터 알고 있는 듯한 복선 또한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설정에서 매우 치밀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을 철저히 이용하든지, 용사처럼 약자를 구하고 보호하던지,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감정 기복이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도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고, 타인의 감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나대는 몇몇 히로인들도 상당히 불편하다. 뭐 사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다. 조신하고 헌신적인 히로인 보다 자기 할 말 다하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뭔가를 찾기 위해 주인공을 이용하고 그런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돼서 얀데레가 되어가는 히로인들은 여느 작품에서는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아 히로인들이 다 모였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에겐 여난이 따로 없고. 아무튼 필자와 맞지 않아 하차하려 했는데 어느새 3권을 구입해둬서 3권을 마저 읽고 하차하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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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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