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8.5권 리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중급 스포일러, "악평",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리뷰하기 싫었어요. 초반엔 그래도 여신에게 버림받고, 인간언어도 불가능한데다 무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된다는 설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이건 블러프에 지나지 않았죠. 여신이 마법은 안 줬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을 가지게 되었고, 스킬을 못 받았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상을 구멍 숭숭 내버리는 흉악함 그 자체로서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게 되었죠. 그래놓고 주인공의 레벨은 1에서 오르지 않는다는 눈속임을 하고요. 물론 노력을 통해서 마력을 키운다면 이런 글 쓰지 않습니다. "궁도로 화살 한발 쏘니까 마력이 뻥튀기" 된다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주인공은 별다른 노력이나 좌절을 겪지 않죠. 사실 이게 이런 작품의 특징이고, 일본식 표현일 수 있으니 필자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닙니다. 왜냐면, 문화는 존중해줘야 하니까요.
이번 이야기는 외전으로 본편 몇 권인지는 까먹었습니다만,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와의 전투를 앞두고 학원 여름방학을 이용해 주인공은 한 번에 쓸 수 있는 마력을 중폭 시키기 위한 수련을 하는 것과, 학원에서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어요. 변태 용가리 '루토'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고, 그러다 자기만의 수련 방법을 찾아서 마력을 뻥튀기하며 능력을 강화해갑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도 상대할 자가 없는데도 강력한 방어력을 손에 넣으려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이 먼치킨인 걸 모르는 모습을 보이죠. 이런 장면들은 노력하는 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요. 평범함으로 꾸며놓고 별다른 노력도 없이 생각에 좀 몰두하다 보니까 강해졌다, 이러니까요.
그리고 이제 좀 강해졌다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날벌레로 취급하는 건 좀 아니지 싶어요. 아공(주인공이 만든 이공간)에서 여러 아인족들과 무술 대회 같은 걸 치르는데 이제 막 받아들인 익인(날개 달린 종족)들의 실력을 보고 [날벌레]라고 칭하는 건 주인공이 가정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러는 걸까 싶어요. 사람마다 장단점은 있고,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다는 걸 작가는 배우지 못하며 자란 것일까요. 주인공 쉑기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유연함 보다 사무라이 정신식으로 몸에 직접 새기듯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죠. 박해받는 너희들을 구해줬으니까 내 말에 따라라. 뭐 이런? 자신은 왕이나 신(神)이 아니라면서도 떠받들어 주는 것은 또 싫어하지 않아요. 심복인 토모에나 미오는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그림자 드리우는 것조차 용납 안 하려 들죠.
후반부 학원에서 주인공 제자들도 그래요. 멋도 모르고 아룡(드래곤 나부랭이)에 도전했다 한번 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은 좋아요. 그런데 재도전 과정이 문제라는 것인데요. 왜 졌는지에 대한 반성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드래곤 나부랭이가 어디에 가면 있는지 조사할 생각은 안 한다는 거죠. 데이트하듯 화려하게 차려입고 술집에 가서 비싼 술이나 쳐 빨아대고 취해선 우리 이기자 이러니까 대체 이 작품의 정체와 정의는 무얼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자꾸 노력 운운할 생각은 없지만, 정신론으로 이길 거면 이 세상에 못 이길 자가 있을까요. 그리고 젊음을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요. 드래곤 나부랭이 처치하기도 전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누구누구와 놀았느니 같은 성적인 농담은 왜 튀어나오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리고 드래곤 나부랭이 토벌하면서 겨우 한번 이겨놓고 우리 성장했어요, 이래요. 집 몇 채는 구입할 수 있는 템빨에 주인공과 부하들이 멍석을 다 깔아줬는데도 못 이기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맺으며: 리뷰를 웬만하면 좋게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 안 되네요. 단칸방 침략자처럼 8.5권은 좀 특별할까 싶어 구매했는데, 실망만 안겨줘서 이 작품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끊게 해주었습니다. 일본 작가들은 노력하지 않는 무능력을 먼치킨으로 승화 시키는 것에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걸까요. 거기에 그놈의 신격화에 왜 그리들 목매는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8.5권은 이후 '소피아'와 전투를 할 때 개연성을 부과하기 위한 이야기인 듯한데 그렇다면 주인공이 진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치 겁쟁이처럼 바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방어력만 주물럭 거리는 걸 노력이라고 봐야 할까요? 위에서 사람마다 장단점은 있다고 언급은 했지만, 이건 장단점이라기 보다 소심하고 겁쟁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게 주인공의 아이덴티티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주인공 부하들이나 아인들이 광적으로 주인공을 숭배하는 것도 좀 자중해줬으면 좋겠고요. 작가는 현실에서 라이트 노벨이 왜 욕먹는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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