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무엇 때문에 방구석 폐인이 되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많은 시간을 컴퓨터에만 의존하여 방에 처박혀 살아가다 모든 기회를 잃은 채 화장터에서 잿가루가 되어가는 부모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하고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생하죠. 이 작품은 얼핏 [무직 전생]이라는 작품과 유사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제대로 된 삶을 등한시하고,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변화의 기회마저 놓친 채 인생의 나락을 달리다 겨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죠. 그래서 이세계로 전생하면서 새로운 삶을 부여받고, 새로운 부모 밑에서 살아가며 이번엔 제대로 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최악의 적을 만나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으며 이번에야말로 가족을 지키고 싶다고 주인공은 신(神)에게 간청합니다. 이 작품이 [무직 전생]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여기에 있군요. "가족애(愛)". 전생에서 못다 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생하면서 만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신(神)에게 간청하는 부분은 정말로 눈물 없인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작가의 필력이 좋다고 해서 언젠가 봐야지 했던 것이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요. 이 작품의 특징은 흔한 이세계 전생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지만 여느 이세계 전생물처럼 스탯치나 능력치 등 틀에 박힌 단어의 나열이 아닌(전혀 없음)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주인공도 먼치킨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요. 전생이라는 요소를 빼고 분위기만 놓고 보면 '로도스도 전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기에 아직 신(神)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은 부모와 할아버지에게서 살아가는 법, 싸우는 법 등을 배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여기서 특이한 점은 부모라고 해서 꼭 인간이라는 법은 없다는 듯이 형태의 틀을 깬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부모는 '언데드' 즉 흔히 판타지에서 몬스터로 나오는 그런 부류인데, 주인공의 부모와 할아버지는 인간일 적에 불사를 관장하는 신과 계약을 맺어 수백 년을 언데드로 살아오고 있었죠.

주인공은 처음부터 훈련과 공부를 체계적으로 받습니다. 상냥한 엄마에게서는 교양을, 약간 까불거리지만 근엄한 아빠에게서는 검술을, 록(rock)한 할아버지에게서는 마법을, 이들은 그 옛날 데몬이 온 세상을 집어삼키려 할 때 분연히 일어나 맞서 싸운 역전의 용사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언데드가 되어 버렸지만요. 이야기는 흘러가면서 주인공의 부모와 할아버지가 왜 언데드가 되면서까지 수백 년 동안 살아 있어야 했는가, 그리고 주인공은 어떻게 이들에게 오게 되었는가를 주인공의 성장에 맞춰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눈여겨볼 것은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모든 정성을 들여 친부모 보다 더한 애정으로 주인공을 키워가는 대목이군요. 특히 엄마가 주인공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타락한 자로서 이젠 기도드리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 선한 신에게 몸을 불살라 가면서까지 기도를 드리는 장면에서 자식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은 위대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이별. 어느덧 주인공의 나이 15세 되던 날. 동시에 주인공의 부모를 언데드로 만들었던 불사를 관장하는 신(神)이 찾아옵니다. 이 신(神)은 악(惡) 신으로 지금도 앞으로도 주인공과는 적대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생일날에 모든 걸 알려주겠다 했던 부모로부터 그들이 왜 언데드가 되면서까지 지상에 남아 있어야 했는가의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은 이번 1권의 최대 하이라이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겐 이별의 순간이기도 하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이 작품을 본 독자들이 작가의 필력이 좋다고 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조금 언급해 보자면 1권의 테마이기도 한 가족애(愛)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부모는 아들(주인공)을 진심으로 보살폈고, 아들은 진심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찾아오는 이별을 슬퍼하며, 비온 뒤 땅을 더욱 단단해진다는 진리에 따라 부모는 이제 세상에 발을 내디디려는 주인공에게 악신과 맞서며 마음의 성장이라는 교육을 마지막으로 주인공에게 알려줍니다.

맺으며: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있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럴수록 부모의 마음은 자식 그 이상으로 먼 곳을 보며 가족을 지키려 모든 걸 받친다는. 그리고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나는 것.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졌는데요. 특히 다가올 이별을 예감하면서도 주인공 양육하는데 온 힘을 다한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은 정말, 그리고 자신들을 언데드로 만들었던 악신을 만나 이제 이 세상에 미련을 벗어던지는 부모의 결말.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이별, 부모는 이별할 때도 언제나 그랬듯 밝은 모습으로, 마치 천 원 돌파 그렌라간의 '니아'의 마지막 모습과 흡사해서 정말 가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군요. 또한 주인공이 악신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등불을 관장하는 신(神)에게 힘을 원하며 간청하고 가호를 받는 장면들은 이번 1권의 최대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무튼 전생물이면서 먼치킨은 아닌, 체계적으로 훈련과 교육을 받고, 실전을 겪으며 한 명의 전사로서 성장해가는 주인공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거기에 신화시대의 설명은 알아듣기 쉽게 풀어내놓은 작가의 실력이 좋은데요. 일부 전생물 작품들처럼 난해하고 어렵게 풀어내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착각을 하는 일부 작가들과는 다르다고 할까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큰 스포일러 안 하고 리뷰 쓸려다 보니 두루뭉술해졌군요. 양해 바랍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89)
라노벨 리뷰 (931)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