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새비지팽 레이디 1권 리뷰 -일러스트는 정말 잘 나왔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 소개할 작품은 노블엔진에서 신작으로 발매한 '새비지팽 레이디'입니다. 정보가 적어 구입을 망설였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읽기에 무난한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 작품은 환생물로서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 "티어문 제국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전생 왕녀'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군요. 내용적으로는 '왕녀 전하'와 좀 비슷하고요. 작중 주인공이 파탄뿐인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돼지 공작'과 '티어문 제국'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접하신 분이라면 본 작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물론 그 반대(흥미 없다)도 있겠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짬뽕 같은 작품인가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만의 분위기와 이야기도 있으니 편견은 가지지 말아 주세요.
간단하게 시놉시스 형식으로 언급해 보자면, 우수한 용병으로 내전에 참여했던 '엔빌'이라는 남자가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죽은 뒤 환생해 보니 사상 최악의 귀족 영애 '밀레느'의 몸이더라라는 게 일단 기본 플롯입니다. 일단 뭔가 좀 획기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환생이라 하면 남자=남자, 여자=여자인 게 보통이잖아요. 근데 이 작품의 주인공(남자)은 여자로 환생하죠. 여기까지 보면 뭔가 좀 남녀 신체 차이에서 오는 좌충우돌을 보여줄까도 싶었는데 작가가 뒷심이 부족했군요. 획기적인 건 남자가 여자로 환생했다까지 만입니다. 그보다 미래에서 국가 멸망 원인이었던 '밀레느'의 몸에 깃들었다는 게 주인공에게 있어서 더 큰 문제라는 것인데요. 미래에서 밀레느는 독재자도 울고 갈 정도로 악정을 펼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폭발한 민중은 밀레느를 단두대에 세웠더랬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밀레느는 고향을 짓밟고, 그가 자랐던 고아원을 불살라버린 인물이었죠.
주인공은 눈 떠보니 아직 악정을 펼치기 전의 13세 밀레느의 몸이었지만 성격은 이미 미래의 밀레느 못지않게 주변의 두려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 그럼 자신이 깃든 밀레느의 평판을 올바르게 하고 미래에 악정을 펼치지 않게 지금부터 성격과 행동을 바꿔 가는 내용일까?라고 하시겠지만 주인공은 그런 거엔 관심이 없어요. 그저 힘을 길러 집을 나와 길을 떠나는 걸 목표로 하게 되죠.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인생은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고 하잖아요. 주인공에겐 약혼자가 있었고, 약혼자는 이 나라의 왕자라는 것, 쓰레기 아빠의 등쌀에 약혼자 만났는데 괜히 힘을 과시하는 바람에 미저리같이 들러붙기 시작하고(이게 압권), 그게 또 소문이 나서 이웃 나라 황녀 '콜레트'의 눈에 찍혀버리죠. 그리고 그녀(콜레트)를 만나 투닥 거리고, 이후 학원에 같이 다니자는 제안에 집을 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학원에 입학했지만 차라리 쓰레기라도 집에 있을 걸 같은 일들을 겪는 이야기를 1권에서 풀어내고 있는데요. 뭔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진짭니다.
일단 1권이고 하니 등장인물 소개와 약간의 흥미로웠던 점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우선 주인공의 약혼자인 왕자는 내청코의 '토츠카' 같은 포지션으로 '여장'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심약하지만 강단이 있어서 무서워하면서도 주인공 말은 드럽게 안 들어서 발암으로 다가올 때가 있죠(토츠카는 반대지만). 그러나 그게 정답일 때도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웃 나라 황녀 '콜레트'는 미래 내전에서 주인공을 죽인(어쩌면 안식) 당사자로서 주인공에게는 원수와 같은 존재인데요. 그러나 지금은 미래도 아니고 일어나지 않을 일로 척을 저 봐야 좋을 것도 없고 해서 사이좋게 지내기로 합니다. 까지는 좋은데 주인공은 그런 그녀에게 휘말려 학원에 가게 되고, 콜레트는 역시나 미래에서 나라를 이끄는 황녀답게 나대다 흑막에게 납치되고 주인공에게 구해진 이후로 뿅 가서 백합을 찍을 기세가 되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겉모습은 여자라지만 내면은 남자인 주인공이 약혼자인 왕자와 나중에 결혼하면 잠자리를 해야 하나? 하며 질색하는 것과 호감도가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는 콜레트와는 같은 여자인데 그렇고 그런 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죠. 그러니까 내면이 남자인 주인공과 왕자는 BL이 될까, 주인공의 내면은 남자이지만 겉모습은 여자이므로 백합이 될까 이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신(神)의 총애를 받는다는 증표인 [스루베리아 머리칼(색)]을 가진 밀레느, 용병으로서 우수한 자질을 보여주며 [새비지팽(야만적인)]의 이명을 가진 주인공, 마력을 갖지 못했던 주인공이 신의 총애를 받아 마력이 충만한 밀레느로 환생하면서 괴물이 완성되었다.라는 게 1권 평이 되겠습니다. 여기에 집을 나가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주인공은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주변과 엮이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나가게 되죠. 이것은 미래에 내란이 일어날까 말까는 오롯이 주인공에게 달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란의 중심이었던 '밀레느'의 몸에 깃들은 내가(주인공) 올바른 행동을 해서 내란을 비켜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도 싶지만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흑막은 존재하고, 미래에 내란이 일어난 원인이 혹시 흑막 때문은 아닐까 하는 조금은 클리셰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왜 밀레느로 환생하게 되었을까 [스루베리아 머리칼]의 의미는 무엇일까 같은 고찰도 해나가는데 이건 2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보면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밀레느로 환생하면서 여자 몸에 대한 것과 생태를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게 일절 없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까요. 그리고 환생할 때부터 밀레느의 주변 평가는 최악인데도 이걸 개선하는 장면이 미비하다는 것(요컨대 개연성 부족), 판타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학원 라이프, 그 과정에서 틀에 박힌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며 시비를 거는 양아치들, 그걸 뭉개는 주인공,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려는 흑막들, 거기에 엮이는 주인공. 물론 일본 작가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대한 것도 나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만 있는 건 아니고, 좋았던 점은 일러스트가 상당히 고차원 예술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구입 가치는 있어 보였군요. 그리고 주인공은 간간이 용병 때의 버릇으로 아앙?! 하며 양아치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특히 왕자가 말 안 들을 때) 귀족 영애와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어서 이게 또 귀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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