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神)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과 게임을 하고, 인간은 삶의 터전을 위해 신과 게임을 한다. 여기엔 목숨을 거는 사생결단 같은 치열함은 없으며 어디까지나 서로가 즐기기 위한 여흥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인간은 신으로부터 어드밴티지로서 어라이즈라는 힘을 받는데, 판타지로 치면 마법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어라이즈를 받아 미개척지를 개발하거나 마물의 위협에 대항을 하죠. 요컨대 신은 인간에게 힘을 내리는 대가로 여흥을 즐기고, 인간은 신이 펼치는 게임에 참여하는 대신 힘을 얻어 삶을 개척해 나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와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던만추가 있겠군요. 그래서 던만추를 즐겨봤던 필자로서는 진입 장벽에 매우 낮았습니다. 다만 사람 목숨 달린 일 같은 시리어스함은 던만추가 더 높았지만요.

본 작품은 게임에서 졌다고 죽는 일은 없으며, 나아가 10승을 하면 무엇이 되었든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려 있습니다(단 3패시 응시자격 박탈).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도전 중이며 주인공 '페이' 또한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 게임에 도전 중에 있습니다. 신예 루키라 불리며 발군의 실력으로 5승을 거머쥔 주인공은, 이 부분도 어떻게 보면 던만추의 '벨'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작품의 주인공은 '패배에 따른 성장'이 없어서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치만 던만추가 육체파라면 본 작품은 두뇌파라 할 수 있는데요. 매번 아슬아슬한 게임을 치르며 궁지에 몰린 끝에 승리한다는 두뇌 싸움이라는 것에서 조금은 던만추와 차별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본 작품이 던만추를 따라 했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이번 2권은 게임에 환장한 레셰(히로인)의 등쌀에 떠밀려 이웃 도시로 친선 경기를 하러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 도시의 루키 '다크스'와 그가 속한 팀과 게임을 하죠. 치열한 두뇌 전이 펼쳐지며 다소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긴 합니다만, 어차피 이런 작품의 흐름이야 뻔하죠. 처음엔 주인공(일행)이 궁지에 몰리게 되고 후반에서 역전의 패를 꺼내 승리한다는 흐름. 그럼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 신과 게임과 여흥이라는 큰 그림 이면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야 비로소 본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필자는 주인공 일행이 펼치는 게임보다도 등장인물이 나아가는 방향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1권에서 주인공에게 스카우트된 '펄(히로인)' 성장과 2권 히로인인 '넬'을 위한 주인공의 헌신이 되겠습니다.

'펄'은 자신 때문에 이전 팀이 패배하여 탈락한(3패로 몰아넣어 응시자격 박탈) 죄책감에 도망치던 성격을 고쳐 이번 친선경기와 이후 신과의 대결에서 승리의 키포인트 역할을 하며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죠. 반면에 넬은 타의에 의해 패배하여 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거둬지기를 바라는 과정들을 개그스럽게 표현은 하였습니다만, 거부하는 주인공에게서 등을 돌리며 떠나려는 장면은 꽤나 비참하게 다가옵니다. 꿈을 펼치고 싶은데 3패에 의한 자격 박탈로 꿈을 접어야만 했고 마지막 희망으로 주인공에게 거둬지기를 바라지만, 넬은 펄과는 상반된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적을 바라기만 하는 자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신의 말에 따라 기적을 행하려는 자에게는 신은 미소를 보여준다 하였습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게임을 즐기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넬의 진심은 게임을 즐기는 자신(주인공)과 유사하기에 내칠 이유도 명분도 없었던 주인공이 손을 내미는 장면은 마치 던만추의 벨과 릴리의 관계를 보는 듯했습니다. 사실 넬은 접근 방법이 서툴렀던 것이죠. 초면에 대뜸 사무라이식으로 나의 주군이 되어 달라거나 식모살이 하겠다고 하면 누구라도 기겁을 할 테니까요. 근데 이미 3패를 한 넬은 게임에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하는데도 주인공에게 거둬질려는 이유가 좀 거시기한데, 분위기 깨질 테니까 이유는 적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절실히 바라는 자에게는 소원이 이뤄지는 세계관이다 보니 넬에게 한줄기 구원이 비칩니다. 그것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크나큰 댓가가 따르는 것, 주인공은 팀과 그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인가.

맺으며: 딱 청소년용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 말은 다소 나이가 있는 독자라면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렘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신체적 특징이라던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도 제법 있기도 하죠. 게임이라는 두뇌 싸움을 하는 장면들은 사춘기를 구가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관점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개그도 적당히 있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내용적으로는 던만추에 가깝고, 게임적으로는 노 게임 노라이프 순한 맛쯤 되겠습니다. 이 두 작품을 무리 없이 접한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질질 끄는 것도 없고 복잡한 복선도 없어서 더욱 좋습니다. 어째 비아냥 같은데, 칭찬하는 것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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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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