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신동 세필리아의 하극상 프로그램 1권 리뷰 -어느 소녀 가장의 본격 가족 부양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블엔진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입니다. 주 내용은 넓은 틀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블랙 기업에서 혹사당하다 객사한 후 이세계로 전생해서 마도사로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흔해빠진 이세계 전생물의 틀을 잡고 있지만 여신으로부터 치트를 받는다는 설정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냥 죽어서 환생해 보니 지지리도 못 사는 이세계 농촌이었고, 아버지는 군에 징집되어 전장에 나가 있고 가사는 엄마가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었죠. 위로는 오빠가 있습니다. 매사 긍정적이고 활기찬 엄마의 노력 덕분인지 굶는 날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여주는 아빠가 남겨놓은 마도서를 접하게 되는데, 전생 때 프로그래머였던 그녀는 그 실력을 살려 마도서 기반으로 마법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만의 마법을 창조해갑니다.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차츰 변해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문제는 여기까지가 그녀의 나이 0세 11개월 때의 이야기라는 것이고요.
본 작품에서 키포인트가 몇 개 있는데 첫 번째로는 인간은 마족과의 전쟁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대부분 징집되어 전장으로 나갔고, 여주의 아빠도 전장에 나가면서 1권 내내 여주는 아빠의 얼굴을 모른 채 성장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가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지만 마을에 남자라곤 씨가 말라버린 시점에서 가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상황은 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그래서 두 번째 포인트, 여주가 마도서를 해석해 내고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올 때면 결국 군에 징집되어 여주도 전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암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쯤 집에 도적이 들어 엄마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여주는 엄마의 치료를 댓가로 군에 징집되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가족의 소중함이 완성되며 여주에게 있어서 가족은 최대의 역린이 됩니다. 여기까지가 여주 나이 0세 11개월 때의 이야기.
결국 여주는 태어나고 1세가 되기도 전에 몸이 불편해진 엄마를 대신해 가사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죠. 마술사(마도사 아래 직급)가 되면 귀족이 될 수 있고 그럼 월급과 집이 주어지기에 여주로서는 선택의 기로 따윈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마술사는 되고 싶지만 군에 징집되어 혹사당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처음부터 여주는 가족을 책임지는 등 책임감 높은 사람으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전생에서 과로로 객사할 만큼 고생한 이력 때문에 환생하고 나서는 어떻게든 편하게 놀고먹으려 들죠. 그 일환으로 마법을 배워 저(低) 노동, 고(高) 임금을 바라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0세의 나이로 마법을 배우려 안간힘을 쓰는 게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이세계는 마법을 제일로 처서 마술사(마도사)는 출세의 지름길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마술사 = 군 징집이라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이세계에서 여주가 편히 놀기 바란다고 될까? 결국 위에서 말한 일들이 벌어지죠.
기본적으로 마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세계물 여느 주인공과 궤를 같이 하지만, 치트를 받지 않고 노력해서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세계 먼치킨 같은 편의주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그러나 결국 여주의 마법이 완성된 시점에서는 이세계 먼치킨과 뭐가 다를까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가는 가족애를 무척이나 많이 신경 씁니다. 거기에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 하고 타인에 비해 더 많이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이죠. 이건 훈훈하기 그지없긴 하나, 반대로 가족이 아닌 사람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이야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돼지 귀족과 제도에서 만난 기고만장한 마술사는 여주에게 호된 꼴을 당하게 되죠. 근데 문제는 이런 장면들이 카타르시스를 위한 여흥이 지나지 않는, 라노벨 특유의 클리셰적인 설정이라는 점에서 본 작품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작이냐 아니냐 하는...
전생 때처럼 개고생은 이제 싫다며 전생의 기억(지식)을 이용해 7살까지 어떻게든 출세해서 편하게 놀고 싶은 여주가 일은 최소한으로, 보수는 최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잔꾀를 부리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꼴이 상당히 유쾌합니다. 근데 왜 7살까지냐면 신동이라 불리는 나이가 7살까지라나요. 그 이상이 되면 여주가 가진 지식과 능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즉 어린애치곤 잘 하네? 할 때 한몫 잡아두려 하죠. 그 의도대로 제도(왕도)에 불려가 왕을 알현하고 꿈에도 그리던 마술사 반열에 오르긴 했습니다만, 군에 징집되기 싫은 여주가 잔꾀를 부려가고 그걸 훤히 꿰고 있는 왕에게 오히려 휘둘리기만 하죠. 그래서 만났다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는 왕과 여주의 장면들이 꽤나 흐뭇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여주가 1세라는 점에서 어른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장면 장면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귀여우니까 용서가 되기도 합니다.
근데 여주는 줄곧 아빠를 찾을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중상을 입어도 아빠를 단 한 번도 찾지를 않았고, 군의 요직에 앉게 되었고 비록 남작이지만 귀족의 반열까지 올랐는데 이쯤 되면 아버지의 군역 면제까지는 힘들어도 한 번쯤 휴가를 요청할 법도 한데 작가가 무슨 생각인지 단 한 번도 언급을 안 합니다(회상 신에선 조금 나오긴 함).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가족애를 그저 훈훈하게만 봐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내 눈에 안 보이면 가족이 아닌? 여주가 살던 마을에 파견되어 자신은 무쓸모라며 줄곧 비굴한 모습을 보였던 어느 여기사조차 여주의 가족이 되었는데...
맺으며: 역시나 라노벨 답게 중2병이 빠지면 섭하지라는 듯, 읽는 사람이 얼굴 벌게지는 중2병식 네임의 마도사들은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군요. 또한 판타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근육질 여장 남자 오카마라든지, 대놓고 광고하는 고스로리는 청소년을 불러 모으기 위한 장치라지만 좀 노골적이라서 작중 이야기와는 매치가 되지 않아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여주의 엄마는 우리 나이로 13세에 첫째(여주 오빠)를 가진 것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 좀 있습니다.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요. 그리고 7세까지의 신동 프로젝트라지만 이제 1세 밖에 되지 않은 여주에게 군복을 입히는 등 무슨 일을 시키는가 싶을 정도로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가 제법 있습니다. 픽션이니까로 이해하면 되겠지만... 뭐 읽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겠죠. 그 외에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받는 피폐함과 가족이라는 구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 등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는 제법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여담으로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 책벌레의 하극상이라는 작품과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아류작이라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라며, 여주의 마력이 굉장히 많다는 점(여느 라노벨 주인공도 그렇긴 하지만), 그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고 출세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는 점, 가족은 곧 주인공의 역린이라는 것, 여주와 왕의 관계는 마인과 페르디난드를 보는 거 같았고, 본 작품의 여주가 놀고먹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마인이 책을 위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는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물론 본 작품에서는 현대 신문물을 퍼트리는 짓은 하지 않지만요(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함). 아무튼 종합적으로 보면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지만 머리 아픈 복선도 없고(다만 여주가 용사 환생이 아닐까 하는 건 있음), 하렘이라든지 복잡한 인간관계도 없어서 읽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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