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현실에서 인생 다운 인생을 즐기기도 전에 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이세계로 전이했습니다. 전이하고 보니 병석에서 즐겨 하던 게임의 세계관이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이세계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심시티 같은 일을 하려 했죠. 게임 세계관에서 심복이자 영웅 유닛 오니 '아투'를 메인 히로인으로 삼고 2인으로 출발한 심시티 프로젝트는 박해를 피해 유랑하던 다크 엘프들을 국민으로 맞아들여 여차저차 국가다운 면모를 이뤄가고 있었습니다만, 현실에서 즐기지 못했던 인생을 이세계에서 즐기라는 신(神)의 배려인지 '너만 이세계에 간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를 직격으로 얻어맞게 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의 세계관에 존재했던 마족의 침입으로 만물의 어머니이자 벌레의 여왕이었던 영웅 유닛 '이슬라'가 산화하는 등 주인공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어야만 했죠.

이번 4권에서는 본격적인 플레이어의 등장, 주인공과 반대의 속성을 가진 성녀와의 접촉으로 서로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세계엔 주인공만이 아닌 다른 유저들도 와 있으며 아직까진 우호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 예로 플레이어이자 마녀 '에라키노'는 성녀와 손잡고 주인공과 주인공이 세운 나라를 말살하려 들죠. 주인공은 이들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아채고 방비를 해나가나 부족한 건 언제나 시간과 인력이었고, 끝끝내 돌파하지 못한 이 과제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갑니다. 영웅 유닛 '이슬라'를 잃은 시점에서 주인공에겐 승산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그러고 보면 본 작품은 치트물이면서 그 치트를 메인으로 두지 않는다는 이색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치트를 난발해도 모자라는 건 시간이고, 인력 부족은 치트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걸 역설하죠. 그래서 마족으로부터 보호해 준 옆 도시를 할양 받아 세력을 키우기로 하는데, 역시나 부족한 건 시간이었고,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틈을 이용한 마녀 에라키노와 성녀의 습격은 주인공에게 큰 타격을 안겨줍니다. 성녀가 어째서 마녀와 손잡았을까, 이것이 본 작품의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성녀는 그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성녀 다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수하기에 마녀의 속삭임은 달콤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던지죠. 주인공의 속성은 사악과 파멸, 필연적으로 성녀가 하려는 일과는 상충되는 것, 그러니까 말살, 그러나 그 이면엔 마녀의 꾐에 빠져 자신이 단죄했던 부패한 성직자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릅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최악이자 최흉의 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인 마녀가 가진 게임 시스템은 절대적, 이세계는 각 게임 고유 시스템이 적용되는 세계관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자신이 하던 심시티 같은 나라 만들기가 가능했고, 마족도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이용해 여왕 이슬라를 격퇴하였죠. 이번 마녀 에라키노가 가진 게임 시스템은... 이건 결정적인 스포일러니까 패스. 치트를 가진 주인공이기에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이자 그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는 세계라는 다소 이색적인 소재로서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트로 모든 걸 해결하지만 해결 못하는 것도 있고, 지키지 못하는 것도 있고, 대적 불가능이라는 시스템을 눈앞에 두고 절망에 빠져가면서도 기사회생을 노리는, 그리고 그러한 절망을 보여주면서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테다 같은 희망편을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 좋습니다.

맺으며: 한편으로는 마족과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간신히 격퇴를 이뤄낸 주인공이 자신의 속성인 '사악과 파멸'을 적극 적용해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선언을 하는데, 곧장 중2병 같은 자신의 발언에 이불 킥을 해대는 게 개그 포인트라면 포인트입니다. 아무튼 이번 4권에서 주인공에게 큰 변화를 강요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사악과 파멸이라는 속성 때문에 신(神)에 의해 말살 대상이라는 신탁이 성녀에게로 내려지고, 어릴 적 불우했던 자신의 과거와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보기 힘들어했던 성녀가 마녀와 손잡고 참극을 펼쳐가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주인공과의 대립은 피해 갈 수가 없었죠. 이 둘의 관계가 처음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였던 것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4권까지)이 최대 흥미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역린(이것도 스포일러라서)을 건드린 성녀와의 일전을 그릴 5권 상당히 기대된다고 할까요. 문제는 발매 출판사가 S 노벨이라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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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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