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2권 리뷰 -만남과 이별 그리고 모험-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프란과 주인공에게 모험가 장비를 만들어 주며 인연을 맺었던 대장장이 '가르스'의 행방을 쫓아왔더니 주인공과 비슷한 신검 '파나틱스'가 날뛰고 있었습니다. 그 옛날 신(神)들에 의해 위험시 되어 폐기되었던 신검은 검 앞에 신(神)이라는 이명이 괜히 붙어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자아와 의지와 지능을 가졌습니다. 파나틱스는 부서진 자신의 도신을 수복하기 위해 수십 년이나 인간들 사이에 잠복해 있다 마침 왕도(수도)를 방문한 주인공에 반응해(아마도?) 날뛰기 시작하였더랬죠.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아직 불명(신급 대장장이라는 말도 있지만)인 신검은 여러 개체가 존재하며 하나하나가 국가를 멸망 시킬만한 힘을 가졌습니다. 그중에는 인간들 편인 것도 있고, 악에 물든 개체도 있습니다. 파나틱스는 후자였죠. 부서진 자신의 도신을 수복하기 위해 인간들을 조종해 세계대전 발발을 꿈꾸고 있었으나 마침 도시를 방문한 주인공과 프란에 의해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세계 먼치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그걸 정면으로 배척하고 있기도 하죠. 이세계 치트물이라고 하면 힘을 받은 주인공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위험에 빠지지 않은 채 무쌍을 찍어 간다면 본 작품은 힘은 받았으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힘이 있다 한들, 그 힘을 프란과 공유하며 성장한들 끊임없이 강적이 출몰하고 때론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론 적으로 만나 싸우며 생사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쌓고, 8~90년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방랑 검사처럼 한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나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가슴 시린 작별을 하는 등 이세계 치트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궤를 달리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프란과 주인공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해도 이기지 못할 거 같은 적에게 도전하고 끝끝내 이겨가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세계대전을 발발시켜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 했던 파나틱스를 물리쳤나 싶었던 이전 이야기를 이어받아 그건 블러프였다는 듯이 파나틱스는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신(쉽게 설명하자면)을 기생 시켜 왕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고, 아무리 주인공과 프란이라지만 한계를 맞아가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싸우는 데 있어서 주인공과 프란에게만 맡겨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드래곤 볼처럼 자칫 파워 인플레를 불러올만함에도 주변인들에게도 파워를 적절히 배분하면서 주인공과 프란에게만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인연을 맺었던 강자들도 주인공과 프란에 가세해 싸우며 그럼으로써 피로와 부담을 지우지 않는 등 작가의 등장인물 관리가 상당히 우수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은 매우 강해서 언제나 큰 위기를 맞아가죠. 이에 주인공은 지처 쓰러진 프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는 리스크를 짊어지려 하는 등 눈물겨운 장면이 제법 있습니다.
외에도 슬슬 주인공이 어째서 검으로 전생하게 되었는지,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초반엔 이제 하다 하다 검으로 환생하나 같은 비아냥을 많이 듣기도 했는데, 작가가 꽤나 분했던지 제법 준비를 많이 하는 듯하더군요. 다만 진행이 조금 느려서 탈이긴 한데 여타 이세계물처럼 여신에게 치트를 받는다 같은 양판소 같은 것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려나 봅니다. 요컨대 이유가 있어 검으로 환생했다 같은, 거기에 보통 7~8권만 되어도 지리멸렬해지기 십상인데 본 작품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심도가 깊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필자는 하차하지 않고 보는 것이겠고요. 거기에 점수를 조금 더 주는 장면을 꼽으라면 프란의 카레 사랑이 되겠군요. 빈사 상태에서도 카레를 들이밀면 벌떡 일어난다든지, 카레만큼은 남에게 나눠주기 싫어한다든지 이번에도 격렬한 전투 후 자빠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카레를 퍼먹는 모습은 어딘가 초현실적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또다시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의 프란은 이제 소녀티를 벗어던지고 어엿한 모험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때는 작별이 아쉬워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뜻하면 다시 만날 수 있기에 불안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성장한다는 것, 모험을 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 이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본 작품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필자가 약간 오버하는 점도 있고, 약간은 라노벨 특유의 습성을 본 작품에서도 보여주긴 하는데 근본적으로 모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12권은 여러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신검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고, 주인공 정체 또한 무엇인지 그 진실에 다가가려 하죠. 그 길은 험난하다는 걸 예고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음 권이 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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