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세계 최고의 암살자, 이세계 귀족으로 전생하다 3권 리뷰 -전형적-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남들과 다른 이세계 전생물 찾기가 참 힘듭니다. 찾아도 초반엔 다른 작품들과 다른 길을 가는가 싶어도 결국 주인공 출신만 다를 뿐 비슷한 흐름을 보이게 되더군요. 다른 이세계물들 포함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현실 지구에서 어떤 사고로든 죽어서 이세계로 전생한다 - 여신으로부터 치트를 받는다 - 전생의 기억을 가진다 - 그 기억을 이용해 신문물을 만들고 퍼트린다 - 여신으로 받은 치트를 이용해 무쌍을 찍는다 - 혹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법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 - 하렘이 생긴다 - 하렘은 주인공을 향한 마음이 맹목적이 된다. 부록으로 이세계 주민은 바보 천치고 주인공이 구제한다. 본 작품도 결국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야 맙니다. 전생에서 방구석 폐인이 아닌 암살자라는 인물을 투입해 이세계에서 용사 처단이라는 꽤나 신선하게 출발을 하였습니다만.
본 작품의 1권이 현지에서 발매될 때에는 한창 이세계물이 흥행하고 유행했던 시기였을 테니 그때 당시라면 어느 정도 먹히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지금과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사실 1~2권에서 보여줬던 암살자가 이세계로 전생해서 다름 아닌 용사를 죽이는 임무를 받는 소재는 신선했었습니다. 용사라고 하면 일단은 인류의 대변인으로서 악에 대항하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본 작품에서 등장하는 용사는 떼뭍지 않은 순수함과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는 연약한 소녀에 지나지 않죠. 그런 용사를 여신은 왜 죽이라고 하는 걸까 하는 추리를 하게 함으로서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폭주하여 지켜야 될 인간들을 멸망에 이끌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용사가 왜 그런 길에 들어서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메인은 되지 않고 3권이나 되었음에도 출연조차 거의 없다시피하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인가. 물론 작가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하며 이후에 차차 등장시키겠죠. 그러나 라이트 노벨 특성상 판매와 인기에 대한 승부를 보려면 초반을 공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주 독자층은 저연령층의 청소년들이고 이 청소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길게 끌어선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방구석 폐인들이나 생각할 법한 클리셰들을 대거 투입합니다. 바로 나는 못하는 주인공의 활약과 주인공만을 바라보는 히로인들이죠. 좋은 말로 하면 환상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나쁜 말도 언급하고 싶지만 굳이 필자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트 노벨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뭐...
아무튼 이번 3권은 2권에서 쳐들어온 마족을 물리친 주인공의 활약을 기린다면서 귀족들은 주인공에게 용사 대신 니가 총알받이가 되어라라고 합니다. 마족은 용사만이 죽일 수 있고, 왕도 근처까지 습격한 마족에게 위협을 느낀 왕족과 귀족은 용사를 자기들 근처에만 두고 지방에 출현하는 마족은 주인공 보고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족은 용사만이 죽일 수 있는데도 결국은 지방 민심을 달래려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어 총알받이로 내모는 형국이 되었죠. 언뜻 불쌍한 캐릭터로 비칠 수 있으나 뭐 자업자득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풀이에 따라 수작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야 마족은 용사만이 죽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주인공 보고 싸우라니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하기엔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이세계 전생물의 전매특허인 주인공 무쌍화와 우매한 이세계 주민들을 구제한다는 선민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세계 주민들은 자신들 스스로 지킬 힘이 없고(주인공 보고 싸우라는 시점에서), 주인공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응책을 만들어 가죠. 그런데 주인공은 비록 여신에게서 치트를 받았다지만 이세계 주민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주인공을 따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머리는 몸을 구성하는 파트로서 장식으로 달려있지 않음에도, 후반부 어떤 마족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대처하는 방법은 이세계 주민들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 한데도 왜 몰살로 귀결하는가 하는 부분은 좀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우매한 이세계 주민).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할 경우 주인공이라는 캐릭터성이 희석되고 주인공을 우러러보게 만들어야 상품성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맺으며: 어이없는 부분은 히로인 한 명에게 절대 충성이라는 세뇌를 걸어 주인공만을 바라보게 만들어 놓고 유대 운운하는 부분은 읍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두 명의 히로인들이 보여주는 맹목적인 애정은 호러를 보는 듯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마음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가 대등하게 마주 보는 것입니다. 물론 주인공도 어느 정도 히로인들에게 마음을 뿌리며, 히로인들이 보내오는 마음에 응답은 해줍니다. 여기서 문제는 개연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해주었길래, 무슨 말을 해주었길래 단숨에 호감도 맥스가 되는가 하는 것이죠. 흔히 어른들이 라노벨이나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일그러진 연애관은 인생에 있어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사실 본 작품의 내용은 여느 이세계물과 같은 길을 걷지만 결정적으로 선한 용사 처단이라는 악의 길을 가는 주인공이라는 다소 신선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치트 무쌍 신문물 전파까지는 이해 하겠습니다만. 작가는 왜 "스스로 만든 길을 가기 보다" 개연성 없는 연애질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용사가 이세계를 멸망 시킬지도 모르는데, 그 멸망의 이유가 인간들에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걸 메인으로 하기 보다 히로인들과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귀여워 죽겠다 등등 급기야 이젠 씨도 먹히지 않을 히로인 벗기기까지, 버려진 자신을 주워주고 세뇌까지 당한 끝에 거의 얀데레급으로 마음이 일그러져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이 된 히로인을 보며 귀엽다고 지껄이는 주인공을 보고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총기류는 금속 열처리하지 않으면 내구성이 똥이 된다는 걸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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