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평범남이 평범하게 친구들을 사귀고 일생에 한 번 밖에 없을 학교생활이라는 청춘을 구가하고 싶다는데 이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이 작품은 묻습니다. 하지만 강호동은 1박 2일에서 이렇게 말했죠.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요. 사회생활 축소판이라는 학교 카스트 제도에서 평범하게 못생긴 주인공이 친구를 그것도 이성을 사귄다는 건 언감생심. 낯짝 두껍게도 청춘을 구가하겠답시고 이성에게 찝쩍거리다 성희롱 현행범으로 체포당해도 모자를 상황이건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건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 더더욱 왕따 당한다는 걸 모르고 있죠. 입만 열었다 하면 비호감 말만 내뱉는다는 걸 자각도 못 한 채, 평범하게 말 걸고 평범하게 이성과 교류한다는 꽃밭을 머리에 장착하고 있으니 상대에 대한 믿음은 철갑을 두른 남산 같고, 그렇다 보니 떡줄 상대는 생각도 안 하는데(주인공을 벌레 이하 취급) 김칫 국물을 사발로 들이키며 반 친구들을 지키겠다고 설레발을 치니까 한밤중에 모래사장에 파묻혀 죽을뻔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4권은 학교에서 인싸중에 인싸인 타케우치가 히로인 로즈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졸업여행이라는 명분으로 해외여행에 끌고 갔다가 개고생을 경험하는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타케우치가 계획했던 여행지에 임무가 있었던 주인공은 반 친구들과 조우하게 되고, 주인공이라고 하면 너무 좋아서 자다가도 지리는 로즈는 이성에게 눈이 돌아가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하는 "광기"를 그야말로 여과 없이 그대로 풀 HD로 방영하기 시작합니다(후반부는 그 정점). 작가의 전작인 다나카보다 성적 표현이 더욱 강력해져서 합법적인 야설을 보는 듯했군요. 아무튼 위기는 사람을 강하게 하고 유대는 더욱 끈끈하게 사랑은 더욱 두텁게 한다고 했던가요. 근데 영화 스피드에서 위기로 만난 커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쨌거나 이번엔 로즈에게 구해진 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어찌해보겠다는 고스로리가 등장하여 로즈와 레즈를 찍겠다고 설레발을 치는데, 이들의 물고 물리는 성적 취향은 끝 간 데 없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인물관계를 새로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임무 중에 위기에 처한 로즈를 구해주게 되었고 그 이후 주인공에 뿅 간 로즈는 심각할 정도로 얀데레가 되어 주인공에게 어택 중. 주인공은 로즈의 본모습(얀데레, 성적 취향 등등)을 알아버린 후 질색팔색중. 그런데 로즈도 임무 중에 위기에 빠진 고스 로리 소녀를 구해주게 되었는데 그만 고스로리 소녀도 로즈에게 뿅 가서 레즈를 찍으려는 중이죠. 근데 고스 로리 소녀는 주인공을 방해물로 여기는 중으로 요컨대 주인공 <- 로즈 <- 고스로리 이렇게 물린 상황인데요. 고스 로리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로즈를 독차지한 주인공을 죽이려 들고요. 그래서 이번 여행지에서 고스로리는 주인공의 반 친구들을 납치하게 되고, 반 친구들이라 하면 청춘의 한 구절이라고 생각 중인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구하려 들죠. 참고로 반 친구들은 주인공을 발톱의 때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기는 중이고요. 여기서 바보(주인공)가 신념을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런 주인공을 로즈는 더더욱 입맛(작중에 등장하는 성적인 비속어 쓰고 싶지만 차마)을 다시게 되고 급기야 주인공과 내기를 하게 됩니다(이건 3권에서 일어난 일). 3개월 안에 주인공이 로즈에게 반하면 주인공은 로즈의 노예가 된다는 것. 하지만 로즈의 본 모습을 봐버린 주인공으로서는 로즈를 극혐중이라 성사될지는 미지수. 그렇기에 로즈는 주인공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되지만 그럴수록 주인공의 마음은 멀어져만 가죠. 이성 친구가 필요하다면서 당대 최고의 미녀라는 로즈를 차버린 주인공. 입만 열었다 하면 비호감 말만 내뱉어서 이성으로 하여급 밥맛 취급 당하는데도 자각이 없는 주인공은 여전히 반 친구들이 자신의 청춘의 한 페이지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장면들은 바보가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위험하다는 걸 보여주죠. 결국 납치된 반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주인공은 로즈에게 댓가로 몸을 팔아버리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로즈가 올타쿠나하고 주인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주인공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건 이번 4권을 이끌어가는 중요 요소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이 반 친구들을 구하려다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처맞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게 되죠. 불쌍한 건 이런 희생을 반 친구들은 모른다는 것이고. 여기서 또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흥분하는 로즈가 이때를 기회로 삼아 주인공을 포획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걱정하는 장면들은 있지만요. 그래서 저속한 성적인 이야기들로 매우 저렴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순애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결국은 동정과 동정이 만나 서로 엇갈리는 이야기를 성적으로 풀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여자라면 다 건드려야 속이 풀리는 타케우치라는 위험 요소를 넣어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요. 문제는 로즈의 취향이 너무 강하고 주인공에게 편중되어 있어서 위해 요소는 안중에도 없게 되지만요. 근데 꼭 낚이는 놈은 있기 마련이듯, 로즈와 거사를 치렀다는 타케우치의 거짓말을 주인공이 철석같이 믿으면서 일이 꼬이게 되는 건 포인트.

맺으며: 리뷰가 상당히 두루뭉술하고 주어가 많이 생략되었는데요. 진짜 중요한 스포일러를 안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섹x어필 같은 성적인 요소와 묘사가 상당히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죠. 타케우치 같은 남자의 성욕 문제와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몸의 변화라든지 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습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데 면역 없는 분들은 다소 속이 거북할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잘 표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이것이 범죄로 이어지느냐인데, 본 작품에서는 범죄로 이어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악당들의 마지막 발언 같은 클리셰적인 건 있지만 적나라하지 않은 어디까지나 동네 양아치 같은 말만 지껄이다 퇴장하는 걸 반복하죠. 포인트가 되는 건 로즈가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그녀의 성적 취향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으로 이것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서 언제나 그녀의 노력은 미수에 그치고 있죠. 물론 아랫도리를 적신다든지 할짝할짝 핥는다든지 주인공에게서 받은 반지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 몸속에 숨기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기겁하게는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주인공에 더해 여주 로즈 또한 신념을 가지게 되면서 광기는 그 두 배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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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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