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86 -에이티 식스- 6권 리뷰 -작가는 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가-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하도 오랜만에 6권이 출간되어서 이전에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물론 이전 리뷰를 찾아보면 대충 감은 옵니다만.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내면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크게 써놓지 않아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지 생각이 안 나고 솔직히 관심도 없지만 그래서 이번 6권을 표현하자면, 하라는 전쟁은 안 하고 사랑 놀음이나 하고 자빠졌네가 되겠습니다. 전쟁은 나의 아이덴티티고 긍지고 이 길 밖에 살아갈 길이 없이 살아온 소년을 향해 미래도 없이 행복해질 수 없이 그저 전쟁터만 누비는 소년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행복해지는 미래를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세뇌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 소녀의 정신 공격은 성공해서 주인공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죠. 경사 났네....
연합왕국 최종 편입니다. 완결이라는 뜻은 아니고, [레기온]의 공격으로 오늘내일하는 연합왕국에 파견 나가서 도와주는 것도 이것으로 일단락된다는 뜻입니다. 주인공은 연합왕국에 와서 정신 공격을 참 많이 당했더랬습니다. [레기온]과 유사한 [시린]이라는 인조인간(왜 하나같이 소녀형인지)들이 요새 공략전에서 보여준 싸움만이 긍지란 이런 것이라는 광기는 주인공에게 주인공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가진 긍지가 위선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었었죠. 웃으면서 산화해가는 [시린]들에게서 주인공은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언젠가 자신도 그들처럼 전장에서 죽을 것이라는걸. 근데 웃으면서 자폭에 가까운 희생은 주인공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죠. 왜냐면 [시린]들 또한 전투에서 산화하는 게 긍지였으니까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고, 에이티 식스는 전장만이 긍지고 그것만 알기에 그래서 [시린]은 곧 [에이티 식스]이고 둘은 동의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레나'는 그런 주인공을 보며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그런 삶밖에 없는 주인공과 그 일행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86구 시절 인간의 온갖 악의를 받으며 살아온 에이티 식스들에게 인간들이란 그저 괴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나는 모든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역설하려 하죠. 자신의 꿈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를 설명하며 '레나'는 주인공의 칼집이 되려 합니다만(바람의 검신에서 켄신과 토오루 혹은 토모에와의 관계). 문제는 1권부터 좀 그런 성향을 보여 왔는데 '레나'는 은근히 흙 발로 타인의 감정을 침범하려 하죠. 그의 삶이 못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는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만 좋은지 해답을 내주지 않은 채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다 제 감정을 못 이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조금 발암적인 요소가 아닌가 하는데요. 이런 그녀니까 걱정 끼치기 싫어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주인공)에게 눈물 공격하는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죠.
시시각각 상황은 어려워지기만 하고 연합왕국이 이대로 망하느냐 구사일생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하늘을 뒤덮은 나비형 [레기온] 개떼에 의해 햇빛이 들지 않아 농작물의 피해는 극심하고 그래서 조만간 아사할지도 모를 상황,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몰려오는 [레기온]과의 지상에서의 전투는 난공불락의 요새마저 빼앗기고 전선은 자꾸만 후퇴를 거듭합니다. 인적 소모는 극심해 박박 긁어모아도 1개 여단(대략 2~3천 명)을 겨우 유지할 뿐. 그래서 적의 거점을 공략해 그들의 우두머리 [무자비한 여왕]을 포획하여 이 전투를 종지부 찍으려 합니다. 이들은 더 이상 뒤가 없는 전투를 하려 하죠. [고기동형 레기온]의 내습은 주인공을 핀치로 몰아넣고, 아무렇지 않게 [시린]들이 희생되어 가는 장면들에서는 광기를, 그런 [시린]들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버리는 연합왕국의 왕족에게서 주인공은 세계의 인간의 악의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6권에서 키포인트는 [시린]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전장만을 위해 싸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시린]은 곧 [에이티 식스]와 동의어입니다. 레나도 키포인트 격이지만... 그러고 보면 표지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공격당하면 아무리 금강석 같은 마음이라도 뚫리기 마련이라는 듯, 웃고 있는 모습들에서 어째선지 필자는 가식을 느꼈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6권 리뷰는 악평으로 가득 채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악플이 달릴 거 같아 최대한 자중했군요. 위 리뷰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만, [레기온]과의 전투보다는 저들(주인공과 그 일행)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든지 레나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마음을 지리멸렬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구구절절이면 좀 낫겠습니다만, 거의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안타까운 감정을 표현한 것들이긴 하나 솔직히 인류 존망을 건 싸움을 하는 건지 사랑 놀음을 하는지 구분이 안 될 지경으로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그녀의 말에 긴가민가식으로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맴돌기만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좀 발암이고, 그나마 러브 코미디식으로 풋풋하게 풀어 놓는가? 그게 또 아니란 말이죠. 웃음기 싸악 빼놓고, 어려운 말 쓰면 있어 보이나? 같은 비아냥 말 한 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 선물세트를 과대 포장하는 것처럼 어려운 말로 굳이 돌아가며 포장해놓는 레나의 마음 풀이는 솔직히 짜증 그 이상이었군요. 시종일관 6권 내내 이러니까 지치고 7권은 구매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작가는 왜 일을 어렵게 만드는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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