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4권은 중반까지만 놓고 본다면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길이 없었던 주인공이 그나마 의지했던 소꿉친구에게도 배신 당하고 술로 나날을 지세다 겨우 제 몫을 할 수 있는 파티에 몸을 의탁했나 했더니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모험가라는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져야만 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죠. 제목만 놓고 본다면 흔히 어디에나 있는 무능력 먼치킨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크게 보면 무쓸모였던 주인공이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파티에 들어가 성공 가도를 달린다는 이야기는 흔히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 계보를 잇는다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본 작품은 제목을 잘못 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최강이라는 파티는 4권을 기점으로 해산하게 되거든요. 이후 다시 뭉친다 한 들 홍철 없는 홍철 팀이 완성될 뿐, 파티의 본질이었던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최강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 테니까요.

20계층을 돌파하고 미답파 구역인 21계층에 들어선 주인공이 속한 파티 [어라이버즈]는 싱겁게 이 세상에서 리타이어 해버립니다. 리뷰 초반부터 이렇게 스포일러질 해도 되나 싶긴 한데, 이번 이야기의 최대 핵심은 파티의 해산이 아니라 해산으로 인해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이고 누굴 만나느냐, 누구와 함께 하느냐입니다. 파티의 해산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성장과 과거와의 청산에 필요한 스파이스이고, 그 해산을 하게 된 원인은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행동의 계기가 되죠.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해산의 원인은 잊혀지고 그 해산의 원인으로 인해 주인공은 성장의 길에 들어섬과 동시에 자신의 천직은 모험가 밖에 없다는 현실, 그리고 도망치다시피해서 다다른 도시에서 만난 인연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걸 보여줍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핵심 스포일러라서 이걸 빼고 리뷰 하려니 난이도가 장난 아니군요.

그래도 언급해 보자면, 파티가 해산하고 길을 떠났던 주인공이 자신을 따라와 준 히로인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드라마 같았다는 것이군요. 모험가를 잊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소소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곳에서 자신과 히로인 둘만의 세계에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일을 마치고 하는 데이트는 어딘가 흔한 이세계물처럼 헤퍼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인데요. 이들이 보여주는 리얼한 생활상은 현실감이 상당해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몰입도를 최상으로 이끌어줄 거라 자신합니다. 둘이 꼭 붙어서 눈이 올 거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눈이 내리면 눈 싸움을 하자, 눈사람을 만들자 동화 같은 장면에 수줍게 홍조를 띤 히로인을 그린 일러스트가 더해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다다르죠. 하지만 좋은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가 아닌 도피성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이런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과거와 마주해야만 하거든요. 파티가 해산한 원인, 그리고 소꿉친구와 싸우고 배신당했던 과거는 청산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이들만의 생활을 벗어나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본질은 모험가이고, 모험가로서 뼈아픈 일을 당했어도 내가 살아갈 곳은 결국 던전이라는 걸 깨달아가죠. 결국 강을 그리워하는 물고기처럼, 창공을 그리워하는 새장의 새처럼 썩어도 준치라는 듯 주인공은 모험가로서 다시 출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꿉친구(히로인)와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데, 이번 4권에서 주인공이 안고 있던 고뇌와 과거를 청산 시키려는지 한꺼번에 안 좋은 일들이 들이닥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소꿉친구는 모험가로서의 인생에 최대의 트라우마이기도 하고 거의 용사급으로 사기성 스킬을 받은 소꿉친구와 거기에 기생하다시피 생활했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에 따른 파국은 잊지 못할 상처와 같았으니까요.

맺으며: 리뷰가 중구난방식인데, 원래 리뷰 쓰는 이 시각은 이미 취침에 들어갈 시간인지라, 그렇다고 다음날로 넘기는 건 석연치 않아 억지로 쓰다 보니 두서가 없군요. 결국 요점을 정리하면 모험가로서 성장은 던만추의 벨 하위 호환쯤 되고, 러브 스토리는 중2병을 뺀 진지한 내청코 같은 느낌을 보여여줍니다(하치만과 유키노가 이어지면 이런 느낌? 같은). 파티 해산의 원인이 되는 던전에서의 사투는 꿈도 희망도 없는 재와 환상의 그림갈을 보는 듯했고요. 분명 이세계 무능력 먼치킨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인데 막상 읽다 보면 그런 특유의 분위기(이세계 먼치킨 같은 가벼운)는 없고 삶에 대한 진지함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듯 주인공과 히로인들 간의 관계를 제대로 엮지 않는 하렘 같은 분위기 또한 있습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부분도 이 부분인데, 이들의 관계를 확실히 매듭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아무튼 5권이 기대됩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95)
라노벨 리뷰 (937)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