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의 장점은 앞에 권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등장인물과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권만큼은 읽어야 하겠지만요. 분명 3권을 읽고 리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구입조차 하지 않은 채 4권을 읽었고, 전혀 위화감 없었다는 것에 본 작품의 진입 난이도가 얼마나 낮은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신(神)들과의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과 추리를 요한다지만 정작 그걸 표현하는 부분은 그런 설정은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등장인물들 개개인 개성도 초장부터 알기 쉽게 확립 시켜놓은 것도 무리 없이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역시나 핵심이 되는 신(神)들과의 게임은 노 게임 노 라이프라는 작품의 열화판도 되지 못할 정도로(필자 주관적) 놀이 수준이고, 진짜 중요한 건 늘어나는 하렘이 아닐까 했군요.

이번 4권은 클리어 불가능 게임에 강제 참여하게 된 주인공 일행과 전 세계 게이머들이 힘을 모아 클리어 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미궁에서 최종 보스로 자리 잡아야 될 신(神)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현상으로 인해 강제로 미궁에 끌려간 전 세계 게이머(명칭은 따로 있지만 알기 쉽게)들은 최종 보스(神)의 부재로 인해 평생을 미궁 안을 헤매다 죽거나 다신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시대는 게임을 통해 신(神)들로부터 재능을 부여받고, 그 재능을 이용해 도시를 지키거나 개발해나가는 세계관으로서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건 곧 멸망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에 주인공 일행에게 미궁에 갇힌 미귀한 자들을 구하고, 클리어 불가능한 조건을 클리어 가능으로 바꿔야 하는 전대미문 오더가 내려지게 되죠.

그러나 사실 이런 이야기는 딱히 상관없습니다. 게임에 참여해서 실패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며, 미궁에서 마물에게 죽임 당해도 현실에서 죽는 것도 아니기에(쉽게 설명하면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 같은), 이들에게 중요한 건 10승해서 신(神)들이 들어준다는 소원과 승리에 따른 부와 명예뿐이니까요. 물론 주인공처럼 게임이 즐거워 그 자체만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게임 자체는 머리를 쓴다고 해도 초등학생 수준이고 추리는 코난 발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건 작가의 능력 문제이기도 한데, 달리 말해보면 머리 아프게 생각하며 보는 것보다 다 같이 즐겁게 즐기는 놀이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예가 이번 4권에서 보스로 등장하는 아누비스(히로인) 왈: '역시 놀이는 즐거워'를 들 수가 있죠.

미궁에서 게임을 클리어 해나가는 장면들도 어딘가 코믹스럽고, 최종 보스(神)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등 인류 존망을 건 심각함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게임하는 도중 전멸해도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고(다만 보스전은 전멸 판정 시 패배), 그걸 이용해 게임 분석을 하고 클리어 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죠. 그래서 같은 장면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걸 의식했는지 작가는 펄(히로인)의 백치미를 이용해서 분위기를 띄우고, 하렘을 자꾸만 늘려서 주인공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최종 보스와 결전을 치르게 되는데... 작가는 4권까지 오면서 같은 이야기를 우려먹을 생각은 없나 보더군요.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들이 선사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그걸 부정하기 시작하거든요.

맺으며: 하렘, 하렘, 하렘. 이제 인터넷 밈으로도 떠도는 영화 강철중에서 어느 검시관인지 누구인지 하튼 이런 욕을 했죠.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C8'. 1권부터 그런 낌새는 있어 왔지만 4권까지 오니까 진짜 필자도 저 욕이 육성으로 튀어나오더군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렘이 생성됩니다. 신(神)들은 죄다 여신이고, 동료도 여성, 주인공 일행 수속을 맡아주는 사무장도 여성, 엑스트라도 여성, 다른 도시에서도 여성, 이번에도 여신, 베일을 벗어가는 흑막도 여성, 아침 일찍 주인공이 기거하는 남자 기숙사에 쳐들어가는 하렘 군단, 이제는 개도 안 물어갈 침대 몰캉몰캉 클리셰, 주인공 하렘을 스카우트하려는 사람도 여성, 수영복 클리셰, 게임을 풀어가는 장면들은 무미건조, 클리어 불가능 게임이라는 조건을 걸어놓고 그걸 풀어내는 건 주인공뿐이라는 영웅 조장, 그래놓고 해답은 허망하기 그지없는 시추에이션. 용케도 4권까지 나왔다 싶습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 딱 15세 청소년에 맞는 이야기로서 이상보다는 현실을 보는 성인이 볼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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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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