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법 소녀부터 해서 발이 치일 정도로 많았던 용사와 마왕, 신(神)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망라해서 장르를 통합했던 이야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가 주최한 지저 퀘스트에 참여는 하였습니다만, 대현자가 느닷없이 주인공 없애기 대회로 바꿔버립니다.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난처한 게 그동안 모았던 현자의 돌은 어딘가로 가버렸고, 어딘가로 가버렸던 현자의 돌이 무한 증식해서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니는 요상한 일들이 벌어졌죠. 이때까지의 고생은 대체 뭐였을까. 그래도 대회를 통과하면 소원 들어준다고 하니 참여는 했는데, 애초에 자기 죽이는 대회에 왜 참여하고 그럴까. 아무튼 이거 1등은 따놓은 당상(주인공)이 참여하면 이거야말로 밸런스 붕괴 아닌가? 했더니 주인공의 분량은 별로 없고 먼치킨 엑스트라들끼리 지지고 볶고 알아서 나자빠집니다. 여전히 브레이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능력자들이 북적북적 거리며 자기들이 알아서 솎아내주니 주인공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풀기. 근데 이것들 대현자에 낚여서 주인공 없애러 와 놓고 왜 지들끼리 싸우는데 동의하는지 의문.

그리고 라스트 보스의 등장. "대현자". 이세계를 만든 장본인이자 이세계는 그가 꾸는 꿈의 세계.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이 실현되고 이루어지는 세상. 얼마나 그렇게 살아왔을까, 삶은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삶을 재미있게 가꾸면 되겠지. 심심함을 주체 못 해서 다른 세계에서 사람들을 납치해와 똘마니(현자) 만들기 한다며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아무렇지 않게 해대고, 남의 여자를 탐하는, 그런 주제에 내가 잘생겨서 여자들이 꼬이는 걸 어떡하라고?라며 그는 남의 집안을 풍비박산 나게 만들고도 죄의식이 없는 후레자식으로 성장하게 되죠. 그가 실수한 게 있다면 주인공을 소환하도록 방치했다는 것. 그에게 뿅간 여신들에게 힘을 받아 무한의 존재가 되어 시야가 좁아진 결과. 주인공을 없앨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바보가 되고, 주인공은 인간의 궤를 벗어났다는 측근의 충고를 무시한 멍청이가 자기 묫자리 파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주인공에게 광역 도발기를 시전한 결과. 그는 평범하게 태어나고 자랐죠. 의붓 여동생과 메이드 여고생, 부잣집 여친등 그대로 살아갔다면 여느 러브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외에 엑스트라들 이야기도 있지만, 언급하면 글이 길어지니까 생략. 여러 장르를 섞어 놓으니 캐릭터들 참 많이 나옵니다. 뜬금없기도 하고, 주인공과 인연을 맺기도 하지만 종착역에 다다랐을 땐 저마다의 길을 가는가 하면 리타이어 되기도 하죠.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가령 악역 영애 출연자군요. 보통 여느 악역 영애라면 전생해서 자신의 악평을 바로 잡아가는 반면에 이 작품에서 출연하는 악역 영애는 악평을 더 가속 시킨다든지 같은 게 있습니다. 이게 좀 신선하죠. 여러 종류의 신(神)이 있고, 용사와 마왕이 나오고 SF 우주선과 로봇도 등장하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우주를 지우는 능력을 가졌고, 세계를 넘나들고, 평행 세계가 존재하고, 시공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사실 단순하게 보면 즉사 치트는 널리고 널렸지만 주인공의 능력은 특별하다는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엔터테인먼트에서 터부로 여기는 걸 아낌없이 투입한다고도 할 수 있죠. 요컨대 망겜 소리 들을만한 소재가 다 들어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맺으며: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면 주인공의 즉사 치트도 있지만, 여러 캐릭터들을 출연시켜 저마다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려간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가 주인공급이죠. 그래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 못 한다는 것이지만요.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요. 그저 재미를 위한 장치로만 작용하는데, 이는 라스트 보스 대현자가 바라는 '재미'와 '그가 꾸는 꿈의 세계'와 일맥 상통하기도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능력치가 나오는 건 꿈이니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주인공의 능력도 대현자의 꿈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으나, 사실 주인공의 능력은 별개라고 그동안 꾸준히 복선이 나왔었죠. 이번에는 주인공의 정체까지 밝혀지면서 대현자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어느 날 대현자의 미모가 빛을 발하게 되었고 그의 미모에 이끌려 여신들이 찾아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능이라는 힘을 부여함으로써 평범한 사람이 힘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무튼 완결입니다. 엔딩까진 언급하는건 그렇고, 그냥 무난하게 끝나는군요. 아쉬운 게 있다면 주인공을 보살폈던 '아사카' 씨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 그녀 덕분에 주인공은 참 올바르게 자랐죠. 마지막으로 사실 나무야 미안해 소리를 듣고 있지만, 머리 아픈 복선이나 계산 없이 보기엔 이보다 좋은 작품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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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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