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0권 리뷰 -지금의 이 기억은 나의 것이 맞는가-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神)을 죽일 수 있는 검(劍)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신(神) 때문에 멸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명제가 던져진다면 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별(星)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죠. 이 에너지는 그 별을 재생(유지?) 하는 에너지였습니다. 어느 여성은 주장합니다.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별이 망가진다고, 사람들은 무시합니다. 그러다 진짜 별이 망가지게 생겼고, 그제야 정신 차린 사람들은 기도를 올립니다. 살려 달라고, 신(神)은 살려 줄 테니 제물을 바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위험성을 주장한 여성을 제물로 받쳐 버립니다. 이세계 시스템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망가져가는 재생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여기까지 보면 사람 하나로 별 하나를 살렸으니 수지맞는 일이다 같이 남 얘기하듯 하겠죠. 그러나 신(神)은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신(神)이 구축한 이세계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사람들 영혼(대충 비슷)을 갈아 넣어서 유지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별을 살리기 위해 인간의 영혼을 받쳐라. 뒷통수 맞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행할 일은 하나밖에 없죠. 신(神)을 죽이자. 이세계를 다스리는 상위 신은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D입니다. 그리고 지구 어느 고등학교 한 개의 반에 폭발이 일어나죠.
9권에서 여주인공의 진짜 정체는 약간 충격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사실 어렴풋이 위화감은 있었지만 설마 그런 식으로 그녀의 정체를 밝힐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었군요. 스포일러라서 밝힐 순 없으나, D의 대타 정도로만 언급해 두겠습니다. 9권에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된 여주가 D를 만났지만 어찌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고, 10권에서는 D에게 복종하며 살 것인가, 우주 끝까지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기로에 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힘이 있어야 하기에 아직은 몸을 사리게 되죠. 완전하게 힘을 되찾은 건 아니거든요. 그녀는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났기에 시스템 보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나날이 집착과 의존증이 심각해지는 흡혈녀 소피아의 정서를 안정 시켜야 하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불온한 움직임도 막아야 합니다. 몇 년을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왔더니 왜 돌아왔냐며 쿠데타 일으키려 하는군요. 마왕은 돌아오자마자 인족에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여기서 단순히 종족의 특성에 따라 마왕이니까 인간과 싸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겠지만, 마왕은 태초부터 이세계에서 살아왔죠. 즉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거쳐 그 시절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이며, 이세계 시스템 탄생 비화도 알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세계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D가 만든 이세계 시스템은 다단계 판매와 같습니다. 밑 돌을 빼 위로 올리는 식으로, 인간의 영혼을 갈아 넣어 별의 재생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은(사실 좀 더 복잡하지만 지면상 설명 생략), 인간의 윤회(환생)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날이 갈수록 갈아 넣을 영혼이 부족해진다는 거죠. 그렇담 어떻게 될까. 재생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별은 소각되겠죠.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세계 시스템을 없애야죠. 시스템을 없애고 원래 별이 가진 에너지로 별의 재생을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별도 살고 인간도 살고. 하지만 지금 당장 시스템을 없앤들 별의 에너지가 돌아오는 건 아닌데? 자칫 시스템을 없앤 순간 모조리 다 소각될 판. 이번 10권에서는 그걸 해결하기 위한 판을 짜갑니다. 일단은 이세계 시스템이 없어도 될 만큼 에너지를 모아 재생 시스템에 투입하면 뒤는 알아서 유지되는 그런 구조 같습니다만. 솔직히 필자 머리가 나빠 제대로 이해를 못 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서 구해 오느냐죠. 여주인공은 마왕에게 은혜 입은 걸 갚으려 합니다. 처음엔 적으로 만나 사생결단을 냈지만 몇 년이나 같이 여행을 하며 정이 쌓였고, 신화를 이뤘을 때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를 보살펴 주었으니 여주에게 있어서 마왕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대뜸 마왕에게 은혜를 갚다니 뭔 소리인가 싶겠습니다만, 태고 때부터 살아오며 인간들의 못 볼 꼴을 많이 봐온 마왕은 인간들 따위 업보나 받으라는 식으로 별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려 하죠. 그러니까 별이 망가진 원인은 고대 인간들 때문이고, 고로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닌 뭐 그런 상황? 이쯤 언급하면 마왕이 하려는 짓이 뭔지 아시겠죠. 이렇게 되게 여주가 부추긴 것도 있지만, 정확한 건 앞으로의 스포일러라서 지금은 언급이 힘드니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여주인공은 이쯤 오면 마왕에 푹 빠져서 서포트를 자처하게 됩니다. 결국 마왕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친절하게 대해서 내편 만들어야지가 성공한 샘이군요. 일단 판은 짜여가지만 우선적으로 엘프를 갈아 버려야 합니다. 작 초반엔 시골 촌락 나부랭이인 줄 알았던 엘프가 날이 갈수록 초거대 빌런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본 내용에서는 여주인공 일행을 그렇게 괴롭힌 건 없는데 어느새 악당이 되어 있군요. 여주인공이 아주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습니다. 성가시게도 엘프들은 마법 무효화하는 결계까지 가지고 있어서 마법 위주인 여주인공에게는 상극 그 자체죠. 이번에 마왕 타도 쿠데타를 뒤에서 지원하다 발각되어 마왕도 제일 먼저 소각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게 되는데, 아마 이게 4권인가 5권인가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맺으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반 아이들과도 조우하며 작 초반 서슬 트릭으로 교차 시켰던 여주와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합쳐가기 시작하는군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지만 이 모든 게 아버지(엘프 족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고, 주변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인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하죠. 사실 '넌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며 상대 평가를 자기 생각에 맞추는 성격이다 보니 좀 극혐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밝혀지기를 선생님은 여주에겐 또 한 명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 이야기의 키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쯥... 여주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리뷰 하려니 많이 두루뭉술 해지는군요. 이세계를 놀이판으로 취급하는 D와도 아마 끝장을 볼 거 같은데, 그렇지만 D가 있었기에 지금의 여주가 있기도 하니까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 엄청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별을 살리기 위해 악이 되려는 마왕의 고뇌, 그런 마왕과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려 하는 여주의 마음. 모든 건 유희를 위해라며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D의 만행 등 라이트 노벨 치고는 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의 소소하게는 공각 기동대처럼 의식을 부캐로 옮기는 여주에게서 한 가지, 생물이라는 존재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인가, 영혼인가 데이터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게 했다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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