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부터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6권에서 게이트가 생기는 원인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 대응에 쫓기게 되죠. 게이트는 여느 판타지처럼 마력이 모여 자연적으로 생기는 던전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밝혀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이용해 대규모 지구 침공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도요. 이번 7권에서는 침공해오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집니다. 그 규모와 위협도는 지금까지 그 어떤 등급의 게이트보다도 높습니다. 먼치킨 무쌍을 찍는 주인공이라도 자칫 목숨을 잃을 만큼요. 주인공이 힘들다면 다른 헌터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 우려를 반증하듯이 서울에 이때까지 못 봤던 초대형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그리고 미증유의 재난을 연상케하는 마수가 등장하죠. 이것은 앞으로 있을 대규모 전쟁의 전초전입니다. 주인공을 보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온 세계 서열 상위 헌터가 대응하려다 힘 한번 못 써보고 리타이어 되죠. 주인공은? 데이트 중입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쳐들어올 줄은. 그동안 변변한 히로인 하나 안 나와서 섭섭했는데, 갑자기 진도를 빼는군요. 마치 태풍이 오기 전의 평화를 만끽하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긴 합니다만, 작가가 쑥스러운지 예측하라는 장면만 보일뿐 보다 깊은 관계는 표현하지 않는군요.

그리고 "나"라는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모습으로 진화. 이중 던전에서 주인공이 죽다 살아나고 그림자 군주라는 능력을 얻게 된 배경이 밝혀집니다. 주인공은 데이트하다 말고 날아와 미증유 마수의 횡액을 간신히 막아서지만, 적은 이때까지 겪었던 그 어떤 적보다 강적입니다. 미국 헌터 협회에서 전설급 무기를 얻었어도, 그림자 부하들을 아무리 많이 모았어도 오합지졸이란 이런 건가를 하필이면 주인공 당사자를 이용해 보여줘버리죠. 주인공은 시간과 공간의 세계에서 자신의 힘의 원천을 찾아갑니다. 자신에게 깃든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그리고 지구와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은 원인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태곳적 신(神)은 유희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선의 지배자와 악의 군주들. 이들은 창조주인 신의 유희를 위해 열심히 싸웠습니다만. 서로 싸우다 보니 문득 생각난 게,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지? 창조주를 향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반란의 칼 맛 좀 보시죠?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어쩌고 난장판은 지구까지 뻩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구에 게이트가 생기고 만들어진 원인이 밝혀지죠. 그리고 주인공이 그림자 군주라는 능력을 얻게 된 배경도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것. 그렇다면 그 족쇄를 풀어 버리자. 주인공은 인간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집니다.

맺으며: 이제야 좀 적다운 적들이 등장합니다. 게이트 넘어 있던 강력한 존재들의 지구 침공에 맞서 주인공도 나름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전력차와 실력차라는 갭을 둠으로써 손에 땀을 쥐게 하는군요. 다만 아쉬웠던 건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 같은 역할을 맡겼다면 그 원동력이 되는 명분을 조금 더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령 가족을 조금 더 부각 시켜, 내겐 지켜 될 가족이 있다는 마음가짐(언급은 되지만 450여 페이지 중에 한 페이지도 아니고 한 줄 정도?)이 거의 없다는 것. 기껏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는데 같이 전장에 세워 같이 싸운다는 두근거림을 보여 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주인공을 너무 특출하게 키워주는 바람에 같이 설만한 동료들이 없다는 것. 갑자기 강한 적들을 투입하면서 S급 헌터라도 쭈구리로 만들어버리는 파워 격차. 그래도 작가의 필력은 이런 단점을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서 읽을 만은 했습니다. 보통 일본 작품들도 7권쯤 오면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는데, 이 작품은 갈수록 스케일을 키우면서도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건 칭찬할만합니다. 다만 이성 간 호감 표현에서는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막으러 가는 주인공에게 힘내라는 말도 없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싶죠. 가족들에게도 털어놔서 이해를 받는다든지. 땀 내나는 남정네들만 우굴우굴. 그림자 부하들도 마초들만 우굴우굴. 약간의 개그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따른 흥미는 부족한 게 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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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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