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기는 마술 학원. 그중에 선생은 학생들을 바보 취급 하고, 학생들은 선생을 선생 취급 안 하는 막장 학급이 있습니다. 이야! 작가가 사람(독자)이 가진 오기(傲氣)가 어디까지인지 실험하는 듯했군요. 이래도 읽을 거야? 희대의 쓰레기 주인공을 투입해서 사람(독자) 혈압 오르게 하고 도서를 불쏘시개로 만드는 능력이 가히 수준급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빈둥빈둥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걸 낙으로 여기고, 여자가 개과천선하라고 임시 교사로 학원에 취직 시켰더니 의욕은 고사하고 학생들을 바보 취급 해서 난장판 만들어 버립니다. 소개해 준 여자의 얼굴에 먹칠하고, 참다못한 학생과 싸움이 붙어서 져 놓고도 인정 안 하는 희대의 쓰레기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죠. 입만 열면 비아냥대고, 지각을 당연시 여기고, 학생들의 꿈을 짓밟습니다. 그렇다고 교육에 열성적인가? 그럴 리가요. 게으름을 신조로 삼고 있는 주인공에게 일은 사치죠. 맨날 자습만 시킵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라고 치부하면 편하고 개그물이라고 치부하면 여느 라노벨쯤 되었겠죠. 그런데 작가의 글 솜씨가 대단한 게 주인공의 사람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정말로 사람 깔보고 바보 취급 하는 성격이라는 뜻이죠. 출판사가 용케 서적화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정말로 이런 희대의 쓰레기 주인공을 계속 기용했다면 아마 엄청난 항의를 받았겠죠.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이면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는, 마술을 싫어할 만큼 과거에 뭔 일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쫓는 학생들이 가짢게 여겨졌다는 그런 느낌?을 시종일관 풍겨 댑니다. 주인공도 학창 시절이 있었고, 마술이라는 꿈을 쫓아다녔었죠. 그러다 그는 알게 됩니다. 마술의 본질을요. 마술은 타인을 해치는 도구.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 버렸죠. 하지만 이런 그의 내막이 있다곤 하여도 어른스럽지 못한 성격은 여전히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마술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있는 히로인 '시스티'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결국 싸움까지 번지죠. 져놓고도 정신 못 차리는 게 주인공입니다. 여전히 그의 꿈은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것이고, 임시 교사에서 파면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가족까지 건드리는 패드립으로 히로인 시스티를 울려 버리는 일까지 일어나죠. 진짜 수십 작품을 봐온 필자도 감당이 되지 않을 이런 쓰레기는 처음 봤군요. 그의 본질은 "일찍이 세상을 알아 버려서 염세적인 성격이 되었다"라는 개연성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 계속되었다면 필자는 1권을 다 읽지 못했을 겁니다.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히로인을 울린 시점을 지나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하죠.

뭐, 히로인 울린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정착되는 걸 작가도 바라진 않았겠죠. 결국 정신 차리게 만듭니다. 상냥하게(어느새 비아냥이 쏙 들어감) 알기 쉽게 마술에 대한 기초적인 것과 본질(마술은 사람을 해치는 도구라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죠. 조금씩 이미지 변화를 주긴 하는데(라고 쓰고 세탁), 문득 악당이 99번 악당 짓을 하다가 1번의 착한 일을 하면 착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를 보는 듯하였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선생 취급 안 했던 학생들이 다른 선생들은 가르쳐 주지 않은, 그것도 상냥하게 가르치기 시작하니까 눈 돌아가기(하트 뿅뿅)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심리란 참 간사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군요. 하지만 훈훈함도 여기까지. 학원이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고 제자들이 인질로 붙잡히면서 주인공은 눈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건데요. 언제부터 제자들을 생각했는지? 이제 와 학생들을 위하는 척, 초반 이미지 때문에 위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건 필자도 베베 꼬였다는 반증이겠죠. 아무튼 히로인 '루미아'가 납치되어 사태는 일각을 다루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먼치킨인가? 먼치킨은 아닌데 먼치킨이라는 뭐가 뭔지 모를 능력을 보여줍니다. 기본은 변변찮은 범인(凡人) 마술사지만 다른 마술사를 농락하는 능력자? 아니 좀 무능력인지 먼치킨인지 하나만 해주면 안 될까?

맺으며: 기본적인 흐름은 주인공과 히로인 시스티의 물과 기름 같은 티격태격입니다. 서브 히로인인 루미아는 한 걸음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누나(언니) 같은 존재죠. 1권에서는 이렇게 3명이 메인입니다. 서브 히로인인 루미아를 노리는 악당들이 나오고, 그녀의 출신과 체질로 인해 주인공과 시스티가 그녀를 지켜야 되는 뭐 그런 구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친해지는 클리셰를 답습하고 있죠. 중후반은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수업을 한다든가, 악당들에게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을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 그리고 히로인 시스티를 울린 이후부터 정신 차리고 쓰레기에서 사람이 되었긴 한데, 초반에 워낙 비호감 스택을 쌓아서 좀처럼 이미지 개선이 안 되었군요. 아무리 숨겨진 사정이 있다곤 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선을 너무 씨게 넘었거든요. 마술이라는 꿈을 좇는 아이들에게 마술은 살인 도구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주인공이 과거에서 마술로 어떤 일을 하며 경험에 따른 이야기였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죠. 그리고 손바닥 뒤집듯 주인공에게 호감도를 올려가는 시스티도 좀 어이 상실입니다. 처음엔 거의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를 쌓아가더니 한번 좋은 일 했다고 정의의 사도로 보다니 뭔가 좀 이건 아닌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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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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