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7권 리뷰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검의 스승과 같았던 가디언 로웬과 작별을 마친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빼앗았던 흑막 찾아 여행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기억은 돌아왔지만, 잃기 전이나 되찾은 후나 주변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노예 소녀 마리아는 의존증과 독점욕이 더욱 강해져서 주인공의 소유물이 되겠다는 둥 그러지 않으면 자x 해버리겠다고 협박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죠. 10층 가디언 아르티와 공모해서 광기를 부리다 집까지 다 태워먹고 두 눈이 멀게 되었어도(물리적으로 시력 상실), 기억이 돌아온 현재도 여전히 주인공을 죽을 만큼 좋아합니다. 마리아가 내비치는 광기에 순애는 찾아볼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대신 목숨을 던지는 숭고함도 없으며, 독점욕에 기반한 나만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들어차 있죠. 차라리 둘 다 기억을 잃고 있었을 때가 오히려 행복했을 수 있다는, 그땐 친남매라는 심어진 기억 속에서 주인공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또 한 명의, 집안이 정해준 레일 위를 달릴 운명을 저주하며 주인공에게 구원을 바라며 매달리다 그의 거부에 맛이 가버린 가련한 히로인 스노우.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면서도 바로잡아주지 않았고, 의존증이 발현한 이후 범죄 스토커의 위험성을 몸소 보여주었던 그녀는 가디언 로웬 사태 이후 주인공의 설득으로 정상인으로 돌아오나 했습니다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녀의 존재를 거부하면 얘도 자x을 마다하지 않을 광기를 보여 주고 있죠.
자,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주인공도 미x놈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있을 때 아픈 여동생을 보살펴야 해서 연애는 꿈도 못 꾸고 지내다 이세계에서 두 여자가 좋다고 들이대고 있습니다. 평범한 러브 코미디였다면 축복받을 상황이었겠죠. 문제는 이 두 여자가 독점욕과 의존증을 만땅으로 채운 광녀라는 것이고 주인공은 그런 광녀들에게 고백을 받았다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차별 금지와 취향에 따른 존중을 할 수 있겠는데, 이 미x놈이 글쎄 방금 광녀들에게 고백받아 좋아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라스티아라(메인히로인)랍니다?라며 그녀에게 고백하러 간다는 겁니다. 그녀의 마음도 주인공이 싫지만은 않은데, 여기서 웃긴 게 뭔 줄 아세요? 이게 꿈이냐 생시냐며 또 다른 히로인(디아)에게 상담하려 했다는 것이고, 문제는 그 상담받으려 했던 디아도 주인공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질투심의 화신이라는 것이죠. 상담받았다간 어떻게 되었을까. 물리적으로 이세계가 멸망하지 않았을까? 광녀들이 보내오는 일그러진 사랑을 진실한 사랑이라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이상성. 고백받아 좋아라 해놓고 다른 여자에게 바로 고백하러 가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폭탄 들고 다른 여자에게 상담하러 가는, 이성 간에 지켜야 될 도덕이 무너지고 자신을 붙잡기 위해서 자x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히로인들을 보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주인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리퍼(히로인)가 말리지 않았다면 대륙에 가기도 전에 이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맺으며: 이번 7권은 위 에피소드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다른 이야기는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외의 에피소드로는 검의 스승이었던 가디언 로웬과 작별하고 주인공의 기억을 빼았었던 흑막을 찾아 대륙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배를 타고 몇 날 며칠을 여행하죠. 캐릭터들이 새삼 이렇게 모여 있으니 개성이 참 넘쳐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점욕과 의존증으로 집착을 넘어 광기를 보여주는 두 히로인, 내색은 하지 않지만 주인공을 너무 좋아해서 질투심으로 중무장한 히로인, 트러블을 말리기는커녕 부채질을 해대는 천진난만한 히로인, 소아성애자 메이드, 이들과 여행 중인 전생에 나라 팔아먹었나 싶은 주인공. 개성 넘치는 히로인들에 둘러싸인 주인공이 어느 히로인 하나에게 고백했다간 대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근 거림이 있습니다. 어차피 다크 판타지인데 이참에 스쿨 데이즈를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만, 문제는 히로인들 면면들이 전략 병기 수준의 능력자들이어서 이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신(神)은 무슨 생각으로 그녀들에게 능력을 부여했을까. 하지만 읽고 있는 필자는 좀 지리멸렬했습니다. 개성은 넘치지만 감정은 일률적으로 고정되어 새로운 건 없고, 미궁 답파도 뉴타입식 재능 잔치를 벌여대는 통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었습니다. 7권까지 왔는데도 미궁 답파는 요원하기만 하고, 흑막은 4권 분량이 지났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주인공을 기반으로 한 1천 년 전 신화 어쩌고 나름대로 복선을 까는데 이게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3권에서 하차했다가 필자가 뭔가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보게 되었지만 7권까지 와도 이렇다 할 해결책(지구로 귀환)은 보이지 않는 지루함.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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