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침공으로 나를 잃고 떠도는 공주와 호위 마법사가 있습니다. 도로시와 카르아, 마왕국 제1 왕녀 도로시는 전화(戰火) 속에서 호위 마법사 카르아를 대동하고 간신히 빠져나와 아직도 제국에 맞서는 이웃나라로 몸을 피하고자 합니다. 보통 이런 스토리에서는 두가지 길이 열립니다. 공주는 힘은 없더라도 호위 마법사와 뜻을 함께하여 추격자를 따돌리고 무사히 목적지에 다다른다. 왕족의 위엄을 몸소 보여주며 기죽지 않고 적과 마주하며 찬란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이 눈부신... 이런 스토리가 판타지물에서는 정석 입니다.(필자 마음대로 해석)

 

두번째로는 왕족의 위엄을 보여주되 그 방향이 엄한 곳으로 향하는 것으로, 낄때 안낄때 가리지 않고, 말로는 전차도 뒤집을 기세인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해결 능력은 개뿔도 없으면서 돌진해오는 코뿔소 앞을 무턱대고 가로막는 경우 입니다. 코뿔소가 직진하는 선상에 어린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안은 엄마가 있으니까 내가 저걸 막아야 되. 같은...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옳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코뿔소를 유인해서 다른 곳으로 간다. 코뿔소 안면을 뚤을 만큼의 무기나 마법이 있다면 쓴다.가 정석이겠죠.

 

그러나 도로시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막아 섭니다. 간신히 제국 위성도시에 탈출해 서쪽인지 동쪽인지 하튼 옆나라로 피신하던 도로시와 카르아는 밀림의 어느 마을에 도착 합니다. 그 순간 전장 30미터(1)짜리 마신(2)이 숲을 해치고 나타나 마을을 짓밟고 마을은 패닉에 빠집니다. 당연히 이걸 두고볼 도로시가 아닙니다. 힘차게 마을 사람들을 유도하다가 마신이 직진 선상에 마을 사람들이 놓이고 도로시는 달려가 팔을 벌리고 가로 막습니다. 전장 30미터다. 어쩌자고...

 

카르아는 여전히 소동에 휘말리지 않고 어서 빨리 제국을 벗어나 비교적 안전한 옆나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카르아는 아직 마왕국에 살아 있을때 비교적 엘리트 코스를 거친 나름대로 마법사 커리어에서는 알아준 인물 입니다. 근데 그래서요? 비교적 근대시대로 발전해서 열차가 다니고 총이 개발된 시대 입니다. 굳이 근대를 따지지 않아도 마법을 영창해야되는 법사는 전위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아크메이지같은 초고위 마법사라면 혼자서도 대군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위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신을 간신히 함정에 빠트린 카르아는 그대로 줄행랑을 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단짝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바로 며칠전에도 이런 일 때문에 카르아는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아직 그때 받은 상처도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카르아의 마음과는 다르게 도로시는 결국 마을 문제에 개입하고 맙니다. 마신이 왜 마을을 습격하게 되었는가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누가 금기를 깼다며 어느 아줌마 하나를 마녀로 몰아가기 시작하자 또다시 도로시는 개입 합니다. 카르아 나이 14~6살에 머리카락이 하얗게될판 입니다.

 

느닷없이 새로운 인물이 가세 합니다. '엘치네' 불속성 여자 마법사 입니다. 마신과의 전투에 개입하여 카르아를 도와 줬습니다. 그녀는 도로시가 그토록 경멸하는 왕슴가를 소유하고 있으며 등장하자마자 카르아는 또다시 대역죄인이 됩니다. '내가 왜 이런꼴을 당해야 하지?' 보지도 않은 슴가를 봤다고 도로시는 카르아를 매도 합니다. 카르아를 더러운 돌맹이 취급 합니다. 그리고 마녀로 몰려있는 아줌마의 아들 '로카'가 파티로 참여 합니다. 10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소유하고 있으며 카르아를 가지고 놀정도인데도 가정교육이 잘되어서인지 일선을 넘지는 않고 파티의 두뇌로써 활약을 합니다.(이후 파티로 계속 참여하는 듯...)

 

이제부터 카르아 수난사 제2탄 입니다. 도로시가 앞뒤 재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 줄려는 의도는 무력하게 가족을 보내야 되었던 것에 기인 합니다. 그날 수도가 함락될때 따로 떨어져있던 도로시는 전화를 피할 수 있었고, 그대로 도주가 가능 했습니다. 그때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이있지 않았을까... 늘 이런 죄책감에 사로잡혀야 되었고, 이것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곤 하는 말이 "카르아는 이런 나를 반드시 지켜줄테니까."(대충 비슷할겁니다.) 말이야 방구야... 그녀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왕비(도로시 어머니)의 부탁을 받았다곤해도 차마 버리지는 못해도 한대 줘패야될 분위기 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엘치네와 협동으로 마신을 쓰러트리고 이를 조종한 배후를 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1권에서 도로시를 붙잡아 인신매매 할려고 했던 '잭 라브로'가 또다시 등장 합니다. 이녀석이 밀림 한가운데에 왜 있냐고.. 소리 지를뻔 하였습니다. 이녀석은 범죄종합셋트 상사의 우두머리로 손을 안되는 범죄가 없을정도인데 이번엔 마신... 아담(로봇류)을 발굴해서 제국을 뒤엎을거라고 소리치며 카르아 앞에 나타났습니다. 마신을 이용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대충 등장하는 인물을 다 모였군요. 아... 1권에서  열차 파이트를 벌였던 안나마리와 시즈도 나옵니다. 옹케도 카르아 일행이 밀림으로 향했다는걸 알고 찾아 왔군요. 뭐 단순히 기믹(gimmick)에 지나지 않는 페어로 보이긴 합니다만... 여튼 1권에 이어 또다시 카르아 + 엘치네와 잭 라브로의 대결 입니다. 잭은 아담을 3기나 대동하고 나타나 카르아 일행을 몰아 붙이고 카르아는 엘치네와 합체마법으로 위기를 타파하는데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현란 그자체가 아닐까할정도로 박진감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딴 곳으로 돌려서, 이번에 도로시의 성격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나왔습니다. 그녀가 왜 이렇게 암걸리는 행동을 하는가, 위에서도 썼지만 그녀는 전화(戰火)에서 가족을 구하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그것도 자기보다 어린 여동생 둘도 포함) 그래서 외면하지 못 합니다. 누군가가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을요. 언뜻 보기엔 성녀가될만한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자신에게 힘이 있든 없든 중요한게 아니라 구할 마음이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는 것에서는 결코 성녀는 될 수가 없다는 것 입니다. 코뿔소 앞을 가로 막는다고 코뿔소가 멈출거라는건 지나친 비약 입니다. 그냥 뿔에 받혀 죽을 뿐이죠.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 입니다. 도로시는 만용을 일삼습니다.

 

용기라는 것은 마녀로 몰린 아줌마의 아들 '로카'를 말 합니다. 용기는 마신으로 인해 마을이 쑥대밭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갔지만 굴하지 않고 힘을 모아 마신을 쓰러트리자며 옳곧게 말하는 것 입니다. 용기와 만용은 종이 한장 차이 입니다. 혼자서 나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조력을 구하고 조리있게 간청하고 논의하고 그렇게 한발식 나아가는 것 입니다. 도로시는 이것이 없죠. 그래서 보는내내 짜증을 유발 합니다. 그 대부분의 뒷치닥거리는 카르아 몫 입니다. 이번에도 구르고 토하고 피맛보고 기절 합니다. 그렇게 몰고간 주제에 카르아가 다치면 도로시는 폭주 합니다. 마왕의 딸답게 마력을 뿜어냅니다. 그럼에도 진흑탕을 뒹굴고 아무대나 자고, 아무거나 먹고, 잠자리에 불평불만은 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도한 것이 좀초럼 종잡을 수 없는 기행으로 독자를 곤란하게도 합니다.

 

카르아 회상에 나오는 왕비는 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코 딸을 제멋대로 키우지 않았을 거라는 인상인데 어째서 도로시는 제멋대로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멸시하고 조롱하면서도 안보이면 찾고, 다치면 걱정하고, 병주고 약주고, 사춘기와는 다른 덜성숙한 성격? 중세시대를 지나 근대 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이라도 14~5살이면 어느정도 제앞가림은 하는 나이 입니다. 필자가 너무 몰입해 현실과 이상을 혼동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작품의 작가는 독자가 암걸려 죽기를 바라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카르아도 딱히 좋른 성격은 아닙니다. 그는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 도로시와는 반대로 타인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도로시와 맨날 싸우는 요인은 여기에 있습니다. 카르아는 어쩔 수 없는게 자신의 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입니다. 당장 뒷쫓아오는 제국 군인 두명에게도 쩔쩔매는 형편 입니다. 그것 말고도 좀더 파고 들어가면 내면 깊숙이 인간 혐오증에 걸려 있기도 합니다. 어릴적 학교에서 받아야만 되었던 급우들의 경멸에찬 시선, 마법사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 도로시를 부탁하는 왕비에 대한 부담, 그리고 마왕국은 처들어오는 제국군에 맞서 전원 옥쇄 하였습니다. 의리와 체면을 내세워 체제를 의식하는 행위, 한마디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인간 세계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인간들과 관계를 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도로시와 반대되는 성격이랄까요.

 

여튼 그렇게 잭과 싸워 나가면서 우정을 싹틔운 엘치네는 카르아의 뒷통수를 칩니다. 꼭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제자가 나오는게 아니라는걸 말하는 것처럼 엘치네 또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빠져 제멋대로 세상을 평가하고 좌절하고 삐둘어집니다. 그녀의 과거가 나왔을때 엑스트라치곤 과하게 페이지를 할애한다는 느낌이었는데 계속해서 등장할려나 봅니다. 도로시는 왕슴가인 그녀를 경계하고 틈만 나면 줴패는 만행을 저지렀는데 그 대가를 카르아가 받게 되었습니다. 카르아는 언제까지 이런 고생을 해야될까요. 물론 안전한 이웃나라까지 갈동안 끝나지 않겠죠. 

 

딱히 큰 내용이 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었습니다. 도로시 성격을 재차 확인하고, 카르아는 또다시 구르고 다칩니다. 왕슴가 여 마법사가 파티로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 두었구요. 그리고 본편은 약 200페이지 입니다. 그리곤 가격이 7천원... 후덜덜한 NT노벨이랄까요.


 

  1. 1, 작품내 크기를 재는 단위는 미터가 아닌 다른걸 쓰지만 표현보면 대충 미터로 칭해도 될 듯 하군요.
  2. 2, 구시대 유물, 아담이라는 로봇류중 하나
    전쟁에서 쓰이는 거대로봇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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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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