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는 빵(1)을 굽는 가마터에서 이웃의 기가세고 할 말 다하는 속칭 건방진 '파리야'라는 동성을 만나 친구가 됩니다. 파리야는 아미르와 대칭되는 인물 입니다. 말수가 적고 과묵하지만 눈물이 많은 반면에 파리야는 말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않으며 좋지 않은건 좋지 않다고 분명히 말하는등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재수없어나 분위기를 살피지 못한다'를 들을법한 캐릭터 입니다. 그래서 건방지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시집을 못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짜로 '재수없다' 같은 극단적인 비호감 캐릭터가 아닌 단순히 불합리를 못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고칠려는 타입 입니다. 여튼 가마터에서 우왕좌왕하는 아미르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등 이야기하다보니 쿵짝이 맞아 친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신도 건방지다고 자각하고 있고 고칠려고도 하는등 제법 모에성이 띄는 캐릭터랄까요.


그렇게 일상이 흘러가던 어느날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마는데요. 얼마전에 다른 곳으로 시집 보내기 위해 아미르를 되찾으러 왔다가 돌아간 아미르 친정 친척들이 대거 아미르 탈환 2차전을 걸어 옵니다. 아미르 아버지는 재산과 땅을 위해 딸들을 사지로 내몬 결과 아미르 동생 둘은 시집가고 얼마뒤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여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는 이웃 부족에 갖다바치듯 딸들을 보내어 사망하게 이른 것도 모잘라 딸들이 사망하자 재산과 땅을 잃을 것이 두려웠던 아버지는 시집간 아미르에게 손을 뻗친 것인데요. 하필 밖에 있었던 아미르와 그녀의 남편은 이들의 눈에 띄는 바람에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아미르의 남편, 그리고 시댁이 얼마만큼 아미르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마을에서 비교적 유지에 속하고 남편 나이도 적당한데 반해 혼기를 놓쳐도 한참 놓친(2) 20살이나되는 여자를 받아 주었던 만큼 시댁이 아미르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하는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입니다. 간혹 황당한 일을 저질러서 시댁의 혼을 빼놓기도 하지만요.(3)


본론도 없이 뭔말을 늘어놓느냐고 하실텐데요. 아미르의 친척이 처들어 왔을때 시댁은 아미르를 지키기위해 자기들이 주축이 되어 마을 입구에서 전선을 펼치고 아미르의 친척들을 흠씬 두들겨 패줍니다. 마을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아주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숙부에 의해 끌려가기 직전인 아미르를 목숨을 바쳐 구해주는 남편... 시댁이 얼마나 아미르를 마음에 들어하는지는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가 아미르를 감싸고 있는 장면에서 잘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12살 밖에 안된 남편이 칼을 든 성인을 상대로해서 자기를 지켜주었습니다. 진정으로 무엇이 소중한건지 깨달은 아미르,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가 정해준 상대를 만나 정을 붙이며 살아 왔습니다. 아무래도 연애기간 없이 결혼한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반동은 컸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젠 처가는 아무래도 좋고 오로지 남편만을 바라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 버린 아미르는 이제야 연애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곤 대뜸 나가서 대빵큰 사슴을 잡아와서 서방님이 먹고 싶어 하던 걸 잡아 왔어요. 이럽니다.


가족의 소중함, 아미르 친척에 의해 저질러지는 만행을 막아서는 에이혼 가의 사람들에게서 응당 가족은 지키는 것이다라는걸 잘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거기에 응답해주는 아미르...


시동생의 혼수 이야기가 나오고 혼수품이 나오고 수작업으로 그린 공예품은 감탄을 연발하게 합니다. 작가의 장인정신은 어디까지인가 같은 주제로 토론을 펼치면 몇날 며칠을 소모해야 되지 싶군요. 그리고 대사가 없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표정만으로 유추가 가능한 진행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거기에 유부녀를 주인공으로해서 이렇게까지 몰입도를 높이는 작가는 드물지 싶군요.


그리고 그동안 신세지고 있었던 민속학자 스미스가 아미르의 시댁인 에이혼 가(家)를 떠납니다. 사실 스미스 덕분에 아미르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출연 비중이 낮아 이때까지 언급은 안했지만 3권부터는 스미스의 시선으로 작품이 당분간 진행이 되는지라 어쩔 수 없이 언급 해봅니다.


 

  1. 1, 정발본에서는 빵이라 언급되어 있는데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다르게 불리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막상 기억해낼려니 빵 이름이 생각 안나는군요.
    역자도 생각이 안난걸까요?
  2. 2, 요즘도 이슬람계에 조혼풍습이 남아 있나 봅니다만...
    우리네 조선시대도 그렇고 이시대에는 평균적인 혼인 나이가 어렸습니다.
  3. 3, 활을들고 나가서 동물을 사냥해온다거나 시어머니의 말을 오해해서 홀딱벗는다거나..
    참고로 시댁은 정착한지 몇대나 지나서 활은 더이상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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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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