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포주의]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외전 -소드오라토리아- 6권
이번 에피소드는 그동안 히로인으로 나왔던 레피야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까무짭짭한 피부의 아마조네스 자매 티오네와 티오나(이하 자매)의 이야기인데요. 작가가 자매에 대해 슬슬 개연성을 부과해주려고 날 잡아서 6권을 쓴 듯한 게 이번 에피소드에서 서술한 자매들의 이야기는 던전에서 그동안의 몬스터 대군과 데미 스피리트에 맞서서 죽을 정도로 활약했던 레피야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진지하고 잔인하고 그로테스크 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어서 과연 이게 인간으로써 걸어온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절함이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미궁 도시 오라리오를 벗어나 타국이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시작하는데요. 본편 8권에서 오라리오를 침공한 옆 나라의 이야기는 이냥저냥 흘러갔던 반면에 이번엔 [로키 파밀리아] 그중에 자매의 본국이자 아마조네스의 나라 '텔스큐라'가 자매의 이야기 시작점이 됩니다. 글레디에이터라고 아시는지요. 고대 로마의 검투사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원형 경기장에 죄인이나 투사를 집어넣고 사투를 벌이게 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한데요.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살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동족을 숱하게 죽여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1) 태어나 걸을 때부터 동족과 싸워온 자매가 5살 때 Lv.2 올라 섰다고하면 얼마나 혹독한 환경이었는지 대충 이해가 가실겁니다. 본편에서 벨이 Lv.2로 올라서기 위해 미노타우르스와 격전을 치루는데도 그 지경이었는데 나이 5살에 Lv.2라면 그 혹독함은 이루말 할 수 없이 크겠죠.
필자는 자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되나 30분째 망설였습니다. 윤리관이나 사회관, 도덕등을 배우지 못하고 오로지 살육만 배워온 자매가 이토록 선량한 마음을 품게 되었을까 하는 설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것은 너덜하게 뜯어진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티오나가 주워온 영웅에 대한 이야기, 본편 벨이 영웅을 선망하여 오라리오에 왔듯이 티오나의 마음에도 어느 날부터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피어나게 되는데요.
마치 한치도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한줄기의 빛을 만나 구원받은 것처럼 티오나의 마음에도 한줄기의 빛이, 하지만 그쯤 티오네에겐 엄마와 같았던 룸메이트를 죽인 것에 절망하고 고통에 찬 마음을 품은 채 피폐해져 갔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개연성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배운 것이라곤 살육 밖에 없는 여자 애가 책 한 권으로 마음이 생겨났다는건 믿기 힘들긴 할겁니다.
여튼 그러던 어느 날 자매는 서로 상반된 마음을 가슴속에 품은 채 자매는 조국을 떠납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지 못해 숱한 고생을 하며 도착한 곳은 미궁도시 오라리오, 거기서 자신을 꺾은 [로키 파밀리아]의 핀에게 한눈에 빠져버린 티오네(2), 영웅 이야기에서 남을 위해 웃는다는 영웅에 감복하여 아무리 힘이 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티오나는 언니가 가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갈 각오 입니다. 이때 자매의 나이는 10살, 이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족이라곤 언니 혹은 동생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클리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현재, 식인 꽃을 찾아 오라리오 근처 항구도시 멜렌에 [로키 파밀리아]의 주신 포함 여성 모험가들이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매의 나라 텔스큐라를 다스리는 주신(로키 왈: 똥꼬마)과 10여 년 전 자매를 거의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아마조네스 아르가나&바체가 찾아오면서 일촉즉발이 아니라 처절한 사투의 서막이 오르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먹이였을 자매를 나라에서 나가게 했다는 것을 후회하며 처절한 싸움을 걸어오기 시작 합니다. 그러나 자매는 과거의 잔상을 지우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어둡고 괴로운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자매는 싸우기로 합니다.
자매의 이야기는 클리셰를 동반할 수도 있지만, 전투신은 머리에 자연스레 그려질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자매가 내비치는 살아가고 싶다는, 누군가를 지켜주고 기대고 싶다는 감정이 그대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아르가나와와 바체와 싸우며 곧 무너질 듯하면서도 동생은 언니를 언니는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가슴을 후벼팝니다. 기댈 곳 없이 무너질 듯 살아가는 언니를 지탱하려는 동생, 살아오면서 비로써 누구 덕분에 구원을 받게 되었는지 깨달아가는 언니의 마음은 애절합니다.
이거 참, 필자는 6권을 다 읽고 작가에게 이렇게 하소연하고 싶었습니다. '본편에서 이렇게 써주면 안 되나요?' 표현력이 빈곤한 필자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뿜어내는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최고!!!' 라고 해도 애매하겠죠. 뭐가 최고인데?라고 물어 오셔도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굳이 표현하라면 본편 3권의 이야기를 열배 응축한 느낌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사람이 제대로 된 뭔가를 만나면 이런 표현도 하죠. 진국이다. 진국!이라고요. 필자가 그동안 추천은 간혹 해도 이렇게 흥분한 적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본편 7권에서 벨이 [이슈타르 파밀리아]를 뭉개고 구출한 '하루히메'의 등장입니다. 본편 7권에서도 그러더니 벨에게 구해지기 전의 하루히메가 등장하는 신은 여기서도 상당히 애잔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군요. 하루히메가 구원받을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은 필자가 애써 잊고 있었던 우울함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여담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본편 5권 후반과 6권 초반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보면 본편 7권하고도 이어지기도 하는데 7권을 읽었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거나 연계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글이 길어지는데요. 조금 더 쓰자면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건 벨이 영웅을 동경해 모험가가 되고 던전에 내려가 인연을 쌓으려는 마음이 고대로 자매에게 옮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티오나는 어릴 적 읽었던 영웅 이야기는 자매가 세상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도 모자라 사람들을 죽였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자신들을 구해주러 온 [로키 파밀리아]의 동료들에게서 어느새 인연이라는 끈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실 초반 느닷없는 자매의 이야기로 거부감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이야기 구성에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자매의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게 아니었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그녀들에게도 이런 개연성을 부과함으로써 필자와 같은 느낌을 이제부터라도 지우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상당히 시리어스 해졌지만요. 복선이라던가 조금 더 이야기할게 있지만 길어지니 이쯤 끝내겠습니다.
- 1, 아마조네스는 어느 종족과 번식해도 반드시 아마조네스 여자 밖에 태어나지 않는 모계 사회라고 합니다.
- 2, 아마조네스는 자신보다 강한 남자에게 본능적으로 홀딱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후반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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