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7대 씨족이 모여서 회의를 여는 '쿠릴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왕은 이 자리에서 인간과 공존을 바라고 그 길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호전적인 씨족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인간과 전쟁을 외치는 통에 마왕의 두통은 심해져만 가는데요. 마왕이 재위하고 벌써 2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인간과의 전쟁으로 마족은 개문 도시를 빼앗기고 인간은 극광도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공존을 바라는 마왕에 의해 마족은 개문 도시를 탈환하고 인간은 극광도를 탈환하여 지금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굴욕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우연찮게 네가 마왕의 자리에 앉았길래 우대해주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마냥...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 우두머리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멸시와 노골적인 비아냥하는 듯한 말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흑기사(용사)가 호위로 붙어 있지 않았다면 뭔 일 터져도 반드시 터졌을 사태에 직면하면서도 마왕의 기개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또 다른 카리스마를 느껴지기도 합니다.


교착 상태를 끝내고 영원한 공존을 바라며 쿠릴타이에 임하는 마왕은 호전적인 씨족들을 구슬려 어떻게든 평화를 이끌어 내려고 하지만 녹록지가 않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고수하고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얌전파가 있는가 하면 평화가 좋다며 마왕에게 전적으로 지지를 표하는 씨족도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분위기는 정전&공존을 향해 조금식 나아가지만 어떻게든 인간을 쓸어버리고 싶은 호전적인 씨족 한 x이 마왕 퇴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분위기는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됩니다.


인덕(여기선 마덕?)이 참 중요하다는 걸 잘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했습니다. 용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정령족은 마왕 편이고 마왕 덕분에 평화롭게 사는 것에 만족하는 씨족이 있는 가하면 자신의 딸과 인연이 있는 용사를 가지고 있는 마왕을 좋게 보는 씨족도 있고요. 어렴풋이 마왕의 뜻을 이해하고 동조하려는 씨족도 있었습니다. 이걸 보아 사람이든 마족이든 착하게 살면 복받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되기도 하였군요.


그렇게 인덕(마덕?)이 있었는지 가까스로 퇴위를 면하게 된 마왕,<- 이거 심각한 스포일러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이건 엔딩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인지라 굳이 언급해봤습니다. 어쨌건 이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마덕(인덕?)이 컸던 게 주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옛날 선대 마왕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씨족 대표를 날려버린 일이 있었는데 지금의 마왕도 용사를 동원하면 마족 멸절도 가능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왕이 슬퍼할 테니 하지 않은 것뿐, 그만큼 마왕은 인간과 공존을 바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재미없지만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옳고 그름은 누구의 판단을 기준으로 삼는가 하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포악하고 호전적이고 일그러진 인간이 있듯이 마족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마왕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반대되는 것도요. 그렇기에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공평하게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죠. 자신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힘에 의지하지 않고 모두와 화합이라는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짠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의문의 화살이 마왕의 가슴에 꽂히면서 사태는 극박하게 돌아가는데...


또다시 용사에게 플래그를 세우는 듯한 로리가 나오면서 마왕은 또다시 불안한 미래를 엿보는 등 사뭇 진지한 이야기 일색이었습니다. 여기사와 메이드 자매가 나오지 않아 좀 심심했지만 마왕이 하고자 하는 일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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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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