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4권 리뷰
중립 도시 [휴렌]의 길드 지부장의 퀘스트를 무사히 클리어하고 겸사겸사 용인족 티오도 주워온 하지메 일행은 휴식할 사이도 없이 해인족 '뮤'의 유괴 사건에 휘말리는데요. 뮤는 3~4살 여자입니다. 바닷가에서 엄마와 떨어진 뮤를 범죄 집단이 유괴해서 노예로 팔려고 휴렌으로 납치 해왔고 뮤는 도망치다 지하수로에 빠져 버렸습니다. 떠내려가던 뮤를 구출한 게 하지메와 시아였고요. 귀엽고 앙증맞은 것에서 단숨에 마음에 들었지만 하지메는 앞으로의 힘든 여정을 생각해 경찰에게 맡겼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또다시 납치는 당해버리는 것과 동시에 시아마저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는 범죄 집단에게 하지메의 이마에 +자 핏줄이 새겨지게 되는데요.
하지메는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마물 포함)에겐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그게 설사 신(神)이라고 해도요. 막 만났지만 정이 들어 버렸던 뮤를 납치한 것,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시아를 내놓으라는 것에서 이것들을 적이라 판단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들어갑니다. 그저 아멘~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유린극이 시작되는군요. 코믹적인 전개로 그냥 따끔하게 혼내주는 차원이 아닌 시리어스하게 피가 튀고 살이 날아다니고 구워져 탄화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것이 리얼 세계다라는 것마냥...
여기서 눈여겨볼 장면은 시아가 아닐까 했습니다. 자신의 종족이 인간에게 잡혀가 비참한 노예로 살아가야 했던 울분, 뮤에게서 과거 자신의 종족의 그림자를 봤던 것인지,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기 위해 그의 적이라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는 걸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범죄 집단 본부를 티오와 박살을 내 갑니다. 두목에게 샷건을 날리고 아무렇지 않게 고문(?) 하는 장면에서는 귀기가 어려 있었습니다.
여튼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뮤를 고향으로 데려다주는 퀘스트를 받아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이때 뮤는 하지메를 오빠에서 아빠로 호칭을 변경해버렸고, 유에는 뮤의 귀여움에 사족을 못 씁니다. 고생한 건 시아인데 어째 찬밥이 되어 버렸습니다. 티오는 변태 짓 하다가 하지메가 날린 따귀 맞고 하악하악 거리고요. 여길 분기점으로 하지메의 성격이 명확하게 정립이 된다고 할까요. 이전엔 감정을 버린 채 세상 모두 적으로 돌릴 거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젠 자신을 적대하지 않으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다는 분위기로 바뀝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들린 여관 마을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용사 코우키가 이끄는 클래스 메이트와의 조우, 이들은 여전히 오르크스 대미궁(1)에서 실전 훈련 중이었고, 그렇게 90층에서 습격해온 마인족을 만나 격전을 치르지만 코우키의 삽질과 강대한 마물의 공격에 막혀 생사의 시로에 서게 되는데요. 거기를 하지메가 개입하게 되면서 극중 분위기 반전이 일어납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왕따의 대상, 이 세계에서는 무능이라는 딱지를 씌우고 괴롭혔던 인물이 자신들은 한 마리도 버거웠던 마물을 한 손으로 찌부러 트리는 걸 목격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다시 운명적인 만남, 히로인 카오리는 중학교 시절부터 하지메를 좋아하는 감정을 품어 왔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반에서 여신 취급받는 위치에 있음에도 다들 오타쿠 밥맛이라고 여기는 하지메에게 끝없이 말을 붙여 왔던 것이 화를 키웠다는 걸 모른 채, 짝사랑을 키워 왔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카오리를 사모하고 하지메를 시기했던 남자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하지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울분은 그녀를 성장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 90층에서 손쓸 방법도 없는 마인족의 공격에 죽음 직전에서야 하지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죽음 직전의 히로인을 구해주는 주인공의 클리셰일 수 있습니다. 마력이 떨어지고 움직이지 않는 동료를 끌어안고 그저 다가오는 죽음을 맞아들이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눈물을 떨구는 히로인, 그리고 멋지게 등장하여 죽음으로부터 구해주는 주인공, 그리고 시작되는 주인공의 무쌍, 그래서 이 장면이 들어간 챕터 제목을 '무능 무쌍'이라고 지었지 않나 했습니다. 차원이 다른 하지메의 무쌍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지고요. 시아가 날파리가 날아다니나 하며 휘두른 망치에 용사 무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몬스터들은 잡몹처럼 날아갑니다.
유쾌하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했습니다. 단순히 실력이 달리는 애들을 구해주며 우위성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 예전 모 미국 드라마에서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창시절 날 괴롭혔던 너는 지금 피의자고 나는 수사관이 되었다.'의 카타르시스, 미운 오리 새끼가 오리들에게 외면을 받고 힘든 겨울을 나고 우아한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느낌의 카타르시스를 필자는 여기서 느꼈습니다. 하지메는 무덤덤한 행동을 넘어서서 네놈들 상황은 알/바 아니고 적대하는 녀석은 다 죽이겠다고 이 자리에서 선언까지 합니다. 아웃사이더 같은 주인공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으면 어디서 느낄까 했군요.
다음날(아마도), 다시 길을 떠나는 하지메 일행에 카오리도 따라나섭니다. 다들 키모오타(밥맛 오타쿠)라 손가락질 해도 카오리는 하지메는 사실 누구보다 타인을 위하는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삥 뜯기는 할머니를 구하는 하지메를 본 순간부터, 그리고 일부러 90층까지 와서 자신들을 구해준 것에서(사실 하지메는 카오리를 구출하려고 왔을 뿐인), 그녀는 3년이나 품어온 마음을 면전에 대고 고백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늘 본질을 못 보고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착각 대마왕인 코우키는 당연하게 길길이 날뛰지만 실력은 하지메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지라...
맺으며, 이로써 또다시 여행 길동무가 늘어났습니다. 90층에서 악하게 변한 하지메에게 진짜 그가 맞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곧 본질적으로 착한 속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카오리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부딪히기로 하는데요. 이것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다들 닭 쫓던 개가 된 기분이 된 클래스 메이트를 보고 있으니 통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걸로 분열이 시작된 분기점이기도 하지만 훗날의 일은 훗날에 걱정하면 되는 것이죠.
3권에서 시미즈를 부추겨 자폭하게 만들었던 흑막이 또다시 등장하며 하지메의 일행에서 암운을 드리우는 복선이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일어 날려는 전쟁의 정체를 알게 된 아이코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납치되면서 일이 극박하게 돌아갑니다. 여튼 코우키의 비이상적인 행동과 언동에 빠직하게 하면서 작가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을 몰입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클리셰와 정도의 길과 사도의 길이 난무하지만 이번 4권은 이전 1~3권보다 몰입도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 1,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진 던전
'라노벨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포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2권 리뷰 (0) | 2017.05.22 |
---|---|
[스포주의]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4권 리뷰 (0) | 2017.05.19 |
[스포주의] 마녀의 여행 1권 리뷰 -때론 잔혹한 동화 같은- (0) | 2017.05.13 |
[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2권 리뷰 (0) | 2017.05.08 |
[스포주의] 레알리아 2권 리뷰 (0) | 2017.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