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볼썽사나운 베이트 에피소드 차례입니다. 작품 초반 자기들이 놓친 미노타우로스에 의해 죽을뻔한 벨을 올리는등 강자의 입장에 서서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괄시하고 매도했던,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건만' 하는 배경음이 들릴법한 그가 어째서 이런 배배꼬인 성격으로 자라났는지 성장 배경과 그의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죽음이라는, 진실이 한 꺼풀 벗겨집니다.


사실 필자는 남정네가 살아온 일생을 그린 일기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베이트는 이번 에피소드 이후에도 또 입에 걸래문 것 같은 말만 내뱉는 역할만 할 테니까요. 뭐, 이 이후 '알고 보니 이 녀석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같은 비호감에서 차도남같이 호감형으로 변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7권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블스 잔당을 소탕하려다 되레 분단 되어 [타나토스 파밀리아]에 의해 각개격파 당했던 [로키 파밀리아]는 하급 단원을 대거 잃어야만 했는데요. 소탕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리네'라는 힐러가 베이트에게 고백을 하면서 사망 플래그를 세웠고 종반엔 결국 회수되고 말았죠. 그로 인해 베이트의 약자 배척론은 더욱 가속화되어 버리고 살아남은 단원들과 반목을 형성하기에 이릅니다.


어쩔 수 없이 가시방석인 홈을 떠나 거리로 나온 베이트에게 웬 아마조네스 소녀 '레나'가 베이트 앞에 나타나서 느닷없이 고백을 해옵니다. 다짜고짜 안겨 붙으며 애를 낳아 줄게라든지 데이트 하자는 그녀를 떨쳐 내지 못하고 휘둘리기 시작하는 베이트, 사실 이블스 잔당을 비롯하여 [타나토스 파밀리아]를 쳐부수기 위해 어떤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베이트에게 있어서 레나는 중요한 정보를 가진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클리셰라는 것이죠. 다짜고짜 비꼬자면 악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가진 여자를 보호하며 악의 조직과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 약속된 전개처럼 레나는 악의 조직의 타깃이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악의 조직은 [타나토스 파밀리아]와 이블스 잔당이 되겠고요. 자신들의 거처 열쇠를 가진 듯한 아마조네스들을 습격하던 차에 레나도 그들의 마수에 걸리고 맙니다. 당연히 베이트도 엮이게 되고 필사적으로 그들에게서 레나를 지켜가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간간이 비칩니다.


레나에게서 과거를 떠 올리는 베이트, 과거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근원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하고도 연관이 있고요. 초원을 누비던 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나 생활하던 어느 날 보스 몬스터의 습격으로 가족과 연인을 잃고, 도시로 나와 다시 싹튼 사랑하는 여자를 던전에서 잃은 그는 약하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삐뚤어져 약자들을 괄시하고 매도하고 그랬던 거, 약한 것들은 찌그러져 있으라는 그, 돌이켜보면 이건 매도가 아니라 매질이라는 걸 눈치 빠른 사람은 알고 있었다고 서술하기도 합니다. 손은 두 개 밖에 없는데 지킬건 너무나 많았던 그에게서 많은 것들이 떠나갔습니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겉으론 냉혹하게 속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결론은 츤데레라고 로키가 폄하하면서 심각했던 분위기는 한순간 웃음바다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맺으며, 죽음이 오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상황을 연출하긴 했지만 [로키 파밀리아]의 59계층 전투보단 심각한 건 없었습니다. 필자가 감정이 메말라서 그럴 수도 있고 많은 작품을 봐오다 보니 이런 전개에 식상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보고 있자니 엔딩은 저렇게 흘러갈 거야 했던 게 진짜로 그렇게 흘러갔을 땐 좀 허망했군요. 내용적으로 보면 무난한 흐름이고 해피스러운 결말이긴 한데 말입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작가도 이번 이야기가 클리셰라는 걸 알고 있는지 드물게 개그가 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일 예로 '주문은 늑대입니까?'라든지... 후반부는 더 이상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베이트와 [로키 파밀리아' 모두가 모인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결론은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지고 있어서 클리셰면 어떠하리 같은 기분도 없잖아 있군요.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9)
라노벨 리뷰 (901)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