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환수 조사원 2권 리뷰
이번 이야기는 우리도 아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는 용사와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욕심 많은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라기 보다 지방 영주 딸)는 독설가로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어느 남자처럼 매일을 숲에 들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합리를 독설로 풀고 있었더랬죠. 성격 파탄자인 그녀, 가령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뭘 봐! 개구리같이 생겨선(비슷할 겁니다.)' 같이 주변에 적을 잔뜩 늘려가기만 했죠. 그런 자신의 성격을 고치기 보다 주변에서 그런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며 오늘도 숲에서 독설을 날려대다 그만 드래곤에 납치되고 말아요.
'페리'는 그런 그녀를 구출하려 지나가는 '용사'와 용의 둥지로 가죠. 이대로 뒀다간 용이 토벌될 수 있으니까요. 환수 조사원인 그녀는 인간과 환수가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다툼을 중재하고 끝끝내 발을 잘못 디딘 환수와 인간을 벌하는 일을 하고 있죠. 여튼 찾아간 드래곤 둥지에서 본 공주는 잡아먹혔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새근새근 자고 있었는데... 가기 싫다고 땡강 부리고 페리에게도 독설을 날려대는 등 10대에 벌써 세상을 다 살은 듯한 모습이 장난 아니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하러 와준 지나가던 용사에게 푹 빠져버림으로써 보는 이를 황당케 하기도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셀키'라 불리는 바다표범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어리석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표범 가죽을 벗어놓고 놀고 있던 셀키에게 푹 빠져버린 남자는 가죽을 숨겨 버려요. 셀키는 가죽을 벗음으로써 인간이 될 수 있어요. 그것도 선녀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선녀의 옷이 여기선 표범 가죽으로 대체되었다 할 수 있죠. 여튼 가죽을 잃어버린 셀키는 하늘로... 아니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남자는 그녀를 집에 데려가 와이프로 삼아 버려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 잘 사던 어느 날 선녀 옷을 발견한 선녀처럼 셀키도 가죽을 발견하고 말아요.
여기서 시사하는 것, 첫 번째는 동화처럼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만 드래곤에 잡혀간 자신을 구출한 용사와 공주는 맺어져 정말로 잘 살까? 공주는 마을로 돌아와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산을 바라봐요. 자신이 아무리 독설을 날려도 대꾸하나 없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던 드래곤과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어 보이는 마을, 고쳐지지 않는 성격,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는 용사 사이에서 그녀는 무얼 느낀 것일까. 아무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읽는 사람에게 그걸 유추하도록 유도를 하죠. 용사와 드래곤이 싸울 때 드래곤이 미쳐 날뛰던 모습은 마치 이 아이의 존재를 거부하는 마을로 돌려보내기 싫다는 것만 같았군요.
두 번째, 흔한 서로 다른 종이 맺어져봐야 좋은 꼴을 못 본다의 전형인데요.. 그리고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숨기고 그녀를 와이프로 맞아들이는 건 범죄 행위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현대에 들어와 선녀와 나무꾼은 재해석이 되고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벌을 받는 것처럼 나무꾼은 선녀가 있는 하늘로 못 올라가게 되고, 셀키를 잃어버린 남자는 바다만 바라보다 늙어 갑니다. 셀키가 떠난 후 새로 맞아들인 부인에게서 얻은 딸은 그런 아빠가 죽도록 싫었어요. 그래서 저주를 부려 셀키들을 못살게 굴기도 하죠. 페리는 남자의 의뢰를 받아서 셀키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사기당한 셀키는 남자에게 돌아가길 거부하고 말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나,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남자는 셀키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셀키는 그런 그를 바라보죠. 그리고 페리의 독백만 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것마냥 잔잔하게 흘러갔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순식간에 세계 멸망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져듭니다. '히드라'라는 환수의 등장, 머리가 아홉 개인 뱀이 세상을 멸망 시키기 위해 나타나요.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환수 조사관(페리는 조사원)들이 표면으로 나서면서 엉뚱하게도 환수와 인간 사이 전쟁 발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져가요. 페리를 좋아해서 붙어 다니는 어둠의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의 왕(환수)을 포박해 히드라에 대응한다는 조사관들의 행위에 반발해 앞을 가로막는 페리, 인간과 환수의 공존을 바라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사관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인간과 환수가 가진 균형을 깨트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려는, 영역을 넓히며 환수를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이 인간들에게 있음에도 자신들을 피해자라 여겨 균형을 깨트리려는 인간들과 공존을 바라며 포박이 아니라 불의 왕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하려는 페리와의 극단적인 대립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가요. 페리는 마치 자기 나라에 쳐들어온 외국 군대에 맞서 명분을 주는 것보다 무대응으로 일관해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합니다. 어둠의 왕이나 불의 왕이라면 세계를 멸망 시키고도 남을 힘이 있기에 조사관들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님에도요. 보기에 따라 참 바보 같게 느껴지죠.
그러나 바보 같으면 어떻겠습니까. 요점은 평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계를 바라는 건 잘못이 아닌 거죠.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공존을 바라도록 내몰았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1권의 결말은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어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다툼을 막으려 해요. 그런 성격이기에 어둠의 왕이 힘을 빌려주는 것이겠죠. 요컨대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는 건 잘못이라는 걸 설파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의를 갖추면 설사 그게 환수라도 힘을 빌려준다고, 실제로 페리는 환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빌미가 되어 그녀는 거의 이단자 취급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게 아무리 가시밭길이라 해도 자신을 따라와 주는 어둠의 왕 크슈나와 호문쿨루스 박쥐 토르와 함께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마냥... 참 안타깝고 먹먹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맺으며, 뭐랄까... 후반부는 좀 먹먹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해온 일들이 부정 당하고 무엇 때문에 발에 땀나도록 쫓아다녔는지 하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죠. 그럼에도 페리는 또 걸어갑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와 함께요. 그게 '몇 번째인지도 모를 생'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려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눈부시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결코 보상받을 일도 없건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이런 걸까요. 이세계 전생물에 지쳤다면 이런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싶군요.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전개도 보여주지만 동화같이 때론 잔혹하고 때론 먹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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