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사람 불러다 마왕 좀 쓰러트려 달라고 해서 도와줬더니 토사구팽도 모자라 인종차별을 받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래도 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만 해준다면 퉤! 다신 오나 봐라. 하며 신경 꺼버릴 만도 하겠는데 죽이긴 왜 또 죽이고 G랄이신데요.라는 게 주인공 카이토의 마음, 그런데 용사가 쓰러트려야 할 마왕과의 썸씽이 심상찮습니다? '마오유우 마왕용사'처럼 마왕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용사라니요. 1권에서 느닷없이 마왕 앓이를 해대서 뭐 이런 해괴한 일이 다 있나 했더니 시간 역행 순으로 마왕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풀어가는데 둘이 죽고 못 사는 그런 관계였나 보더라고요.


아주 그냥 이부자리 깔아주면 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뒹굴 거 같은, 그런 사이를 갈라놓은 데다 자기를 죽여댔으니 주인공이 가졌을 증오는 쉽게 납득이 되고도 남을 겁니다. 그런데 마왕은 쓰러트리지 않고 되레 신혼집 차리려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이세계 사람들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 하겠어요. 그런데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세계의 마왕도 '마오유우 마왕용사'에 나오는 마왕처럼 딱히 인간들에게 위해를 가할 그런 존재는 아닌 거 같더라고요. 참고로 주인공 눈X리에 콩깍지를 씌운 이세계 마왕의 이름은 '레티시아'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해보자면, 주인공 카이토의 복수 대상자들은 마왕 따윈 딱히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그걸 밑천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컨대 희생양이죠. 그런데 둘이 알콩달콩 거리고 있으니 얼마나 눈에 거슬렸겠어요. 그래서 감언이설 등 착해빠진 주인공을 꼬드겨 마왕과 싸우게 했고 그래서 전부 다 배드 엔딩으로 끝나 버리게 되는, 그래서 주인공이 가지게 되는 증오심은 시장통 뻥튀기 튀기듯 엄청나게 뿔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왜 이런 추측을 내놓냐면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 없어요.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길드 접수원과 여관 여주인뿐... 마왕은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히로인 미나리스? 그녀도 자신이 나고 자랐던 마을 사람들 때문에 나사가 빠져 버렸죠. 미나리스는 자신을 구해주고 복수자라는 공통분모를 안자마자 주인공을 향한 진성 얀데레로 각성해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귀기 서린 모습을 보여줘요. 복수를 준비해 가는 과정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분간을 못하게 해버리죠. 애초에 이 작품에선 선은 존재하지도 않지만요. 지금은 너의 아이를 배고 싶어 전단계까지 갔다고 할까요.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고 진심으로 위험을 느끼지만 뭐 어쩌겠어요. 다 지 팔자죠. 여기서 한가지 좋은 점은 회복술사(1)처럼 주인공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녀석 마왕과 신혼집 차릴뻔했으면서도 동정인 듯...


이번 이야기는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자 살자 쫓아와 목을 따려 했던 모험가 4인방과 직접적인 복수 대상자인 여 마법사 '유미스'의 이야기입니다. 복수와 관련된 건 여느 작품들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으니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죠. 가장 잔인하게, 내가 받았던 고통보다 더 끔찍하게, 그리고 절대 편안하게 죽이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그에 맞는 복수를 해가요. 이 과정에서 복수라는 광기에 먹히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씁쓸하게도 하는데요. 복수를 하고 싶은 거지 살인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라는 주인공의 말은 가슴에 와닿기도 하죠. 그리고 다친 마물을 치료해주는 모습에서 어긋나고 일그러진 착한 심성을 보게 됩니다.


유미스, 그녀를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광기라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이 복수에 먹히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마법 창조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잡아다 마법 매개로 쓸려고 했었고, 이번엔 이복동생을 잡아다 어떤 짓을 저지르게 돼요. 이복동생의 이름은 '슈리아' 엘프의 피를 격세유전으로 이어받아 마법에 있어서 상당한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언니 유미스의 먹이로 전락한 것도 모른 채 꿈과 이상에 젖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다 주인공인 카이토를 만나게 되고 알마 뒤 세상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아 가요. 오로지 마법에 정신이 팔린 언니의 유린극은 세상 물정 모르는 동생까지 집어삼키려 하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에서 제정신인 인간은 길드 접수원과 여관 여주인 밖에 없어요. 아니지, 그러고 보면 위에 언급한 모험가 4인방은 억울하다 할 수 있어요. 주인공 첫 번째 생에서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린 것뿐인데 왜 죽임을 당해야 하지 같은 일이 벌어지죠. 하지만 마왕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뭉갠 죄, 마음에 들었던 마물을 죽인 죄, 그리고 두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이고 미나리스를 노리개로 삼으려 했던 죄, 이거 복수에 해당하는지 진지하게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걸어온 싸움은 털어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단순히 질 나쁜 모험가일 뿐이잖아요. 그냥 팔 다리 한두 개 잘라내고 끝낼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주인공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죠. 딴에는 공과사를 구분한다는 둥 제정신을 붙잡고 있다고 되내기도 하지만 매사 하는 짓은 어떻게 하면 길게 고통을 주며 죽일 수 있을까 이 생각 밖에 안 해요. 그래서 미나리스는 독수공방만 이어갈 뿐이죠. 주인공 전신 다키마쿠라라도 안겨주면 몇 날 며칠은 방에서 안 나올걸요. 그러니 미나리스 또한 제정신이 아니죠. 물론 얀데레로써도 훌륭하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어필하지만 복수에 들어가게 되면 세상에 없는 독이란 독은 죄다 끌어다 주인공을 어시스트 해댑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본격적으로 복수 대상자인 유미스 또한 제정신이 아닌 건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맺으며,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죽였다고 해서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아무 짓도 안 한 사람을 죽이는 건 문제 있지 않나 했었는데요. 2권에서는 그걸 상충하듯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버려요. 모험가 4인방 중 1명은 좀 억울한 면이 있지만 나머지 3명은 사실 뭐 죽어 마땅하긴 했습니다. 미나리스를 노리개로 삼으려 했고 그동안 다른 여자들도 그렇게 먹이로 삼아왔다고 서술하기도 했으니 쓰레기를 치운다는 느낌으로, 다만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목을 따려 했다는 것이나 마왕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유린했다고 죽이겠다는 발상은 좀 너무 나간 거 같더군요. 그들이 마왕과 추억의 장소인지 어떻게 알며, 애초에 모험가란 현상금 등을 먹고사는 존재인데...


물론 주인공이 이런 점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언급 비스름하게 함으로써 논란을 원천 차단해버리는 작가가 능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게 어찌 되었든 내 기분이 좀 그래, 어이가 없네? 뭐 그런 기분? 유미스의 경우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그 뭐시냐 매드 사이언티스트랑 비슷하다고 하면 될까요. 목적을 위해선 사람을 도구와 재료로 이용하는, 그걸 위해선 이복동생도 희생 시키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유미스에 대한 복수는 좀 개연성이 있어 보였군요. 그전에 마왕전에서 뭔가 저지른 게 또 있는 거 같지만요. 


 

  1. 1. 회복술사의 재시작 - 츠키요 루이 작가의 라이트 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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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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