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7권 리뷰
엘프 궁수는 제대로 된 모험을 하자고 등을 떠밀어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더니 여전히 고블린만을 잡아대는 그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마신 부활이니 뭐니 세상은 곧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은 등급(1)이면 세상을 위해 헌신 좀 하지?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하는 꼴이란.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그를 따라 고블린을 잡기 위해 동행한 건 좋은데 여자로서의 소중한 무언가는 지나가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고블린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며 엘프 여자 냄새 지운다고 똥물을 처바르질 않나. 고블린 챔피언(영웅)이니 팔라딘(성기사)이라느니 듣도 보도 못한 최강의 괴물을 맞이해 죽을 고비도 참 많이 넘겼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무대는 엘프 마을, 엘프 궁수의 언니 결혼식이 되겠습니다. 언니는 8천 살이나 되었데요. 그런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일러스트, 대체 이 작품에서 엘프는 나이를 어디까지 먹을까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이렇게 오래 살아서 좋을게 있을까, 이 부분은 필자가 그동안 간간이 피력 해왔던 나만 놔두고 움직이는 시계라 할 수 있어요. 엘프 궁수의 언니는 동생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걸 간파하죠. 거의 영원히 살아가는 엘프에게 있어서 인간은 아주 찰나의 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시간축이 틀어질지라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 하지만 못 간다는 걸 그녀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목석같은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주는지는 모릅니다. 언제나 '그런가'만 내뱉으니 알 수가 없어요. 그래도 엘프에겐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어제와도 같아도 인간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조금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요. 그게 무척이나 기쁜 엘프 궁수, 그동안의 고된 모험이 보답받듯 흘러가는 시간. 하지만 그걸 시기하듯 또다시 고블린이 등장하게 돼요. 이거 무슨 코난 가는 곳에 살인사건 일어나듯 고블린 슬레이어 가는 곳엔 언제나 고블린이 있군요. 당연히 퇴치해야겠죠. 엘프들은 회의한답시고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결국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만으로 퇴치에 나서게 됩니다.
이번 고블린 퇴치도 여느 에피소드와 비슷합니다. 섣불리 접근했던 다른 모험가들은 궤멸되어 버렸고, 잔인하게 살해당하거나 능욕 당하는 것등 지독한 장면들이 다소 들어가 있는데요. 이게 좀 리얼리티 있게 표현 해놔서 만화(코믹) 쪽에서도 언급된다면 참 다크 하겠다 싶더라고요. 좌우지간 고대 엘프가 만들었다는 성채에 둥지를 튼 고블린들을 몰살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 그런데 고블린 슬레이어의 고블린 일직선이라는 폐해가 드디어 일어나고 말아요.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어쩌면 고블린 슬레이어도 일종의 PTSD를 앓고 있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보다 심각한 사람이 있었으니...
누나를 앗아간 고블린, 그 복수심과 증오에 몸을 맡겨 끊임없이 고블린만을 잡아온 그가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애초에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여신관이 망가졌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였죠. 1년 반전 첫 번째 파티에서 유린 당하는 동료를 눈앞에서 보게 된 그녀가 짊어져야 될 생명의 무게는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며 줄곧 비슷한 장면을 봐야 했고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느껴갔죠. 그 반동이 이번에 터지고 맙니다. 하지 말아야 될 기도를 올리고 말아요. 생명 존중, 착한 고블린을 찾을 정도로 마음씨 고왔던 그녀는 고블린에게 악의를 들어낸 순간 마음이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애초에 1년 반전 그녀보고 따라오라고 하지도 않았으니 사실 그에겐 책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손 정도는 내밀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에 있어서 접수원 누님과 참 대비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로 인해 보답받는 인생이 있는 반면에 그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 인생이 있다고 할까요. 여담이지만 접수원 누님은 고블린 슬레이어 덕분에 일반 사람들과 초보 모험가가 고블린에게 고통받지 않게 되어 고맙게 여기고 있죠.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반면에 여신관은 그 일선에서 모든 걸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받는 충격은 크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여신관을 도와주는 건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닌 파티원들입니다. 떨고 있는 그녀를 토닥여 주고, 위기에서 구해주고, 보면 이게 정상이고 고블린 슬레이어는 비정상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참 잘 이어간다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모험가를 그만두지 않습니다. 자기가 걸어야 될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생되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신관으로써 이 일이 맞는지 하는 고뇌는 참으로 애달프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두운 길만 펼쳐진 게 아닌 무지개처럼 밝은 날도 있을 거라는 듯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따뜻한 손길에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섭니다.
맺으며, 진화하는 고블린의 복선이 나왔군요. 이러다 목장에서의 전투보다 더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늑대를 길들여 타고 다니고 드래곤을 길들여 마을을 습격하게 하는 등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듯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히로인들이 저마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식 윤곽을 드러내고요. 여기서 흥미로운 게 서로가 남자 하를 두고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친구가 되어 잘 지내는 게 보기 좋더군요. 하지만 고블린 일직선인 그가 히로인들을 돌아봐줄지는 미지수인 게 안타까웠습니다.
- 1, 은등급은 일반 모험가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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