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도쿄침역 : 클로즈드 에덴 3권 리뷰 -그래도 도망은 안 간 것에 높은 점수를-
도쿄 도심에 나타난 미증유의 사태로부터 2년, 렌지와 카나타는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크리티컬 에어리어에 잠입을 합니다. '레이더' 허가받지 않고 크리티컬 에리어로 들어가는 레이더는 법률상 중죄인, 렌지와 카나타 또한 중죄인입니다. 오로지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여행의 결말, 잃어버린 땅과 실종되어 버린 수백만의 사람들을 탈환하기 위해 크리티컬 에어리어를 조사하고 있는 구무청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번 3권은 2권에서 드러났던 구무청의 진실과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 못하게 여겼던 키무라와의 싸움의 결말 편에 해당합니다.
음... 뭐랄까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를 반대로 실천한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부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 생명체와 거기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이라 불리는 영웅과 그걸 시기하고 자기들만 독점하려 들거나 혹은 인류를 위한답시고 정보 통제를 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적나라하게 잘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대를 위해서 소를 기꺼이 희생하려는 집단, 그것이 인류에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실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소를 되찾지 않으려는 국가기관에 맞서 그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하며 활약하는 주인공, 이런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죠.
이 작품도 사실 그래요. 2년 전 EOM의 출현 때 수백만이 실종된 상태에서 말로만 실종된 사람들을 되찾겠다 말하면서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이면을 감춘 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이상의 악화를 막으려는 구무청과 실종된 사람들을 찾지 않고 정보 통제만 하는 구무청에 맞서 직접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평범한 소년과 소녀의 싸움을 그리고 있죠. 누구에게나 대의명분은 있습니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따라 정의가 되고 악이 될 것입니다. 권력이 있는 구무청은 정의가 되었고, 힘이 없는 소년과 소녀는 악이 되었죠. 소년과 소녀는 질서를 파괴하는 악, 그래서 쫓기게 되고 결국은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만듭니다.
렌지와 카나타, 하멜른에게서 실종된 사람들의 일부를 되찾았지만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그랬다고 말을 못합니다. 자신들은 중죄인이고 그것보다 소중한 사람을 찾는 게 우선이니까. 그들이 찾은 실종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해버리는 구무청, 거기에 비집고 들어오는 희대의 살인마 '키무라'에 의해 밝혀지는 EOM에 대한 진실, 2권에서 렌지를 빈사상태에 몰아넣고 카나타와의 일전을 치르며 붙잡힌 키무라의 반격은 구무청을 송두리째 뽑아놓기에 이릅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죽이고 카나타를 끌어들여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렌지를 손에 넣어 뭔가를 꾸미기 위한 공작을 펼쳐가는 키무라에 의해 이야기 내내 시종일관 핏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EOM에 대한 진실, 이건 사실 좀 진부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생각이 나도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 상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과 융화되고 싶다는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더러 있었죠. 이 작품도 그와 비슷합니다. 이 작품은 그들 방식으로 대화나 접촉은 때론 상대로 하여금 악의로 비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선의로 행한 접촉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목숨과 관련되기도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카나타는 미치광이 살인마 키무라에게서 EOM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요. 사실은 인간이 나쁜 게 아닐까 하는, 하지만 크리티컬 에어리어에서 일어나는 학살극은 그걸 무색케 하면서 갈등을 중폭 해 가죠.
그래서 카나타는 그것들을 알게 되면서 렌지와 떨어져 각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상대가 선의의 접촉이었다고 해도 나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간 것은 틀림이 없으니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렌지에게서 그걸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되죠.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렌지에게 그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은 참 가슴 아프게 합니다. 렌지는 크리티컬 에어리어에서 하멜른을 만나 폭주 중에 그녀의 희생을 보며 겨우 그녀의 마음을 알아가요. 그래서 이후 카나타가 적이 되었음에도 그는 그녀를 탓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걷는 길은 서로 달라도 이루고자 하는 뜻은 같기에...
그건 그렇고, 내용적으로는 사실 꽤 훌륭합니다. 2권에서는 점수가 좀 인색했지만, 도서 한 권 읽는데 며칠을 소비하는 필자가 하루 만에 주파하는 몇 안 되는 작품이었죠. 왜 과거형이냐면 3권으로 끝나기 때문이군요. 어디서 4권이 나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아닌 거 같고, 후기에서도 끝맺음이라고 암시를 해버렸으니 이후는 서적화가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이 됩니다. 이전 작품인 무시우타의 발매 텀이 극악이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 작가는 상상력은 풍부하고 대단해요. 진부한 내용이라도 그걸 커버하는 필력 또한 대단한데 문제는 뒷심이 상당히 부족한 거 같아요.
맺으며, 결국 내용적으로는 훌륭한데 용두사미로 끝납니다. 외계 생명체와 인류 간의 전쟁 끝에 오해에서 비롯된, 알고 보니 외계 생명체와 서로 이해하며 공존을 할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놓고 그냥 끝내버리는군요. 그 중심에 주인공의 역할까지 부여 해놓고 말입니다. 주체를 못하지 않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것이죠. 아니면 이야기를 이끌어갈 소재가 바닥났거나요. 살인마 키무라를 등장시키며 주인공인 렌지에 대해 인류의 희망이니 세계 멸망 같은 복선이란 복선은 다 던져놓고 말이죠. 사실 꼬집고 싶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 키무라 단 한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엘리트 집단 구무청이라던지, 그 키무라에게 이 작품의 키워드(EOM의 진실이나 렌지 인류 구원 같은 거) 설명을 다 맡겨 놓은 것도 그렇고, 등장인물이 죄다 정신병자 같은 설정하며... 근데 다 떠나서 누구처럼 내팽개치고 도망가지 않은 거 하나만 놓고보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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