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노후를 대비해 이세계에서 금화 8만 개를 모읍니다. 3권 리뷰
이 작품은 FUNA 작가의 내 방식대로 유쾌한 진행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이세계로 넘어가 돈을 벌어 노후를 편안하게 살려는 미츠하의 계획은 날로 번창해서 지금은 자작이라는 귀족 계급과 영지를 받아 더욱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요. 근데 말이 고군분투이지 그녀가 이세계로 가서 저지르는 만행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편한 일은 내가, 힘든 일은 너 님이', '고소한 알맹이는 내가 먹고 맛없는 껍질은 네가 가지세요.' 이번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심씨티'와 '대항해 시대'입니다. 그녀 미츠하는 돈을 벌기 위해 현실의 지식과 문물로 이세계에 없는 가령 팝콘이라던지 샴푸라든지 기초화장품이라던지 딴에는 이세계에 영향이 적은 걸로 시작해서 신문물 퍼트려 가요.
그러다 좀스러웠는지 그녀는 미래를 투자하기 시작하는데요. 하사받은 영지에 팝콘용 옥수수를 심고 종이를 만들기 시작해요. 자고로 나라를 세우고 도시를 만들고 마을을 만들 때 가장 기초적인 게 1차 산업이죠. 근데 말이 1차 산업이지 염소 27호라는 둥 하는 걸보니 참 비참한 영지 사정인 걸 알 수 있어요. 애초에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비참하지 않은 영지는 별로 없겠죠. 귀족들이야 잘 살아도 영주민(평민)의 삶이란, 여튼 그런 영지민이 두 자릿수인가 세 자릿수인가 밖에 되지 않는 비루하고 초라한 어촌을 영지로 받아 기죽지 않고 심씨티를 계획하는 미츠하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왕도에서 저지레나 하고 있으니...
이세계 전생물중에 현실의 지식을 이용해 신문물을 퍼트리지 않는 작품을 찾기가 힘든데요. 보통 이런 걸 두고 문화 침략이라고도 하죠. 근데 문화 침략이라고 해도 새로운 문물을 퍼 트림으로써 현지인이나 원주민의 삶을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착한 침략이 존재하는 반면에 이익을 바라며 악의적으로 이용해서 그거 없인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쁜 행위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문화 침략이라는 말은 양날의 검이나 같은 거라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어떤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츠하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현실의 지식과 물품을 가져와 팔기 시작하죠.
그런 관점에서 미츠하는 후자라 할 수 있어요. 그거 없인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 하지만 미래에 고고학자의 위장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하죠. 이익은 취하되 이세계 발전에 영향이 갈만한 건 도입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현실과 이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미츠하에겐 사실 이세계는 노다지나 다름없죠. 뭘 가져오든 이세계에서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고가에 팔리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자중이라는 말을 잘 알고 있어요. 그 흔한 플라스틱조차 가져오길 망설이죠. 이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전에 자신이 하는 장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있지만, 여튼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츠하는 원주민의 삶의 질을 소소하게 향상시키는 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담 이번엔 뭘 하나, 오셀로와 장기를 가져와 이세계에서 팔아 제낍니다. 당연히 이세계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모르죠. 얘가 이런 잔머리가 있다면 현실에서도 돈 많이 벌 거 같은데 말입니다. 일단 공략할 사람을 물색해 가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귀족과 왕족을 끌어들여 자신의 사업에 동참 시켜 버립니다. 여기서 FUNA 작가 특유의 주인공 악마 만들기가 유감없이 발휘되기도 합니다. 일단 이익에 반드시 수반되는 위험을 귀족이나 왕족에서 떠넘겨 버리죠.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고 이권을 바라는 파리들을 막는 것 정도? 문제는 당사자(귀족&왕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지만요. 일명 '허세'라고도 합니다. 내 뒤에 이게 있다고 구라치는 솜씨가 대단하죠. 다만 여기서 유념할 건 그렇게 표현되진 않고 느낌상 그런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 위에서 언급한 대항해시대는... 그냥 작가가 생각하는 판타지스러운 상상의 나래가 활짝 열린다고만, 어느 날 자신의 영지로 쳐들어온 적(에너미)선을 접수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자를 시작해요. 배 만들어서 교역도 하고 적 해군과 싸울 때를 대비하고 나아가 배 만드는 조선업이 성황을 이루고 그러다 보면 영지도 발전하고,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 예로 산업이 호황을 부리면 별별 사람이 다 꼬이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죠. 거기에 수반되는 치안 악화를 옆집 백작가에 떠넘기고 배 만들어서 들어오는 이익은 내가 가져야지 같은 악마의 기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곧 죽어도 자신은 손해를 안 보려는 미츠하의 잔머리가 기가 막힌다는 겁니다.
맺으며, 뭔가 두리뭉실하고 알맹이가 없는 리뷰가 되어 버렸군요. 그도 그럴게 대체적으로 FUNA 작가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가볍다 보니 그렇게 시사하는 게 없고 고찰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리뷰 쓰는 입장에서는 내용에 살을 붙여 쓸 수밖에 없어요. 다른 이세계 전생물에서는 십수 권이 지나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 작업을 그냥 설명 몇 번으로 뚝딱 해치우곤 하니까 깊게 생각했다간 정말로 피곤해집니다. 개인적으로 FUNA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유는 주인공의 악마 기질 때문이군요. 내 손을 쓰지 않고 타인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게 한다거나, 이익을 나눠주고 힘든 일은 타인에게 떠넘긴다거나 그럼에도 자신의 몫은 착실하게 챙기고, 주변에 이용할 건 다 이용하는 등 언제고 칼 맞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일을 많이 하죠.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자신의 죄를 알긴 아는 주인공이랄까요.
사족: 필자는 될수록이면 재미있다 같은 타인이 이 작품의 구매에 영향을 끼칠만한 글은 쓰지 않습니다. 나무야 미안해라든지 정말 이런 뭐 같은 내용으로 돈 받고 팔다니 같은 독설은 몇 번 날리긴 했지만요. 재미란 주관적입니다. 내가 재미있다고 해도 타인의 감각으로 보면 재미없을 수 있어요. 독설을 날린 작품 중에 난 재미있는데 왜 독설을 날리고 GR이야 같은 테클을 받기도 했죠. 사람의 감정이란 좀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해요. 타인에게 물어보기 전에 정보를 최대한 구해서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간혹 이 작품 재미있어요? 같은 질문을 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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