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2권 리뷰 -노예 소녀가 바라는 행복-
사실 이번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입니다. 글이 길어 피곤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정체에서 벗어나 성장을 바라는 노예와 타인이 휘두르는 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설공주가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그 중간에 끼인 주인공 라자루스의 고생은 덤이고요. 그러다 보니 이번 1권은 도박사와 노예 소녀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소재여서 리뷰 쓰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거에 비해 이번 이야기는 이후 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보니 여느 로맨스나 계급물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참고로 계급물이란, 귀족과 평민이나 우리로 치면 마님과 돌쇠의 관계를 말합니다. 사실 종이 다른 종족간 맺어지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또한 계급이 다른 사람끼리 맺어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라자루스와 히로인 릴라도 맺어지는 걸까? 하는 물음엔 '글쎄요.'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릴라는 라자루스가 아니었다면 귀족에게 팔려가 죽도록 밤일만 하다가 창관에 팔리는 것으로 인생의 끝을 봐야 했을 겁니다. 그런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끄집어 올려준 게 라자루스였죠. 그런데 구해줬다고 호감으로 이어질지언정 사모하는 마음으로 이어질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무얼까. 릴라는 자신을 구해줌으로써 라자루스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결국 고향과 같은 제도에서 쫓겨나다시피 여행길에 오른 것도 다 그녀 때문이죠. 여행길에 들린 마을에서 노예(릴라)를 대리고 있다는 이유로 여관은 이들을 문전박대 합니다. 어딜 가도 마찬가지, 결국 여기서도 자신은 족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마음을 품어 버려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마음에 솔솔 부풀어 오르죠.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거기에 그녀의 마음에 쇄기를 박듯 여행길에 들린 마을의 지주(땅 주인) 대리 '이디스(참고로 여자)'와의 만남은 릴라를 더욱 파국으로 내쫓기 시작합니다.
좋아한다 =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동의어일까요. 릴라는 라자루스를 만나 행복이 무엇인지 고찰합니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난 지금, 괴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 차가우면서도 한번 테두리에 들어온 건 버리지 않고 길러주겠다는 듯한 포근함을 보여주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지금의 자신은 행복할까?를 자기 자신에게 물어갑니다. 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가치를 떠올리는 그녀, 자신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얼까. 그렇게 골머리를 앓아가던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라자루스를 꼬시기 시작하는 이디스를 바라보는 릴라의 마음은 타들어가기만 합니다.
이 타들어가는 감정은 좋아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까? 참 미묘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메이드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땅 주인)인 이디스와 라자루스가 결혼하게 되면 자신을 필요 없게 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됨으로써 사모한다는 마음보다는 자신(릴라)을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서술하기 시작하죠. 결국엔 답을 찾지 못하고 릴라는 노예 때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만큼 그녀는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참 가슴 아프게도 하는데요. 그렇담 그녀가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데 라자루스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소재에서 처음엔 늘 주인공이 문제로 다가오죠.
머나먼 중앙아시아에서 팔려온 것도 모자라 귀족 취향에 맞춰 개조되어야만 했던 그녀(릴라)가 품었던 만년설 같은 마음, 그걸 녹여준 사람에게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 자신 때문에 있을 곳을 잃은 남자. 그러나 그거에 대한 보답을 해줄 수 없는 자신. 마음이 망가져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제도에 있을 수 없어 여행을 떠난 라자루스를 따라 그녀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가슴 두근거려야 할 여행길,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켠엔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어두운 감정이 자리하기 시작하죠. 이것은 있을 자리, 발밑이 불안정한 그녀의 위태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릴라의 마음만 절절하게 표현된 건 아니고 새로운 히로인 '이디스'의 등장에 포커스를 절반 맞추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어린 나이에 넓은 땅을 물려받아 지주가 되었지만 시기가 여성이 경제나 사회에 참여하는 걸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보니 그녀의 처지는 딱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거길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약혼자 행세를 하는 변호사의 악질적인 행위로 인해 이디스는 점점 궁지에 몰려 가죠. 그 궁지를 타파하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던 그녀(이디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자루스에게 매달려 위기를 극복해 갈려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두 개의 마음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들어가 있다고 할까요. 자신을 필요로 해줬으면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릴라의 마음과 시대적으로 여자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디스의 마음이 혼재해 있다 할 수 있어요. 그 중간에 끼여 '아무래도 상관없어'만 외치며 외면만 해가던 라자루스의 극적인 마음의 변화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고요. 근데 극적인 변화라고 해도 후반부 해답 편에 이르러서는 능구렁이 같은 놈이었구나 하게 해주지만요. 사실 라자루스는 릴라를 끔찍하게 아껴주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그녀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선택지는 없었을 테니까요.
맺으며, 언뜻 보면 라자루스를 사모하는 릴라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 번도 그런 표현이나 장면이 없어서 참 애매한 이야기였습니다. 필자에겐 그저 노예로써 자신을 좀 더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릴라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노예 소녀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돌아봐 줌으로써 비로써 노예 소녀는 행복을 느껴간다? 이야기는 이내 그런 건 틀렸다고 서술하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자신의 손으로 잡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서술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번 녹아버린 눈은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렇지 않을까 했습니다.
녹아버린 눈은 강물이 되어 흐를 뿐이죠. 라자루스에게 구입된 뒤로 릴라는 강물이 되어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갈 뿐 강가로 벗어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할 수 있어요. 이번 이야기는 그런 릴라가 강가로 올라서는 그런 느낌입니다. 자신을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발로 그 필요한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 그리고 그녀는 불안정한 발판에 발을 내디뎌 걸어가죠. 이디스는 사실 들러리입니다. 그 흔한 위기에 빠진 소녀 역을 맡으며 주인공 보고 구해주세요. 같은 가시덩굴에 둘러싸인 성에 갇힌 공주 같은 역할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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