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일기 4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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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이세계인들에게 광명 찾아주기 제4탄입니다. 제로스(이하 아저씨)는 밭을 일구고 닭을 치고 약초를 키우고 고아원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러다 고아들을 돌봐주는 루세리스에게 호감을 품고(나잇값 좀) 제자들을 가르치는 등,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도 알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냉장고를 만들고 바이크까지 만들어 현실 세계 문명을 만끽하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죠. 야생 벼를 찾아내 쌀을 생산할까 고민하다가 농기구가 하늘을 날아 음속을 돌파해 행성을 떠나버리는 기행도 펼쳐 주시고요. 다리 공사에 동원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이웃나라의 침공도 막아 주었어요.
그런 나날을 보내는 아저씨에게 공작(귀족)이자 히로인 세레스티나의 아버지에게 어떤 의뢰를 받습니다. 첫째 아들 츠베이트의 호위를 해주지 않겠나? 아들이 그 흔한 파벌 싸움에 낑기게 되었고 반대파(1)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나요. 츠베이트는 제자 2호이자 히로인 세레스티나 이복 오빠입니다. 한때는 루세리스를 두고 아저씨와 연적 관계였지만 이건 해결되었고, 제자로 들어오면서 개변을 거쳐 지금은 엄청난 실력자(이세계 기준)가 되었죠. 그럼에도 노리는 자가 있다고 하니, 제자가 위험에 처했는데 모른척할 수는 없고 받아들인 아저씨는 츠베이트가 있는 마법학교로 가요.
이번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근데 정작 보디가드는 언제 시작하는지 모르겠고 일상적인 이야기만 흘러갑니다. 아무짝에도 필요 없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잔뜩 시작돼요. 그동안 이런 느낌이어서 3권에서 분명 하차했는데 어째서 4권이 손에 들려 있었는지 글 쓰는 지금도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어요. 세레스티나에게 꽂혀서 상사병 걸린 학우라던가, 어디에나 있는 집단 괴롭힘이 나오고 보다 못한 히로인이 나서서 도와주고 친구가 되는 클리셰가 있어요. 그리고 서자(첩의 아이)에다 무능아라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을 당했던 히로인의 개변이 없다는 게 무엇보다 아쉽게 다가와요.
아저씨 제자 1호가 되어 그동안 못썼던 마법을 쓰게 된 이후 적어도 자신을 놀렸던 인물들에게 대갚음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으면 적어도 카타르시스는 있었을 텐데 이것도 없고, 대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물음은 도서를 다 읽을 때까지 떠나지 않습니다. 물론 폭력에 폭력으로 대갚음해주라는 건 아니지만 가해자들에게 엄마가 때 쓰는 아이에게 타이르듯 장황한 대사만 늘어놓고 그러면 안 돼요.만 풀어 놓으니 이건 뭐 성녀를 꿈꾸는 건지, 그런 주제에 메이스(흉기)를 주무기로 해서 마물은 가차 없이 두들겨 패는 이중성 하며 이야기는 중구난방으로 흘러갑니다.
아무튼 읽다 보면 작가가 하렘을 무지 동경하는 거 같더군요.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하렘은 약 50명인 듯. 세레스티나의 아버지도 그쯤 하렘을 구성하고 있고, 길 가다 만난 엑스트라 상인도 그쯤 하렘을 구성하고 있고, 길드 마스터도 그쯤이고, 이세계 남녀 성비 균형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걸까요. 능력이 있으면 하렘을 구성하지 말란 법도 없지만, 그러고 보니 몇년전 태국에 하렘을 만들어 놓은 어느 나라 사람이 적발되기도 했다죠. 사실 40살 먹은 아저씨도 예외는 아닙니다.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는 중이죠. 본처는 세레스티나 혹은 루세리스가 되지 싶은데 이번엔 쟈네라고 이전에 만났던 용병(모험가)도 대두되고 있어요.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전생자인 '이리스'는 아저씨 추종자가 되어 버렸고, 모여드는 여성들이 죄다 10대인 게 작가는 하렘에 이어 로리콘 기질도 있는 걸까요. 집단 괴롭힘에서 세레스티나가 구해준 우르나(무려 개 수인)는 아저씨가 무섭다며 피하고는 있지만, 아무튼 하렘이야 라노벨에서 정석이니까 주인공 나이에 상관없이 흥미 위주로 흘러가는 건 어쩔 수 없죠. 이럴 바엔 뭐 하러 아저씨 나이를 40살로 잡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나이 갭으로 인해 혐오감만 불러올 뿐이죠. 게다가 레나라는 나이 어린 남자만 노리는 이상 성욕자도 자칫 성 왜곡을 불러올 수 있겠던데 이쯤 되니 작가의 성 의식이 좀 삐뚤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어쨌건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살릴 수 있는 필력이 있다면 좋게 먹혀 들어가곤 하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글쎄요. 전체적인 느낌은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듯한 웬만하면 듣기 싫은 자기 목소리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주변에 민폐를 끼치면서 한때의 혈기 같은 거라며 미화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가 학생들을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했으면서도 잘못은 학생에게 있다는 투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그렇고, 뭣보다 참기 어려운 건 2류 개그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나레이션이군요. 이 느낌을 어떻게 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동족 혐오와 비슷하다고 하면 될까요. 실제로 동족 혐오 어쩌고도 언급되기도 하고요. 알긴 아는 건지...
맺으며,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듯이 작가들도 자기만의 특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 특성하고 필자의 감정하고 맞지 않은 것뿐이겠죠. 그래서 말씀드려보자면 필자는 이 작품을 굉장히 싫어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를 언급해보자면, 살다 보면 말하는 꼬라지가 굉장히 얄미운 사람이 있잖아요. 미워할 수 없는 얄미움이 아니라 진짜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얄미움요. 이 작품엔 그게 있어요. 조금 더 독설을 날리자면 바퀴벌레가 팔 위를 내달리는 그런 기분? 대사가 상당히 얄미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어요. 가령 연구를 위해서라면 주변에 끼치는 민폐 따윈 용사가 된다는, 민폐를 미화하는 게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이 원인이 되어 학생들이 엉뚱한 길에 접어들었음에도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거는 좀 아니잖아요? 하아... 뭔가를 읽으면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없어요. 대체 뭘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세계는 넓군요.
- 1, 정확히 반대파라기보다 제정신이 아닌 순혈주의자들이 꾸미는 흉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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