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도서미궁 리뷰 -어리석은 자에게 흡혈귀의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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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리뷰 인생에 최대 난관에 봉착하다. 그동안 간간이 힘든 도서가 몇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 애매한 건 없었군요. 쓰고자 하면 못 쓸 것도 없는데 근래에 들어와 필력이 삭아버린 필자로써는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야기가 중반에서 끝맺음 했다면 비교적 쓰기 쉬웠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중후반부 해답 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방대하게 늘어나버립니다. 이걸 다 표현해야 될지 등장인물만 간추려서 대충 때려 박을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였군요. 어쨌건 성격상 대충 할 수는 없는지라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라고요. 근데 다 읽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도서미궁에서 만난 영원불멸 흡혈귀와 인간이 서로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미적지근한 사랑도 아니고 그 흔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의 어긋난 시곗바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랑의 여정에서 험난함은 필연이죠. 사실 영화 스피드에서 험난한 상황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 못 간다고도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것을 비웃듯 모든 역경을 이겨내 비로써 상대의 곁에 다가가 진실된 사랑을 쟁취한다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이 여정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장 힘들게 한건 기억 개찬(改竄)인데요.
이 작품은 상대에 대한 기억과 사모하는 감정이 심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모든 것이 허구였다고 밝혀졌을 때 충격을 딛고 인간은 얼마나 높이 도약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을 새로 썼고(개찬) 나는 그 개찬에 맞춰 인생을 살아간다. 심어진 감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결실을 맺어갈 때 눈부신 미래만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깨고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했을 때 사람은 여전히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상대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걸 증명하라는 듯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대에 올린다. 충격적인 진실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주인공 '소우시'는 5년 전 도서미궁에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도서관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옵니다. 5년 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그 당시의 기억과 마법을 잃어버린, 그리고 지금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기억)을 찾아 다시 도서미궁으로 발을 들여요. 도서관 형태를 띠고 있는 미궁, 사람을 거부하는 동시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도서가 잠들어 있는 곳에서 소년은 흡혈귀 '아르테리아'를 만나요. 그리고 그는 어떤 일로 인해 그녀의 종복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그녀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요.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는 아르테리아를 의식하게 되고 이 의식이 나비효과처럼 점점 부풀어 올라 현실을 잔혹하게 만들어 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이야기는 반푼이 악마 에리카를 소우시 대척점으로 내세우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무너트리려고 합니다. 소년과의 첫 만남은 최악, 그녀(아르테리아)를 사랑하는 건 심어진 기억일 뿐이고 사실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게 아닌, 에리카는 인류의 적인 흡혈귀(아르테리아)를 말살해야 된다고 그녀(에리카)는 주장하죠. 하지만 견우와 직녀가 이런 심정이었을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런 심정이었을지, 아르테리아를 향한 마음 앓이가 심해져 가는 소년에게 현실은 잔혹함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소년에게 가해지는 핵펀치 '너님 기억 개찬(改竄) 된 것임' 그런데 일편단심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주인공의 연심은 바다가 눈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진하게 다가오죠.
심어진 기억이라도 자신을 구해주었던(1) 아르테리아의 마음은 진심일 거라는 믿음 하나로 소우시는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마왕 부활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이들에게 놓인 오작교는 붕괴하기 시작해요. 믿고 있었던 마음과 기억이 사실은 새로 쓰여져 내 기억에 덧칠 되었다는 사형선고, 그리고 상황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소년에게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역설하기 시작하죠. 이 이야기는 인간 소년과 흡혈귀 소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너는 나를 믿고 오작교를 넘어올 수 있느냐? 다리가 삭아 붕괴하여 떨어지더라도 너는 기어서 올라올 수 있느냐?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말합니다. 가겠다고...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많으나 어차피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주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역경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소녀의 곁에 다다를 수 있을까.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보다도 더 따끈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고 부서지는 오작교를 뛰어넘어 그녀에게로 갈 수 있을까. 참고로 아르테리아는 10살 체형, 로리콘? 아무튼 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랑이라는 것에는 험난함이 따르기 마련이죠. 역경을 뛰어넘은 자야 말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흑막이나 뭐니 그런 건 어차피 들러리일 뿐...
맺으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이군요. 일단 범인이 누구냐를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서 긴장감이 없어요. 생각한 대로 진행이 되고 생각한 대로 결말로 이어지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 덕분에 진입이 낮아서 5점, 원서에서 원래 말투가 그런지 번역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주인공 말투가 3류 배우를 보는 거 같아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빵점.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 빵점, 주변의 말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일편단심인 건 좋지만 주변을 말려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희생은 얼마든지, 그것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져 정작 자신을 소중히 해주는 무엇을 간과하는 주인공의 태도에 빵점, 빵점 두 개 더 언급해야 되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 1,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 언급을 안 했는데 주인공은 에리카와의 첫만남에서 사망직전까지 두둘겨 맞습니다.
여기서 첫번째로 아르테리아가 부활 시켜주고, 에리카와 두번째 만남에서 또다시 죽게 생긴걸 아르테리아가 구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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