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무직전생 3권 리뷰 -둘이 있어 외롭진 않겠지-
전이 사건에 휘말려 마대륙 끝까지 날아가 버린 루데우스와 에리스, 현세처럼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처럼 탈것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같이 거창한 이동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략적으로 1만키로나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이들 걸음으로 몇 년이나 걸릴까. 그냥 그 자리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았을까. 같이 간 에리스도 루데우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하지만 전이 사건으로 가족의 무사가 제일 걱정이었으니까. 그리고 에리스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된다는 사명감도 있으니 남자로서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나마 에리스가 귀족 영애 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안 해서 고구마를 실은 트럭이 마을 입구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게 그로써는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3권은 루데우스와 에리스의 귀향 여정기입니다. 일단은 가족 걱정도 있고 해서 돌아가기로 마음먹죠.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엄마 찾아 3만 리 만큼이나 이들에게 놓인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무엇보다 인마(人魔) 대전이 일어났을 만큼 마족과 인간과의 사이는 좋지만은 않았고, 황량한 대지에 먹을 거라곤 마물뿐이며 땔감조차 마물을 잡아다 써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전진해야 될까. 그런 그들은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던 스펠드 족 '루이젤드'를 동료로 삼아,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록시에게서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했던 스펠드 족인 루이젤드의 아이 사랑은 남달라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루데우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아무튼 마을에 들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의뢰를 하며 돈을 모아 여행비로 충당하는 등 전형적인 이세계 모험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 시비에 걸리기도 하고,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내죠. 그리고 같은 마족에게조차 경원시되는 루이젤드의 오명을 씻어주기 위해 동분서주도 하고요. 여기서 이 작품이 여느 이세계물과 차별을 둔 것은 주인공의 성장이라 하겠는데요. 보통은 힘만 잔뜩 얻어서 이세계로 와 깽판을 치는 것과는 다르게 루데우스의 부실하고 미숙한 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돈 버는 것에 급급해 타인을 감정 없이 그저 결과물만 나눠 주면 되겠지 하며 이용한다던지, 위험에 처한 모험가를 보고도 이익을 점치다 개입에 늦어 그 모험가가 사망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근데 이야기는 여기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위험에 처했다고 모든 사람을 도와줘야 할까. 위험에 처했던 모험가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주인공(루데우스)이 이익을 점쳤다는 것인데, 가령 위험에서 구해주고 은혜를 입힘으로써 나중에 이용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더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전형적인 귀족 다운 마인드라 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루데우스는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인지하는 모습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이죠. 타인을 이용하고 이익을 점치고 하는 부분은 사실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그의 전생은 방구석 폐인으로 인간쓰레기였던 그가 이세계로 전생한다고 해서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 깨달아가며 개과천선을 하려는 모습은 꽤 흥미롭죠. 특히 타인을 이용하는 등 해선 안될 꼼수를 말대가리에게 들통나서 된통 당하게 되었을 때,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참으로 직설적으로 던지는 게 와닿기도 합니다. 사람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잖아요. 이 교훈조차 얻지 못했다면 정말 어땠을지, 오히려 신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나가면 작가는 더 이상 집필을 못했을 수도 있었겠죠. 1차원적으로 직진만 하는 루이젤드(스펠드 족)와도 의견 차이라던가에서 충돌을 일으키지만 이것도 교육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좋은 관계로 이어질지 가르치는 것이라 할 수 있었군요. 월드 티처라는 작품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여행을 하는 시리우스도 보고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루데우스의 내면적 성장을 다루고 있어서 크게 흥미진진한 건 없었습니다. 작가가 유독 힘을 발휘하는 섹슈얼리티가 거의 없다 보니 그냥 여행기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자기 인생은 자기의 책임이라는 것을 가르치려는 메시지만은 와닿았군요. 인생은 실전이고 꼼수를 부리려다간 참교육 당한다는 메시지.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저리 지어놓고 왜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냐고 하셔도... 루이젤드가 방해해서 그럴 분위기를 내지 못한다고 할까요. 이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빼면 시체인데 루이젤드가 에리스 목욕하는 걸 보려는 루데우스를 막고 있다 보니 루데우스로서는 매일이 나무아미타불이군요. 덩달아 이야기도 건조한 사막이 되어 버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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