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모럴해저드와 사이코패스에 혹해서 2권을 덥석 구입했던 필자는 좌절을 맛봐야 했군요. 1권의 분위기는 엇따 팔아먹고 육아물이 되어 버렸는가. 아니 뭐, 히로인 '하루나'가 클래스 메이트들에게 버림받고 성장을 위해 사부를 찾아가 칼을 간다는 건 1권에서도 나온 내용이긴 한데, 그렇다면 칼을 가는 내용이라도 넣던가. 그냥 팔만 내질러도 쑥쑥 성장하는 애를 두고 어디가 무능아이고, 어디서 감정을 이입하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가. 작가 당신이라면 알겠나요? 아니, 모럴해저드와 사이코패스를 버리고 성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진행을 보여줘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모럴해저드? 나오거든요. 그게요. 몬스터 주인님이라는 작품에서도 언급한 저속한 짓을 하루나 클래스 메이트들이 저질러요(1권에서). 법이 있어도 비웃듯 범죄가 일어나는 현실에서 법이라는 족쇄가 사라진 이세계라면 인간은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라는 듯, 능욕을 펼치다가 사이코 패스 하루나에게 끔살을 당해 버렸죠.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였던 1권에 비해 2권은 그냥 이세계에 간 주인공이 깽판을 친다의 전형적인 모습만 보입니다. 그냥 막 두들기고 그에 따라 능력치는 마구 올라가고, 그러면서 무능아라고 폄하 당하고, 사부에게 선동 당해서 우리 좀 더 강해지자? 우주 정복이라도 할 기세랄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 노력은 다 달라요. 그 사람만의 노하우로 강해지는 거라면 딱히 상관은 없어요. 그런데 하루나는 노력이랄 것도 없어요. 그냥 휘두르면 강해지고, 스크롤 구입해서 스킬 습득 후 좀 날리다 보면 능력치는 빠방하게 올라가고, 이게 재미있나? 흥미 있나? 이런 물음이 끊이질 않아요. 옛날 어느 작품에서 초고수가 있었는데 적과 싸우다 한 방 맞고 죽어버린 게 있었어요. 초고수가 한 방 맞았다고 왜 죽었을까? 맞는 수련을 안 해서 맷집이 없었다나요. 수련과 노력이란 실패와 좌절을 격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입니다. 그런데 하루나는 그게 없죠. 수련은 하는데 좌절을 겪을 만한 일이 없어요.

 

왜? 한 방에 다 죽여 버리니까요. 이것은 즉사치트라는 작품과 일맥상통합니다. 한 방에 골로 보내는 거나 '죽어'한마디로 골로 보내는 거나 뭐가 다를까. 그래도 즉사치트는 주인공이 가진 복선이라도 있었지. 이 작품의 하루나는 뭐가 있나? 안 보여요. 아무리 찾아도. 그냥 때려죽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밖에 느낄 수가 없어요. 이번에 고블린 용사가 수하 고블린과 오크와 오거로 구성된 군단을 이끌고 쳐들어와요. 고블린 용사라니 아직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서조차 등장하지 않았는데, 능력치로 보면 하루나의 두 배나 되는 고블린 용사를 맞이하여 그녀가 보여준 분투? 먹는 건가요?

 

치나츠라는 하루나 클래스 메이트와 페어를 짜고 고블린 용사와 아무리 조무래기라지만 1천이라는 숫자를 맞이해 처절한 싸움이 아니라 소풍 개념으로 바베큐 파티를 열고 잠깐 다녀올게라는 느낌으로 때려잡는데... 한때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까데기 당했던 모 작품의 포위 섬멸전 기억하시나요? 차라리 이게 더 나을 지경입니다. 고기 다지듯이 고블린들을 유린하고 자신보다 두 배나 강한 상대를 만나 아이 팔 비틀듯 몇수만에 잡아 버리고, 고블린 슬레이어가 봤다면 울면서 뛰쳐뛰쳐나갔을 일이 엄청 벌어지죠. 대체 이거 무슨 의미가 있나. 필자는 읽는 내내 의미를 찾아내려고 머리를 풀가동했지만 찾지 못했군요.

 

그렇게 쓸어 버리고 바베큐장으로 와서 한다는 말이 배고파, 고블린 피로 칠갑을 했을 텐데, 아무리 승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현대를 살아갔던 여고생이 할 말은 아니라고 봐요. 고뇌 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뇌수와 내장이 난자했을 텐데 멘탈 괜찮나? 냄새는? 물론 작품 자체가 가볍게 가자는 성향이니까 따지고 들어봐야 소용이 없긴 합니다만. 반대로 말하면 이런 의미도 없는 작품을 돈 받고 팔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아닐까도 싶군요. 한마디로 흥미를 끌만한 게 없어요. 게다가 하루나의 사부의 아랫도리 상황은 왜 자꾸 실황중계를 하나요. 궁금하지도 않은 거, 치나츠의 사부 넬이라는 기사단장과의 염문을 뿌리는데 이 작품의 내용과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대적할 놈도 없는데 뭐 하러 수련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 식 스킬 설명은 사람을 고리타분하게 만들고, 사실 늘 이런 작품을 읽다 보면 스킬 설명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물음이 떠나질 않아요. 그래봐야 굵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죠. 300여 페이지 절반을 이렇게 허비합니다. 그래도 개그라도 넣어서 승부수를 띄울려는지 착각물로 만들어 버릴려는지 등장인물마다 상황을 착각하게 해서 북 치고 장구치고,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요.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나무야 미안해?

 

맺으며,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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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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