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분명 경고 했습니다.

죽음이냐 실험으로 고통 밖에 없는 삶이냐, '악마 빙의'라는 저주에 걸려 가족으로부터, 일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한번 발병하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지며 끝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 악마 빙의란 그 옛날 디아볼로스 마인(이하 마인)을 무찌른 용사의 후예라는 증거.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후손들이 어째서 버림받는 처지가 되었는가, 모든 것은 [디아볼로스 교단](이하 교단)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치료법이 있었음에도 교단의 조작질로 마치 이교도의 마녀처럼 낙인이 찍혀 발병자들은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어요. 죽음뿐이라는 절망만 가득한 미래,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희망에 찬 미래가 주어진다면, 저주가 치료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물음. 이구동성으로 구해진 이 목숨 허튼데 쓰지 않고 오로지 정의로운 곳에 쓰겠습니다.

 

성격이야 어떻든, 정말로 구해주고 싶어서 구해준 것도 아니고, 사람 목숨 따위, 오로지 어둠의 실력자 외엔 관심조차 없었던 그(주인공)가 그저 흥미 본위로 주물럭거리다 치료가 되어버린 악마 빙의라는 저주. 그 첫 번째 해택자 '알파'로부터 시작되는 [셰도우 가든]은 665명이라는 발병자들을 끌어모아 희망을 빛을 선사하였습니다. 665명이라는 숫자의 발병자 모두가 언급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하나의 뜻으로 똘똘 뭉쳐 있죠. 악의 축인 교단을 처단하는 것. 그저 주인공이 설정 노름으로 갖다 붙인 이야기가 진짜로 존재했고, 세상을 타락으로 몰아가는 악의 축을 무찌르기 위해 '알파'를 위시한 [셰도우 가든] 네임드들은 어둠 속에서 활약을 해갑니다. 주인공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놀이로만 치부할 뿐, 자기가 중2병에 빠져 있다고 다 그런 줄 아는지 관심이 없는 분야는 철저한 무시로 일관 중이죠.

 

아무튼 전편에서 '가짜 [셰도우 가든]'에 의해 학교가 반파해버려 부득이 내려진 방학을 맞아 빈둥거리고 있었던 주인공 시드, 그런 그에게 부하에게서 한가하면 성지로 오라는 편지 한 통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주인공 설정 노름에 지나지 않았던 '마인'의 정체 일부가 공개됩니다. 그 옛날 세상을 혼돈으로 몰고 갔던 마인은 용사에 의해 쓰러졌고, 그 신체 일부가 성지에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마인의 정체를 둘러싸고 실은 나쁜 놈이 아니었을 거라는 복선을 낳기 시작하는데요. 자, 가령 이세계가 매트릭스의 세계관이라 칩시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누군가에 의해 설정된 세계에서 누군가를 나쁜 놈이라 정의하고 타도해야 될 대상이라고 정한다면 만들어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믿을 수밖에 없게 되죠. 왜, 그렇게 주입받고 살아왔으니까.

 

실상은 그게 아닌데 말입니다. 세상에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을 내 것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간단합니다. 세상과 분리시키면 돼요. 세상을 매트릭스의 세계로 만들면 되는 것이죠. 이 작품에 빗대면 악마 빙의라 할 수 있어요. 원래는 용사의 후예라는 증거인데 어느새 이교도의 마녀 같은 존재로 몰려 있죠. 아직 완전히 드러난 건 아니지만 필자는 마인(디아볼로스)도 '재액의 마녀 아우로라'의 등장으로 이런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담 무엇 때문에? 그것은 힘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마인의 힘을, 그리고 용사의 힘을, 사실은 스포일러라서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용사도 만들어진 존재라고 밝혀져요. 마인의 힘을 보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 용사들. 교단이 저지르고 있는 짓은 마인의 재림이 아니라 그 힘을 원하는 것. 즉, 악마 빙의는 용사 실험의 잔재라는 뜻.

 

사실은 디아볼로스의 정체는 아무래도 좋아요. 일단 주인공은 그런데 관심이 없거든요. 그저 알파를 위시한 [셰도우 가든] 네임드들이 다 알아내고 자신들의 인생을 파탄 내버린 교단을 없애야 한다는 일념을 안고 불철주야 노력을 해가죠. 그리고 여기에 또 한사람 '로즈 오리아나', 주인공이 다니는 마법학교(아마도)의 대표로서 주인공이 입학하자 화려한 환영인사를 해주었던 그녀는 주인공을 만나면서 졸지에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이게 돼요. 전편에서 가짜 [셰도우 가든] 사태 때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가 죽을뻔한 걸 주인공이 구해줬습니다. 하지만 잡몹으로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비굴한 퍼포먼스에 속아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호감을 느낀 것이죠. 이후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사차원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개그 캐릭터로 나가나 싶었습니다만.

 

'로즈 오리아나'는 좀 안타까운 캐릭터입니다. 개그 캐릭터가 아니라 희극의 여주인공으로써, 주인공 시드를 만나 그의 힘에 취해 동경하게 되면서 왕녀로써 나아가야 될 길과 자신이 좋아하는 길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왕녀에게 내려진 숙명 과도 같은 정략결혼 문제라든가에서 직진 밖에 없는 인생 때문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거기에 교단의 암약으로 인한 자신의 나라의 암울한 미래는 그녀의 마음을 좀먹어 가는 모습은 안타깝게 하죠.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잡는다는 것은 정말로 이렇게 처절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요. 교단은 생각보다 깊숙이 침투해 있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오리아나는 무력한 자신을 한탄하기 보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되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녀는 [셰도우 가든] 666번째 말단 대원으로 들어가면서 좀 더 시드에 대해 알라 가려 합니다. 사실 주인공의 중2병적인 장면 때문에 분위기 다 깨긴 하는데 오리아나 에피소드만 놓고 보면 참 처절한 인생이란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두리뭉실하게 쓸 수밖에 없는 게 한스럽군요.

 

맺으며, 뭐랄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내지는 관심 없어를 표방하는 주인공 때문에 기껏 분위기 잡아놓고 다 깨버리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학원의 무신제라는 검무 대회에서 쪼렙으로 출전해 실은 초보존에서 노는 고렙이랍니다의 정석으로 보여주는 통에 얄미운 정도를 넘어서고요. 누구에겐 인생이 걸려 있는 대회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해서 깽판 치는 모습이란. 그래도 디아볼로스 마인 관련으로 '재액의 마녀 아우로라'의 의지를 받드는 모습이라든지, 오리아나가 제 길을 가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라든지에서는 조금의 정을 느껴지기도 했군요. 놀이로 치부해도 이성까지 다 팔아먹지는 않았다고 할까요. 꽤 뭉클해지는 장면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으면서 부하가 일궈놓은 상회에 쳐들어가서뜯는 건 좀,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면 재액의 마녀 아우로라와 오리아나의 에피소드 덕분에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습니다. 아니었다면 한 4점쯤? 2권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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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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