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본편과 외전을 읽으며 언젠가 한번 '류 리온'에 대한 이야기가 외전 형식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언제 집필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에 정발 된다고 했을 때 꽤나 들떴었군요. 본편에서 언급되기를 그녀 류가 걸어온 길은 피로 점철된 좋게 말해도 지옥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처절한 삶이었죠. 본편 몇 권인지 까먹었는데(아마 6권쯤) 던전 18계층에서 벨에게 동료의 묘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과거에 어떤 일을 하였고 어떤 일을 당했는지 사뭇 궁금했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역시 예상대로 그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과거, 범죄가 만연한 암흑기 오라리오에서 정의를 관철하는 [가넷샤 파밀리아]와 더불어 오라리오의 치안을 담당하던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에 소속되어 불의와 맞서며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던 '류 리온'은 적대 세력이 몰고 온 패스 퍼레이드에 휘말려 동료 대부분을 잃어야 했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그녀는 오로지 복수만을 꿈꿔왔고 실행에 옮겨 관련자 대부분을 죽이는데 성공하였지만 그 대가로 그녀는 길드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쫓기는 몸이 되었죠.


하지만 그 많은 범법자를 처리하면서 당연히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는 건 필연이었습니다. 어느 이름 모를 뒷골목에 쓰러져 쓸쓸히 생명이 다 해가던 그때 손을 잡아 주는 누군가에게 거둬져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본편에서는 그 뒤 그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후 류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 과정이 드러납니다. 이번 외전에서는 그때 죽어가던 류의 손을 잡아주었던 건 다름 아닌 지금은 프레이야 본인 혹은 분신이 아닐까 하는 떡밥이 무진장 나와 있는 '시르'에 의해 류는 [풍요의 여주인]이라는 식당에 거둬지고 몸을 위탁하여 조금식 구원을 받아 가는 이야기를 참 극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초중반은 속아서 납치되다시피한 어느 모험가 부부의 딸을 구하기 위해 카지노에 잠입하는 이야기고, 류의 진짜 이야기는 중후반부터입니다. [풍요의 여주인]에 몸을 위탁해도 여전히 가족 같은 파밀리아의 동료들을 잃어버린 상실감과 복수의 끝에 찾아온 허무함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밀어 주며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려는 시르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르의 노력이 참 눈부신데요.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덕분에 범죄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웃게 되었다는 것과 그들을 대신해 자신들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시르의 말을 들은 류는 그제야 구원이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시르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가 떠나간 줄 알고 밖으로 나와있던 [풍요의 여주인] 웨이트레스 동료들이 자신을 맞이해주는 것을 보고 자신이 있을 곳이 어디인지 비로써 알아가는 대목은 사실 진부한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가슴 찡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죽은 동태눈을 하며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과 복수라지만 엄연히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될지 몰랐던 그녀에게 [풍요의 여주인]은 새로운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류를 노리는 사람은 지천에 널렸고 그녀가 [풍요의 여주인]에 안착했다는 걸 알게 된 범죄자들은 청부업자와 현상금 사냥꾼을 이용해 류를 압박 해오기 시작합니다.


본편과 외전(소드 오라토리아)에서 [풍요의 여주인] 웨이트레스들이 범상치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그 전말이 드러납니다. 암흑기가 끝나고 범죄에 연루되어 쫓기는 몸으로 [풍요의 여주인]에 얼떨결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개미지옥 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미아(주인장)'의 먹이가 되어 버린 가련한(?) 여자들의 이야기도 간접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들에게 음식값을 바가지 씌우고 재워준 것에 대한 은혜를 베풀어 그녀들을 옭아매 그녀들을 보호하려는 미아(웨이트레스들은 어머니라 부름)의 언동은 개그에 가깝습니다.(비아냥이 아닌 훈훈함)


이번 외전은 어떻게 보면 옛날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던 소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악이 아닌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악의 길로 들어선 선한 사람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가족을 헤친 것에 대한 복수와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는 건 어쩌면 흔한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건 정형적인 범죄자들의 자기 합리화가 아닌 진정으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아가 있을 곳을 찾으려는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맺으며, 시르가 류를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읊조리는 말 하나하나가 시(詩)와도 같습니다. 본편 하루히메와 비견될 정도랄까요.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와 류가 이룬 업적인 평화로운 도시를 바라보며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고맙습니다"라 말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지 않을까 싶군요. 사실 류가 주인공임에도 초중반 카지노 에피소드도 그렇고 시르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본편에서 그만큼 떡밥을 뿌려 놓고 더욱 기세 좋게 뿌려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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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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