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괴담의 지식을 간파하고 문맥에 따른 현상을 출력한 후 공포를 베이스로 한 소통. 즉 본 작품은 괴담 공포를 이용해 현실과 접촉하려는 이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현실과 접촉 내지는 접속하기 위해 괴담 공포를 구현하여 현실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 든다는 건데요. 말이 소통이지 공포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현실 사람들에게는 좋을 리 없는 현상이죠. 이세계로 끌려가 실종되거나 미쳐 버리거나 잡아먹히거나, 우루미 루나같이 정신병자 되거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8~90년대에 유행했던 홍콩 할매 귀신 괴담을 들 수가 있는데요. 이 작품에 빗대 보자면, 할매가 아이들을 희생 시키는 걸로 현실과 접촉 방식으로 삼는다 뭐 그런 공포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에서는 이미 제법 많은 현상이 일어났고, 거기에 대항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물론 도시 괴담 수준이어서 사회 현상까진 아니고,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에 머물러 있긴 합니다. 여주 소라오는 일반인으로서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혼자 있고 싶다는 일념으로 어느 낡은 건물의 문(게이트)을 통해 이세계에 발을 들였고, 평온하다는 느낌도 한순간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깨달아야만 했죠. 평생의 반려가 되는 토리코(히로인, 백합도 장르에 들어가 있음)도 이때(이세계) 만났고요. 이세계는 소라오가 가진 괴담의 지식을 이용해 팔척귀신을 출현 시키고, 그 외 여려 괴담을 현실화하면서 소라오와 토리코를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이세계가 왜 현실과 접촉하려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언가의 메시지를 던지는 거 같긴 합니다만. 이번 7권에서는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고 라스트 보스 느낌을 주었던 우루마 사츠키와의 결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츠키는 사람을 매료 시키는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여러 사람을 농락하였죠. 토리코도 그중 하나이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는 자각은 없고, 소라오를 만난 이후 사츠키에 대한 미련은 버렸으나 여전히 첫사랑 같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소라오 만나기 전) 사츠키가 이세계에서 실종되었고, 찾으러 다니다 소라오를 만났었죠. 이후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이들 앞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실종된 사람과의 만남에서 감동스러운 상봉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공포물이거든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세계는 괴담 공포를 구현해서 현실 사람과 조우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지라 이세계에서 무언가와 만나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망치거나 싸워야만 하죠. 소라오와 토리코는 다행히 이세계와 접촉하면서 이세계 주민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을 얻었죠. 그렇다고 쉽게 쉽게 해결되는 건 아니고요. 물리 공격을 해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신 공격이어서 까딱 헛발 디뎠다간 이세계에 먹혀버리는 숨 막히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있었죠. 생전 기억은 거의 없는 듯하고, 물리와 정신 공격을 해오기 시작합니다.

이번 7권에서 우루마 사츠키는 소라오를 이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을 해옵니다. 가봐야 좋을 거... 지금은 거의 표현이 없지만 사실 이세계에는 현실에서 비싸게 팔리는 아이템이 드랍 되는지라 내성적으로 아르바이트도 잘 못하는 소라오에게 있어서 노다지 같은 이세계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는 곳에 굳이 갈 필요는 없겠죠. 아무튼 어떻게 어떻게 사츠키를 이세계로 다시 돌려보내긴 했지만 문제는 토리코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 종교로 가정이 박살 나고 혼자 살아온 소라오에게 토리코는 어느새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죠. 그 버팀목이 백합으로 승화해서 지금은 이런저런 일도... 그래서 이대로 두면 토리코에게 영향을 더 끼칠 거 같으니 사츠키를 없애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이제야 사츠키에 대한 미련을 간신히 떨쳐 냈는데 왜 또 그녀 앞에서 알짱대냐 이겁니다.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기억은 거의 없어졌다지만 사람 홀리는 능력은 그대로여서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한 소라오도 자칫 넘어가 끌려갈 뻔하였었죠. 강적이라는 뜻이죠. 이에 결판을 낼 때가 되었다며 없애려 하지만 사실 본심은 토리코를 잃고 싶지 않다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질투심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처음엔 금발 양아치(토리코는 혼혈) 인상이어서 엄청 싫어했는데 어느새 내 마음속에 쏘옥. 이세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니 사랑이 싹 트는 건 당연하겠죠. 내성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소라오를 나서게 했으니 사랑의 힘이란...

맺으며: 이번 7권은 그동안 둘에게 영향을 끼쳐왔던 우루마 사츠키와의 결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별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고요. 그렇다고 드래곤 볼처럼 사생결단식 전투 또한 없습니다. 소라오가 좋아하는 사람(토리코)이 좋아했던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보단 예우를 갖춰 성불 시켜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죠. 그 준비 과정이 좀 지리멸렬한 게 흠이지만요. 사실 사츠키는 사람 현혹하는 능력이 살아 있고, 이세계 주민으로서의 능려도 있어서 이제까지의 괴담 출연진(팔척 귀신같은)과 같은 방식으로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도 했으니 준비 과정은 개연성이 있다는 거고, 문제는 그 개연성이 계륵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군요. 약간의 일상생활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콜라를 데워먹는 겁쟁이 코자쿠라(히로인)는 여전히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사츠키와 본질은 같아도 성질은 다른, 언령으로(강제적으로) 사이비 신도를 만들 수 있는 우루미 루나의 활약도 소소하지만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개그는 없지만 상황상으로 웃음을 짓게 만들 수 있고, 사랑하는 데 있어서 그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다름의 기준을 백합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번 7권에서는 사츠키와의 결별과 둘(소라오와 토리코)의 마음을 완성 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했군요. 참고로 동성애 물씬 풍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랬다면 위에서 작가의 필력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을 테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차라리 기억을 잃고 이세계에서 알콩달콩 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았을 듯. 주인공 좋다는 히로인들 널렸고, 이세계물에서 빠지지 않는 노예 소녀를 동생으로 두고, 모험가 길드(클랜)를 운영하며 굶어 죽을 일도 없고, 의존증 만렙인 스노우양과 결혼하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굴지의 귀족 가(家)도 덤으로 따라오는데 뭐가 불만임? 본 작품은 묻습니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자유를 구가 한다고 그게 진정한 자유일까? 네오는 기계 문명과 왜 싸웠을까. 뭐 사실 영화 매트릭스를 본 작품에 빗대는 건 핀트가 안 맞긴 합니다만, 하나의 가설은 세울 수 있죠. 주인공의 기억을 봉인했던 흑막이 바랐던 건 영웅이었지만, 기억을 잃은 채로 이세계에서 스노우(의존증 만렙 히로인), 노예 소녀 마리아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런 평온함이 있었지만, 살면서 위화감이 생기고 주인공을 알고 있는 주변인과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의 등장은 그로 하여금 매트릭스 세계에서 벗어나길 강요했죠. 하지만 기억을 봉인하는 매개였던 팔찌를 부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흑막도 바보는 아니어서 장치를 해뒀고, 팔찌를 부수려 하면 주인공이 무의식적으로 반격까지 해서 여간 골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내기도 하잖아요. 주인공에겐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와 서브 히로인 디아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구해줬고, 사랑의 도피 중에 기억을 봉인 당했으니....

이번 6권에서는 의존증 만렙 스노우의 자립하기와 미궁 30층 가디언(대충 계층 보스) 로웬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스노우의 이야기, 아니 부모라는 작자가 딸내미에게 넌 내 거다라고 하는 게 제정신인가 싶죠. 귀족의 의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구하는데 딸내미의 힘(용의 피를 이어서 강하긴 함)이 필요하다며 그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도구로 밖에 안 보니 엿이나 드셔라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요. 하지만 부모의 권력과 힘은 그 이상이었으니 도망은 꿈도 못 꾸다가 마침 주인공이 있네요? 마지막 간절함을 담아 집을 벗아나기 위해 주인공에게 결혼 공격했다가 대차게 까이고 도시를 멸망으로 몰아넣을뻔했죠. 그녀(스노우)의 주인공을 향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었습니다. 집착을 하다가 안 되니까 비굴할 정도로 헤픈 웃음을 보이며 어떻게든 주인공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던 그녀에게서 광기와 소름을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씨 착한 주인공이 도와줌으로써 결국 그녀는 집착과 의존증이라 쓰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부모로부터 도망치는 건 성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도 쓸개도 없고 창피함은 개나 줘버린 채 헤헤 거리며 달라붙는 스노우에게서 일본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군요.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헤헤 거리는 장면 또한 처절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약혼자는 얼마나 기겁했을까. 그녀가 주인공에게 가버리려고 하자 적극적으로 도와주기까지 하죠.

가디언(계층 보스) 로웬은 주인공 검술 스승입니다. 미궁 30층 내려갔다가 만났죠. 몬스터가 스승이라니 뭔가 신선하기도 합니다만, 원래 인간이었으니 상관없기도 합니다. 완전한 사람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런 그에겐 바람이 하나 있었죠. 인간일 적(던전이 사람과 계약을 맺어 계층 보스로 삼는다는 설정도 신선)에 검의 괴물로만 살아왔던 로웬. 사람들은 그를 열광하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은 보려 하질 않았죠. 그게 응어리가 되어 가디언이 되었어도 미련이 남아 성불을 못하고 누군가가 자길 구원해 줬으면 했습니다. 마침 미궁에 내려온 주인공이 있네요? 뭔가 집착 빼면 이 작품은 시체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겐 자석처럼 집착하는 사람들을 막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나 봅니다. 주인공은 스노우나 다른 히로인들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땀내나는 남정네의 데시까지 받으니 좋아 죽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질척질척, 귀찮아 죽겠습니다. 로웬하고 같이 있다가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마침 주인공이 있네? 그에게 냉큼 기생한 리퍼(여자 유령 같은 거)는 로웬에 대한 집착은 다른 히로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으로서는 다행이긴 한데, 질척거리는 건 매한가지라서 귀찮아 죽습니다. 아주 그냥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리죠. 물론 주인공으로서는 로웬은 검의 스승이고, 리퍼는 자기 몸에 기생 중이니 남 일은 아닌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어울려야죠. 근데 6권 전체 다 쓸 만큼 흥미로운가?

맺으며: 의존증 말기가 되어 버린 스노우는 둘째치고, 로웬의 소망을 들어주는 사나이 우정은 사실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작가가 정성스럽게 집필한 느낌은 나는데, 그렇다고 그게 반드시 흥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군요. 사실 6권은 안 읽어도 앞으로의 이야기에 크게 영향이 없을 정도로 외전 성격이 강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마음을 성장시키는 개연성을 위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에게 그럴 시간이 어디 있나 싶죠. 게다가 기억을 되찾는 데만도 2권 넘게 썼음에도 진척된 이야기는 없고, 흑막을 두들겨 패러 가고, 미궁을 답파해서 집(지구)로 가야 할 주인공에게 로웬이라는 존재는 뜬금없기만 했습니다. 물론 필자가 흥미를 느끼지 못해 건성으로 읽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 보니 집중을 못 했고, 이번엔 읽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군요. 아무튼 다시 여행을 시작했으니까 앞으로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데 뭐 더 두고 봐야겠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이스카를 향한 마음이 중증으로 치달아가는 여주 앨리스는 이제 결혼 망상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작 떡줄 사람(주인공)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을 드링킹 해대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첫눈에 반했는지, 싸우다 정이 들었는지 하여튼 상사병을 오지게 앓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중립 도시를 방문하고, 만나면 무엇을 하고 무슨 대화를 해야 할까. 머리는 점점 꽃밭이 되어 가고, 그를 위해 간이고 쓸개고 몸도 마음도 다 줄 기세가 되어 갑니다. 이러다 국가 기밀까지, 엄마(여왕)의 거처까지 안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종국에는 꿈에서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이르렀는지 잠꼬대도 장난 아닙니다. 얼핏 보면 순애 같은 사랑 같죠? 일본 라이트노벨의 고질병이 여기에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일본 라노벨에서 보여주는 일본식 연애는 여자가 일방적으로 남자(주인공)를 쫓아다니는 구도를 보여주는 게 많습니다. 사랑이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마주 본다는 말이 있죠. 마주 보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칸방의 침략자가 있고요. 본 작품은 제국 소속의 병사와 네뷸리스 소속의 마녀와의 금단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만날 수 없는 연인끼리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 같지만 정작 주인공은 무덤덤하고 여주만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구도죠.

인간과 마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길을 걸으며 100여 년 넘게 전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죠. 그런 주제에 3권이나 왔는데도 하는 건 없습니다. 기껏 한다는 게 포로로 잡혔던 마녀를 풀어 주고 지위를 박탈당한 멍청이죠(아이러니하게도 이번 3권에서 복선이 됨). 아니 비하할 생각은 없는데, 3권까지 올 동안 대체 뭘 했나는 곱씹어 봐도 한 게 없어요. 있다면 적국의 왕녀(여주)의 마음을 훔친 것 정도? 이번 3권에서는 여주의 시종이 건넨 독음료를 먹고 멋지게 포로가 되어 버리죠. 여주 입장에서는 시종이 멋대로 꾸민 일이지만, 이대로 놔두기도 뭐 하다며(속으론 쾌재를 불렀겠지) 감옥의 도시로 납치해서 휘황찬란한 호텔에 감금을 합니다. 그리고 수갑을 채우고 쇠사슬을 연결해 그런 플레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목욕 후 전라 보여주기까지, 차라리 벌레에게 맨몸을 보여준들 무슨 감흥이냐는 여왕 플레이라면 십분 흥미라도 있을 텐데, 꺄악?! 내가 대체 뭘 읽고 있고, 이걸 계속 읽어야 되나 현타가 쎄게 왔군요. 이런 이야기에 뭔 의미가 있고, 무엇을 위한 이야기인가. 순혈종 왕족에 차기 여왕 1순위 왕녀가 적국 병사랑 같은 방에 있고, 알몸을 보여주고 사모하는 마음을 키운다? 납치 감금 해놓고 어떤 범죄자에 의해 위기가 찾아오자 좀 도와줄래? 이럽니다.

진짜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은 네뷸리스 여왕(여주 엄마)을 붙잡아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길을 모색하려 한다는 건데, 인질을 잡고 평화를 외친다는 발상은 대체 어느 나라 사상일까 싶죠. 무력을 통한 평화가 오래갈 거라 생각 한 건가. 그럼에도 하는 건 없고. 아니 애초에 제국은 마녀의 씨를 말리려는 중이고, 사로잡힌 여왕에게 제국이 무슨 짓을 할지. 그리고 제국은 실제로 여왕 생포 작전에 돌입을 합니다. 여주는 그 심각성조차 알지를 못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니 엄마 좀 내줄래? 하면 응하지 않을까 싶은 게 지금의 여주죠. 마녀 최강이라면서 주인공에게 발리고, 이번에 빌런을 맞이해서도 최강은 얼어 죽을. 제국 네임드 10명 중 5위에게도 밀리는 실력, 작가 딴에는 위기에 빠진 히로인을 구하는 건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밀고 있는 듯합니다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죠. 넓게 보면 이 둘이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계가 아닐까 싶긴 한데 정작 남자 쪽인 주인공은 여주를 사모하는 마음은커녕 여사친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냥 있으니까 대화를 하고, 위기에 빠지니까 두고 볼 수 없어 구해주고, 뭐 마음이 아예 없다면 구해주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주인공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바라고 있으니 위기에 빠진 마녀(여주)를 무시하진 못하겠죠.

맺으며: 러브 코미디처럼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라면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었을 텐데, 여주 일방적인 전개 방식은 분위기를 많이 깹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쪽은 거의 무관심한데 이게 무슨 재미인가 싶죠. 여주의 망상은 나날이 하늘을 찌르고, 그로 인한 비현실적인 장면은 홍미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립니다(꺄악?!). 최강이라면서 완벽한 승리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묘한 능력이라는 파워 밸런스, 적국 병사인 주인공에게 도움받고 구해지고, 범법(일단 주인공 납치부터 같이 지낸 것만 놓고 봐도) 행위에 대한 반성은 눈곱만큼도 없는 성격. 주인공이 마음만 먹었다면 미남계를 이용해 여주로부터 정보를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걸 여주나 그녀의 시종이나 깨닫지 못하는 우둔함. 다 떠나서 픽션이니까, 본질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설정이라면 그에 따른 러브 코미디라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지리멸렬(꺄악?!) 하고 일방적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게 흥미 있을 리 없고, 몰입이 될 리도 없습니다.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요. 두 사람의 앞 길을 막는 요소로 작용해야 될 인간과 마녀의 대결 구도도 따로 국밥처럼 둘의 환경과 상관없이 별도로 진행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마녀 잡는 부대에서 마녀가 탄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흥미로운 설정을 넣었으면 활용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한계도 있군요. 아무튼 작가 이전작에서는 적어도 히로인들의 관계를 적절히 잘 응용하고 조화롭게 융화 시켜놓고 이 작품은 왜 이런 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가장 아쉬웠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메인 히로인 '라프타리아'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노예 생활로 얻은 병 때문에 다 죽어가던 걸 주인공이 거둬들이고 치료해 주었죠. 물론 인류애를 발휘해 치료해 준 건 아니고, 공격력이 사실상 제로나 다름없는 방패 용사는 공격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고 이에 라프타리아가 선택된 것이죠. 어린애에게 칼 들고 싸우라니 주인공도 뭐 제정신은 아니지만 당시 걸레에게 된통 당했던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었긴 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로부터 아직 수개월 밖에 지나기 않았음에도 라프타리아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용사가 육성하면 신체가 강화되는 특성에 따라 몸집이 커진 것이죠. 비단 그녀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노예가 되면 누구라도 강화 버프를 받는 듯하지만 몸집이 커지는 건 라프타리아가 유일합니다. 아마 라프라이라의 마음(호감)이 반영된듯한데 정작 주인공은 아웃 오브 안중이죠. 이번 13권은 그 라프타리아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2권에서 어디에나 있는 노예 소녀로만 알았던 그녀는 바다 건너 쇄국 중인 동방의 어느 나라의 왕족이었다는 게 밝혀졌죠. 밝혀지는 과정이 웃긴데, 주인공이 무녀복에 꽂혀서 이것도 엄연한 장비라며 그녀에게 입힌 게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갑자기 암살자들이 쳐들어와 무녀복을 입었구나? 그렇다면 왕좌(대충 비슷)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는 뜻? 밑도 끝도 없이 죽어라!!를 외치는데 작중 등장인물들이나 보는 필자나 황당하죠. 알고 봤더니 라프타리아 부모의 출신 국가에서는 무녀복을 입는다는 건 천명님 어쩌고에 대한 도전이라는데 생뚱맞은 것도 정도껏 해야지. 파도와 노예 육성하다 말고 왜 삼천포로 빠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군요. 아무튼 공격받았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죠. 잠자는 주인공 코털을 건드린 대가를 받아랏!! 하며 그녀(라프타리아)의 나라(정확히는 부모님의 출신지)에 쳐들어 갔지만 털리는 건 주인공? 일단 가는 길부터가 난관입니다. 바다 건너에 있다는 나라에 갈려니 마땅한 배편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준비할 수도 없어서 이웃 나라에 도움받으러 갔더니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건 눈이 돌아간 동물의 왕국. 이전부터 방패 용사를 신봉하는 사이비 국가라는 걸 알면서도 아니 뭔가 기대를 했겠죠. 그동안 쓰레기 취급만 받다가 숭상한다는 나라에 간다니 뭔가 대접받을 줄 알았겠죠. 옛날에 초대 방패 용사가 동물의 왕국 건국 때 도움을 잔뜩 주었거든요.

그러니 후대 방패 용사도 당연 숭상의 대상. 근데 말이죠? 호감과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란 말이죠? 여자들은 주인공 씨(SEED)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가고, 우리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님, 우리만 바라봐 주세요!! 못 나가게 감금까지 시도함. 극우 정치인들은 주인공을 구슬려서 바지 사장(왕이 되소서) 만들려 혈안이 되어 가고(이득은 지들이 먹고), 주인공 태어나서 기겁이라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목도합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NO를 외치죠. 이에 광신도(극우 정치인들)들 눈 돌아가서 우릴 안 봐준다고? 정말? 그럼 죽어랏!! 동물의 왕국이 개판 되어 갑니다. 참고로 동물의 왕국이란, 수인들의 나라이기도 하고 하는 짓이 동물 같기도 하고 해서. 아무튼 이때 필요한 건? 줄무늬 호랑이 남매. 주인공이 노예 시장에서 다 죽어가는 남매를 거둬서 육성했더니 여동생은 주인공의 열혈 신도가 되었고, 오빠는 뭐 맨날 동생에게 질질 끌려가는 유감이 되어 버렸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주인공을 숭상하면서 그를 불편하게 한다고? 니들이 죽어랏을 외치며 남매가 대활약, 작가가 남매 키워주나?라는 느낌이지만 어째 사망 플래그 같습니다?라는 느낌도 장난 아닙니다요.

근데 얘들 언제 라프타리아 모국에 가는 걸까? 작가가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웃 동물의 왕국에서 주인공을 바지 사장으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가다 안 되니까 안 들어주면 니가(주인공) 만든 마을에 자객 보낸다? 이 짓까지 하는 통에 주인공 역린을 단단히 건드리...긴 했는데 왜 쎄게 나가지 못하는 거니. 배를 얻어 타야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네. 10대 초반의 줄무늬 호랑이 남매를 내세워 극우 정치인들과 싸우게 하다니 쪽팔리지도 않나? 우릴(정치인) 이기면 뭐? 배를 준다고? 필로(마물 필로리알 인간 버전)가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아니 주인공만 숭상하고 일행은 개무시 하는데? 줄무늬 호랑이 남매에겐 더러운 피라고 매도까지 하는데? 아니 자기 나라 출신인 남매들이 노예로 죽어갈 때도 구해주지 않았잖아. 주인공으로서 뭔가 해줄 말 없음? 아니 해주긴 하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에겐 씨알도 안 먹혀서 불쌍해 죽겠습니다. 뭔가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뭐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아무튼 애들을 육성해서 싸우게 하고, 호감 있는 히로인들 마음을 무시하고, 주인공 시키 곱게는 못 죽을 듯. 받아 주려 해도 광기에 찬 호감인지라 배탈 날지도요.

맺으며: 요즘에야 무덤덤하지만 옛날 같았으면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욕 좀 먹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찐합니다. 뭐 무녀복이야 대중화(?)가 되었으니 그러려니 하겠고, 신토불이에 입각해서 일본 작가가 일본색 짙게 한다고 뭐라 할 형편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보다도 무골충이 주인공이 더 문제입니다. 같이 행동 중인 노예 애들이 무시를 당하는데도 한 마디 해주지 않고, 주인공을 숭상하는 나라에서 주인공이 왕이 아니면 뭐가 왕이냐 싶을 정도로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환장하죠. 발암이죠. 극우 정치인들이 마을에 자객을 보낸다고 협박하는데도 울분을 참는 게 아니라 남일처럼 대하고, 결국 줄무늬 호랑이 남매 중 여동생이 나서서 극우 정치인들을 호통치는데 주인공으로서 쪽팔리지도 않나. 그리고 복수하러 간다고 대놓고 광고질은 또 뭔가 싶죠. 이웃 동물의 왕국에서 그렇게 사달을 일으키면 누구라도 알겠다. 그러니 길목에서 요격 당하지. 주인공은 전술이고 전략이고 개에게 줘버리고 현장 임기응변으로만 대처하니 죽어나는 건 히로인들. 진짜 주인공 곱게는 못 죽을 듯. 그래도 동물의 왕국에서 종마 취급 당할 뻔한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아트라(줄무늬 호랑이 남매 여동생) 덕분에 본전은 건진 거 같군요. 하지만 주인공과 라프타리아를 괴롭히는 흑막은 따로 있다는 클리셰 때문에 본전에서 마이너스가 되어버림.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쪼그마한 여자애가 폭신폭신한 곰 옷을 입고 와서 모험가가 되겠다 하니 모험가를 물로 보나며 교육 좀 시키려는 선배를 오히려 때려눕혀 버렸죠. 그 길로 마물들도 마구 잡아서 생태계를 교란 시키고, 놀이동산 어트랙션같이 생긴 곰 하우스를 빈터에 세워 집이랍시고 살고 있으니 구경꾼이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집주인도 곰 옷차림 하고 있으니 오락에 굶주려 있는 이세계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구경 꺼리죠. 덕분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 생활 같은 나날이 이어집니다. 이번 2권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납니다.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여느 이세계 전생물처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의 지명 의뢰를 받아 갔더니 너 님이 유명하다길래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다니 미친 건가 싶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영주 딸내미와 통성명도 하는데 뭔가 이런 장면이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가 싶은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솔직히 종이책 기준 8천 원이 넘는 작품치고는 내용이 부실한 건 아닌가 싶죠. 아무튼 피나의 어머니가 결국 쓰러졌습니다. 약도 없고, 신관을 부르려니 엄청 비싸고 그저 죽음을 예감하고 아이들(피나에겐 동생이 있음)을 부탁하는 장면은 본다면 여주로서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이웃 마을에서 커다란 뱀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옛날에 드라곤이 출동하면..라는 인터넷 개그가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주가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뱀이라도 여주 앞에서는 뱀탕 신세죠. 사실 이런 마물을 잡고 피나의 마물 해체 쇼보다 뭔가 좀 악덕 귀족이 나타나 여주의 능력을 탐내서 내 것이 되어라를 외치고 그런 귀족을 여주가 발라버리는 클리셰 덩어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어서 안타깝단 말이죠. 뱀을 잡은 여주는 더더욱 유명해지고 가는 곳마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관공서에서 누군 길게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여주는 프리 패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선배 모험가를 뚜까팬 것도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죠. 그녀를 거스르면 아주 그냥 죽어! 그리고 정해진 약속처럼 소문과 충고를 등한시한 바보도 등장해서 개기다 아이고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같은 일도 벌어지고. e북 가격도 만만찮은데 계속 봐야 하나. 그리고 마침내 필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고아원을 등 처먹는 악덕 귀족 등장, 근데 엉뚱하게도 영주에게 불똥이 튀는군요. 여기서 여주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아주 음습하게 괴롭히는 게 특기인가 봅니다. 뭐 처음부터 유명인이라길래 보고 싶어서 부른 영주에게 좋은 인상이 생길 리 없으니 당해도 싸긴 할 겁니다.

맺으며: 이 작품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귀여움보다는 기행으로 승부를 본다. 폭신폭신한 곰 옷에 능력도 곰과 연관이 있고, 집도 곰 하우스고, 소환수도 곰돌이에 곰순이 같이 귀여움 가득 묻어나는 이야기를 펼치면서 그런 걸 부각 시키기 보다 거리가 먼 마물 때려잡기 등 기행 일색입니다. 한 번 부르려면 엄청나게 비싼 신관 대신 무료로 병을 치료해 주고, 뜬금없이 고아원 돕기를 하고, 그러면서 뽐내지를 않는 것도 기행이고, 이세계 주민들 입장에서 그녀는 성녀인가? 이러면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서 사람들이 몰리고, 국가 권력이 탐내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으니 허술하단 말이죠. 써먹기 좋은 호구가 여기에 있잖아요. 물론 고위 모험가도 여주를 이기지 못하니 함부로 접촉했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되겠지만요.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안전 노선으로 가겠다는 건 알겠는데 재미가 없단 말이죠. 사실 여주가 쳬육계다 보니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그 역할에 피나를 투입하려나 했나 본데 칼 들고 마물 해체쇼 하는 소녀에겐 다소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영주 딸내미와 피나 여동생을 투입하는 등 작가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빛을 보는 건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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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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