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외전이자 설정집입니다. e북 가격이 종이책 절반쯤 되기도 했고, 그냥 궁금하기도 해서 구입해 봤습니다. 주 내용은 자투리 성격의 일상생활 이야기들입니다. 여주가 거미로 태어나 미궁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때부터 신격화 직후까지이고, 본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령 미궁을 벗어나 지상으로 나와 처음으로 맞닥트린 거대 매미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잡았지만 먹을 게 없다든가, 자기 거미줄을 먹어보는 등 기행을 펼치는 장면도 몇 있었군요. 흥미로운 것은 일상생활이라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없애려는지 짤막하게 옴니버스식으로 수록해두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여주만이 아니라 주변인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특히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거미 인형 4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본편에서 여주 보다 더 재미있는 콩트를 보여주곤 했던 4자매의 성격을 분석해서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게 흥미롭죠. 또 하나는 여주 반 친구이자 귀족 영애로 TS 전생한 캐릭터군요. 보통 19금 작품이 아닌 이상, 성장기의 여성 신체 변화에 대한 설명은 터부시 되는 경향이 강한데 여자로서의 삶을 남자의 시각으로 풀어 놓는 장면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보건 교육 같은 건 아니니 일부러 찾아보진 마세요.

그 외엔 등장인물들의 설명이나, 작가와의 인터뷰, 캐릭터 설정 등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보통 현실에서 거미는 생김새 때문에 꺼려지는 생리적 혐오감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역시 컬처라는 세계관에서 버프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작품의 거미(여주)는 꽤 귀여움을 동반하고 있죠. 본편에서 부족했던 여주가 거미일 때의 일러스트를 EX에서는 제법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만족스러웠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설명들, 특히 엘프들에게 보호받고 있었던 아이들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본편에서 이들은 그렇게 활약을 하지 않아서 별로 흥미롭진 않았군요. 작가와의 인터뷰는 e북 리더기 화면상으로 볼 때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아 가독성이 최악이었습니다. 필자의 눈 시력이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양쪽 시력 0.8, 0.7 안경 안 씀) 그냥 넘기게 되더군요. 눈이 좋으신 분들이라도 혹시 EX를 보신다면 큰 화면으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상생활의 이야기는 글자가 일반적이라고 무리가 없는데, 인터뷰나 일부 설명들은 다소 글자 폰트가 많이 작습니다. 설정집답게 일러스트는 제법 들어가 있는데요. 이 중에 컬러도 있지 싶은데 제가 구매한 e북 리더기(거의 최신 기종)는 컬러를 지원하지 않아 아쉬웠군요.

맺으며: 흡혈녀 소피아의 이 관리에서 양치질에 대해 약간 설명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양치질의 주된 목적이 충치균을 없애려는 것도 있지만 그 외의 세균을 없애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죠. 세균은 잇몸에도 영향을 당연히 주며, 잇몸의 경우 충치보다 더 중요하게 관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소홀히 했다간 나이 들어 풍치 옵니다. 필자도 4개나 풍치로 뽑았군요. 풍치가 오면 충치는 아무것도 아닌 통증을 보여줍니다. 그냥 데굴데굴 굴러요. 그리고 풍치가 오면 잇몸이 많이 삭았다는 뜻이고 임플란트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필자도 결국 못 했음). 충치는 크라운을 씌운다든지 이를 뽑지 않아도 되지만. 양치질은 매우 꼼꼼히 자주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튼 여주의 신격화 직후까지의 내용을 다루고는 있지만 이세계 시스템 붕괴에 따른 영향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 EX2편에서 다루지 않을까 싶군요. 빠른 e북 발행을 바라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대륙을 작살낸 마인과 어둠의 마도사를 힘을 합쳐 봉인했으면서 마왕을 어쩌지 못해 마구잡이로 용사 소환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주인공도 소환 당했죠. 지구인은 아니고요. 다른 판타지 세계인인데, 그의 출신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아마 주인공 인성(인품)이 어떻다 같은 개연성을 위해 넣어 놓은 듯하고, 그 개연성대로 좋게 말하면 다정하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 같은 인간이죠. 아무튼 소환되어 능력치를 검증하는데 무능력이 나왔습니다. 소환 주체들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이 되는 건 당연지사. 이걸 어쩌나 하는데, 옆에서 새로운 사람이 소환되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것들이 벌써 200번에 가까운 사람들을 소환하고 있었지 뭡니까. 그렇다면 앞에 190여 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 다음으로 소환된, 피부는 희멀건 하지만 금태양 같은 놈팡이 놈이 글쎄 용사 적격으로 판정받죠. 순식간에 주인공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타임 리밋은 1시간인데. 뭔 리밋?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용사가 소환되었다는 여운이 이제 좀 가셨을 때 눈에 띄는 주인공. 너 님 아직도 안 돌아가고 뭐 하세요? 황당하죠. 리밋은 진작에 종료. 나 같으면 내가 마왕이 되어 이놈들 다 없애버릴 텐데.

왕이라는 놈이 돈 몇 푼 지어주고 변방 숲에 가서 살으랍니다. 알고 봤더니 돈주머니에 시한폭탄이 들어 있네요(좀 많이 각색). 앞에 190여 명도 이렇게 비명횡사한 듯. 숲에 도착해서 주인공을 노리고 덤비는 슬라임을 처리했더니 주인공 LV 업. LV2가 되자 슈퍼 울트라 능력자로 각성. 위에서 언급한 금태양 수만 마리가 있어도 주인공에겐 쨉도 안 될 능력자가 됩니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평이 안 좋지 싶은데 아무렴 어때요. 아무튼 왕이라는 놈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고, 금태양은 금태양 짓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으로서는 제일 먼저 할 일은 시한폭탄을 던져준 왕을 없애야 되지 않겠나? 변장해서 시작의 마을엔 왜 돌아가냐고요. 아마 운명적인 만남을 예견한 것일까. 평생 와이프를 만나는데 1권 만에 진도 엄청 뺍니다. 리뷰가 참 저렴하게 느껴지신다면 아마 그 느낌이 맞을 겁니다. 이 작품은 마왕과 용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가 있죠. 오히려 시원할 정도여서 술술 읽히는 게 장점입니다. 어쨌거나 귀찮은 일은 금태양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주인공은 와이프 안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서 원초적인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필자, 좀 많이 놀랐습니다. 19금 아닌 작품에서 이성 간 그렇고 그런 행위에 브레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군요.

물론 모자이크 처리는 합니다. 하지만 끄트머리 외전 이야기는 진짜 좀 위험하던데? 하반신에서 뭐가 쑥쑥 자라서 허리가 어쩌고저쩌고. 더 하면 블록 될 거 같아 이쯤하고, 주인공 일행은 변두리에 정착했습니다. 만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결혼하고(에피소드가 좀 있지만 생략),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아이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이쯤에서 여기사 4인조가 찾아옵니다(얘들도 에피소드가 더 있지만 생략). 와이프(메인 히로인)가 질투심이 강해서 접근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곧 공략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주인공 변강쇠더만요. 이후 히로인 1+1(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외전 이야기 장본인들)이 더 찾아오면서 집은 북적북적해집니다. 물론 여러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니 중요하지만 다 언급하면 출판사에서 정해놓은 본 내용 언급 10% 가이드라인을 넘기게 되는지라 아쉽지만 생략하도록 하고요. 아무튼 변두리에서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을 이길 존재는 없고, 오는 손님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물은 오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여기사들은 저마다 집안일을 하고 밭을 갈고 말을 돌보는 등 농촌 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태양 용사는 쭉정이 용사로 판명되어 쫓기게 되는군요.

맺으며: 무능력해서 추방했는데 진짜 베기였다 류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주인공을 괄시하고 얕잡아보고 시한폭탄까지 던져주는 극악무도한 짓을 해댔으면서 진짜로 밝혀지니까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들이 참 웃겨주죠. 주인공은 진짜로 밝혀져도 용사로서의 길보다는 와이프(+객식구들)와 시골에서 조용히(격한 레슬링으로 집 무너지겠던데) 사는 걸 선택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자기중심적에 난 잘못 없어 책임 회피만 일삼는 금태양 용사가 몰락해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마왕은? 이게 참 흥미롭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소시민 같은 아저씨? 1권 기준으로 겉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아저씨 어디가 위험해서 용사를 마구잡이로 소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사랑을 추구하는 마동석 같은 캐릭터? 그래서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주인공이 와이프 얻는 에피소드라든가(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또 다른 예로서 보통 히로인, 그것도 메인 히로인을 비처녀로 만드는 행위는 이 계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근데 1권 초반에서 과감히 사도의 길을 가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꾸만 늘어나는 히로인과 주변에서 주인공을 얕잡아보는 클리셰 등 어떻게 보면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필자의 경우 술술 읽혔습니다. 단순해서 그런지 몰라도....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 주인공 일행이 있는 곳은 정령인(엘프)들의 고향 숲속 마을. 정령인들은 과거 인간들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인간들이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칼을 휘두를 정도로 싫어하죠. 그런 곳에 칼 침 안 맞고 주인공 일행이 무사한 이유. 주인공 일행은 여동생 여우가 던진 정령인들의 조상(이 저주로 변한 아이템)으로 인해 도시가 작살나고 겨우겨우 진압에 성공하여 정령인의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정령인 조상과 싸우다 저주받아 돌이 된 주인공 동료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고요. 애초에 원인을 따지고 보면 사달(도시 초토화)이 난 것도 주인공 때문인데 이런 쪽은 운이 억수로 좋아 별다른 처벌은 고사하고 정령인들의 고향과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발은 했습니다만. 과거 사이가 안 좋아진 후 정령인들은 철저히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죠. 주인공 클랜에 정령인들로 구성된 파티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별종이라 보면 되고요. 아무튼 찾아가는 길도 험난하고, 겨우겨우 도착하여 조상의 유해(?)를 찾아준 은혜 때문에 칼침은 안 맞았는데, 이번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판타지에서 엘프의 마을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 '세계수'가 레벨 10 보물전(던전)화로 진행 중이었고, 완성되면 세계가 멸망한다는군요.

보물전은 마력이 모이는 곳에 생성되기 쉽고, 세계수는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마력의 집합체. 수백 년 전부터 보물전화가 시작되었고 정령인들은 그것을 없애기 위해 정예를 파견하였으나 돌아오는 이는 없었습니다. 참고로 보물전 등급은 레벨 1부터 10까지 있으며 10등급이 되면 사실상 신(神)급으로 현재의 인류에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재앙이죠. 그저 정령인 조상의 유해를 돌려주고 동료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졸지에 세계 멸망을 막아야 되는 막중한 임무가 주인공 일행에게 떨어집니다. 정령인들은 정예를 잃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이 왔으니 웬 떡인 상황. 주인공은 도시를 작살나게 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선 헌터 협회의 요청(교류)을 들어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윈윈해야 될 상황이지만 주인공에겐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정령인들을 구하고 나아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될 것인가. 하지만 잊어선 안될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재능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무능력 먼치킨도 아니죠. 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아이큐는 두 자릿수 같고, 이해력도 딸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면 왜인지 열에 아홉은 화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위기라고 한들 주인공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 결국 동료들에게 떠넘기고, 꿀잠 자는 걸 선택하죠.

하지만 잊어선 안 될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뭔 일 터지면 주인공 본인에겐 불행이지만 주변에겐 행운의 아이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사상 최악의 보물전을 소각 처리해야 되는 정령인들과 주인공 일행(주인공 빼고)은 최선의 길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봅니다만. 가만히 있으면 보리죽이라도 얻어먹을 텐데, 사태는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해 커져만 가죠. 행운의 아이콘으로 작용은 한다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언제나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상황. 특히 정령인 황녀는 작중 내내 주인공에게 휘둘리기만 해서 참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토하고 싶은 상황이고, 도망가고 싶은 상황이고, 그가 내뱉은 말들은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오해의 실마리가 되고, 주인공의 뜬금없는 말은 미지의 무엇 같은 것이 되고, 미지의 것에 흥미보단 두려움을 느끼는 생물들의 본능에 따라 주인공에게 뭔가 기대를 걸고 기대는 주변이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팀킬을 선사하죠. 그것을 바라보는 보물전의 보스는 주인공을 최대의 위협으로 보게 되고요. 어째서 은퇴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서 내뱉은 말들이 행운을 불러오는가.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사기꾼들이 사기 칠 때 당당해 하면 사람들이 속는 그런 메커니즘인가?

맺으며: 이해력 딸려 하는 주인공이 여전히 거슬리지만 이런 점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니까 넘어가야겠죠. 10권까지 와서도 한결같은 패배자 근성의 생각과 행동은 큰 점수를 줄만 합니다. 남에게 다 떠넘기지만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클랜의 수장답게 책임은 지려는 인간다운 모습도 있어서 싫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죠. 사실 숨겨진 무능력 먼치킨이 아니라 진짜로 무능력하다 보니 자기 몸 간수하기도 벅차고, 그런 그를 멋대로 높이 평가해서 멋대로 착각하는 주변 때문에 도망도 못 가는 불쌍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만. 사상 최악의 보물전을 앞에 두고도 일행들이 침착할 수 있었던 건 무지한 주인공의 행동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일들이 흥미롭게 하죠. 주변에서 치켜세울수록 주인공은 토하고 싶고, 아무도 그런 그의 마음을 몰라주고.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결국 그의 평가는 나날이 높아져 가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황녀를 몹쓸 사람으로 만드는 적당한 개그도 들어가 있고, 한 것도 없는데 감사 받는 주인공이 웃기기도 했군요. 유부를 좋아하는 여동생 여우와의 악연은 백미로서 어느새 여동생 여우는 이 작품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은 무능력하지만 인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여동생 여우는 레벨 10의 보물전 [길 잃은 여관]의 팬텀(몬스터)으로서 보통 팬텀은 인간과 교류하지 않거든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급 대장장이의 의뢰로 마법 학원에 비정규직 강사로 취직했던 프란(과 스승). 학원 생활보다는 학원장의 사정과 맞물려 있는 호수에 봉인되어 있던 괴수 퇴치에 더 열을 올려야 했던 이상한 학원 라이프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끝이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란에게 사람의 정과 인연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고 친할머니처럼 대해주었던 키아라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도 만났지만 용서하는 넓은 마음도 보여 주었죠. 사실 원수가 보살피고 있었던 아이를 봐서라는 이유가 더 컸긴 합니다. 이 아이는 프란을 포함한 흑묘족의 진화를 막히게 하고 노예로 전락하게 하여 수백 년간 고생하게 한 원흉과 관련 있는,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원흉의 인간적인 면모도 있어서 애증스러운 아이지만 아이에겐 죄가 없으니까요. 나중에 프란과 또 어떤 접점이 생길 듯하여 일단 언급 해놓습니다. 이제 괴수도 퇴치하고 학교장의 사정도 해결하면서 학원에서의 생활은 일단락되고 다음 무대로 골디시아 대륙이 언급됩니다. 대륙 자체가 마수에 집어 삼켜져 마경이 된 곳이죠. 인류는 마수들을 억제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인력 보내 솎아내기 작업 중이었고, 이곳에 주인공 스승과 관련된 어떤 인물이 있다 하여 파견 형식으로 찾으러 가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학원장에게 호구 잡히지만 스스로 납득했으니 된 걸로 치기로 하고요.

정해졌다고 당장은 갈 수 없고 두 달 정도 유예가 생겼습니다. 마경에 가는 거라서 절차라든지 강한 사람도 데려가야 하는 등 밑 작업을 하고, 동시에 1년에 한번 있는 요리 대회와 무투 대회에도 나가는 등 다시 옛날로 돌아간 일상생활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인연이 닿은 사람들과도 재회하고, 새로운 인물들도 만납니다. 문득 자신을 받아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지 새삼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라고 할까요. 평범한 일상이지만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카레 만들기)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 길거리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후배를 모험가의 길로 인도하고, 강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따른 두근거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평화를 짓밟으려는 이웃 왕국의 음모. 작품 초창기부터 떡밥을 뿌려왔던 이웃 왕국의 불온한 움직임이 본격화됩니다. 프란과 스승도 당연히 휩쓸리는 분위기고요. 전쟁의 기운이 날로 커져만 갑니다. 그 전초전으로 이웃 왕국에서 보내온 첩자와의 전투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진지한 장면들을 연출하죠. 필자가 보기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정도로 중요한 전투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넘어가고요. 프란과 같은 동족을 만나 전투를 벌이고 친구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지만 등장인물을 대책 없이 마구 늘려서 나중에 감당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흔히 이세계 전생 먼치킨물이 되면 약자(적) 괴롭히기 되는 일이 많은데, 이 작품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자들을 투입하면서 늘 긴장감 넘치게 하는 연출 하나는 좋습니다. 이번에도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은 거 같았던 첩자들도 꽤 강하게 나오면서 프란과 스승은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격하게 싸우며 성장한다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매 전투 때마다 재생을 통한 회복 난발로 전투가 평행선을 달리고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아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장면들이 제법 있어서 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였군요. 16권이나 왔으니 매너리즘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디서 아이디어가 솟는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스승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서두르지 않고 밝혀가는 것(결국 신과 관련 있다는 고리타분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 하여도), 주변국과의 전쟁 기운 등 세계관을 키워가며 이세계 전생물에서 벗어나 세계관을 키워가는 부분들은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또한 그런 세계관에서 프란과 주인공 스승이 영웅이 되어 모든 걸 해결해 가는 것이 아닌 주변을 도움을 받고, 때론 위기를 맞고, 좌절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줘서 좋은 점으로 작용하고 있죠. 정작 프란을 여전히 말주변 없고 무뚝뚝하게 그려놔서 귀염성이 없는 게 옥에 티지만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14권은 [로키 파밀리아]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과거는 맞는데, 시작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오라리오를 떠받치는 굴지의 파밀리아지만, 그들도 처음은 있었겠죠. 주신 로키도 처음부터 단원들을 대려오진 않았을 테고요. 그러니까 지상으로 내려오긴 했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세일즈를 해야만 하죠. 문제는 로키의 정신세계가 귀여운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지나가는 여자애들에게 치근덕 거리는 게 예술입니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상대 안 해주죠.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 단원은 다들 아시다시피 파밀리아 단장 '핀'이 됩니다. 이때 핀의 나이 14세. 로키 입장에서는 트럭째로 줘도 안 할 사태지만 개시(開市)는 해야겠기에 받아들입니다. 이때 핀의 요구가 압권이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핀은 그의 종족 파룸의 희망과 영웅이 되고 싶어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성이지만, 이때만 해도 주신이 천방지축이다 보니 정신을 단디 챙겨야 했을 겁니다. 10살에 망해가는 고향을 뛰쳐나와 어느 스승 밑에서 갈고닦아 실력을 키워 왔던 그는 파밀리아에 가입하지 마자 단장의 싹수를 보여줍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의 종족은 비굴함의 끝을 달리고 그냥 불가침 천민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그 반발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때 로키가 지상으로 내려온 곳은 오라리오가 아니라 지방 어딘가 소도시로서 파밀리아 홈(거점)은 당연히 없던 시절입니다. 여기서 맨땅에 헤딩 하듯이 세일즈를 펼쳐 가는 게 눈물겹죠. 후에 '헤스티아'를 놀려도 선을 넘지 않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도(오히려 져주기도 했으니) 다 자신도 겪어 봤기에 그랬던 게 아닐까 싶더군요. 여행이라 칭하고 몇 년을 유랑했으니 고생도 많이 했을 듯한데, 항상 밝은 로키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죠. 아무튼 두 번째 단원은 마도사 '리베리아'입니다. 그녀는 하이엘프로서 왕족이죠. 이때의 그녀는 왕족답게 높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타종족을 은근히 밑으로 보는 고고한 뭐 그런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엘프의 숲을 벗어나 세계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이게 쌓이고 쌓여 결국 시종 아이나(벨과 인연이 깊은 인물)를 꼬드겨서 야반도주를 시도해버립니다. 하지만 왕(아버지)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고, 뒤쫓아와서 한다는 말이 가관입니다. 아버지를 줘팰 수도 없고, 공주(왕녀)가 사면초가일 때 필요한 건 백마 탄 왕자님. 리베리아에게 있어서 백마 탄 왕자님은 누구일까. 핀이 될까? 이게 또 가관입니다. 이때 리베리아는 쌈닭 같은 성격으로 시종 제외 니 편 내 편 없이 사람들을 막 쪼아버립니다. 핀도 예외는 아니었죠.

세 번째 단원은 드워프 가레스입니다. 여망이 있는 핀과, 세상 밖을 보고 싶은 어린애 같은 리베리아에 비해 처음부터 상당히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판타지에서 엘프와 드워프는 앙숙이죠. 이 작품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가레스를 만난 리베리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가 이번 14권에서 최대의 흥미 포인트가 됩니다. 핀도 땅바닥에 기어다니는 지렁이만도 못한 취급을 했었는데, 앙숙인 드워프인 가레스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현재에는 둘도 없는 동료지만 이때의 리베리아는 쌈닭 그 자체. 그 중간에 끼여 핀은 개고생. 말려야 될 주신 로키는 강 건너 불구경. 원래 신(神)은 유희를 바라고 있느니 현 상황은 최고의 이벤트. 흥미로운 건 여길 기점으로 쌈닭 최고점을 찍은 리베리아가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장면들이군요. 언제까지고 애들처럼 있을 순 없다는 듯이, 여행을 하고 타종족을 만나 교류를 해가며 점점 인식을 키워가는 그녀가 어른으로서 성장해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동료애가 생겼고, 드워프 마을에서 지내며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토록 괄시했던 가레스가 위기에 빠지자 마인드가 고갈되는 걸 마다하지 않고 마법을 쓰며 쓰러지기 직전이 되도록 그를 구하려 하는 장면들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여기엔 어떤 사연이 있지만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패스.

맺으며: 이번 14권에서는 [로키 파밀리아]의 수뇌부 3인방이 어떤 삶을 살았고, 이들이 어떻게 만나 인연을 키우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워 가죠. 그리고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포부도 보여줍니다. 부록 소책자에서는 길드 접수원 에이나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사실 외전에서 큰 비중이 있는 캐릭터는 아닌 데다 본편에서도 거의 공기가 되어 버린 에이나지만, 벨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준 그녀의 출생이 궁금하다면 추천. 전투씬은 이전에 비해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고요. 역시 고정 포대 레피야가 없으니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 현재의 과묵한 리베리아와 쌈닭 시절의 리베리아와의 괴리감이 꽤 커서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핀은 벌써부터 단장의 자질과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일족의 부흥을 위해 후계자가 필요하다며 신부 찾아 삼만리지만, 아시다시피 현재도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하고 있죠. 첫사랑은 개같이 망해버렸습니다. 앞으로 그의 연애 운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14권이었군요. 가레스는 이 중에서 제일 정상인입니다. 쇠락하는 일족을 위해 분골쇄신 중인 게 인상적입니다. 같은 일족을 위한다는 방향성만 놓고 보면 핀 보다 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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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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