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악평이 있으니 이 작품의 팬이시라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

 

 

 

37세 아저씨, 판타지에서 이 정도 나이면 손주 볼 나이겠죠. 한때 모험가로써 전설을 써 내려갔던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흑마법사(35세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가 되어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도 예전 같지 않은 게, 근래에 들어선 스킬만 쓰면 HP가 깎이는 병까지 얻었지 뭡니까. 이제 슬슬 은퇴할 나이 건만 20년 넘게 모험가를 하면서 돈은 땡전 한 푼 모아두지도 않았군요. 지금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길드를 찾아가 일거리를 달라고 하니 매정하게도 길드는 '너 님 모험가 자격 박탈' 선고를 해버립니다. 그동안 아저씨의 등골을 쪽쪽 빨아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 쓸모없으니 꺼지라는군요. 게다가 갈 땐 가더라도 빌려준 무기도 놓고 가라고 합니다. 길드는 아저씨가 벼랑에서 간신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거마저 잘라 버리죠.

 

세상 온천지에 박정한 놈들 밖에 없어.

 

한때 용사 파티의 일원으로써 용사에게 싸우는 법까지 알려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건만, 박정한 용사 놈들은 아저씨가 병에 걸리자 바로 퇴출 시켜 버렸죠. 이런 놈들이 용사라니 이 세계도 갈 데까지 간 게 아닐까 싶더군요. 길드를 나서다 아저씨는 용사 패거리와 조우하게 돼요.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마주친 용사 패거리들은 아저씨를 놀려대기 바쁩니다. 말이 좋아 놀린다지 이건 비아냥에 모욕에 인간 취급을 안 해주니 용사라는 놈들 인성 개차반이 따로 없어요. 아저씨 이쯤 되면 화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좋은 말로 하면 성격 좋은 사람, 나쁘게 말하면 비굴한 무지렁이 딱 그 느낌이었군요.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콩쥐와 팥쥐를 연출하고 싶었던 걸까요. 온갖 역경을 이겨내 나를 무시한 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려 했던 걸까요.

 

자, 이렇게 '한때 잘 나갈 땐 잘도 이용해먹더니 쓸모 없어지니까 패대기치는 놈들'이라는 밑밥을 뿌려 두었습니다. 사실 이건 전형적인 주인공이 병이든 뭔가에 의해서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이후 회복하여 복수할 거라는 복선인데 문제는 아저씨 성격상 자신을 퇴출시킨 용사 패거리들이 다시 파티로 들어와 줄 수 있냐고 하면 냉큼 들어갈 성격이라는 거죠. 위에서도 서술했다시피 아저씨 성격이 비굴한 무지렁이거든요. 화를 내지 않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속된 말로 눈치를 엄청 살피는 성격으로 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해지는 스타일이죠. 즉, 이 말은 굉장히 착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 특징이 불의를 못 참고, 곤란을 겪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죠. 사실 정의로운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은 내 안 보는 데서 해줘라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끊임없이 되뇌게 돼요. 내 코가 석자인데 덮어놓고 나대다간 제명에 못 산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만도 하겠건만 이런 작품들의 특징이 그런 교훈을 멍석 말아버리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아저씨가 숲에서 줍게 되는 소녀 '라비'도 한몫 거들어요. 유유자적 여행을 하며 어떤 숲에서 화살 맞고 낑낑거리는 펜릴(짱 큰 늑대)을 구해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인간 소녀였다는 것. 그 뒤 아저씨는 '라비'를 맡겨둘 곳을 찾아 같이 여행을 떠나는데요. 작가는 부창부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애(라비)가 아주 아빠(아저씨) 성격을 뛰어 넘어요. 펜릴로 변하게 된 일, 자시을 죽이려던 사람에게 쫓기던 일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어디에 갖다 버리곤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의 단점을 열거해보자면요. 스포일러 주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일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인데요. 아저씨, 라비를 구해주기 위해 발사한 스킬이 반사되어서 자신(아저씨)의 저주가 풀려 버리는데 이게 제일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어요. 일찍이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가였고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의 스승이자 용사 파티에 들어갈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몰랐다? 까지는 좋아요. 근데 라비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스킬을 썼는데 '그게 반사되어 주인공의 저주가 풀리고 전성기의 실력을 되찾았다.' 이걸 글이라고 쓴 거냐고 도서를 패대기칠뻔하였습니다. 게다가 되는대로 갖다 붙이기식 설정을 혀를 내두르게 하죠. 이제 막 생각났다는 것처럼 '나, 이런 스킬도 쓸 수 있어'하며 형편 좋게 스킬을 써대는 모습들은 보는 이를 창피하게 합니다.

 

그리고 낄 데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머리 들이미는 건 어떻게 좀 안 되나 하는 장면이 매우 많아요. 딴에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설치는데 오히려 그게 반감을 사게 되더라고요. 미치 아저씨가 아니면 사건사고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마냥 포장을 해대는 게 상당히 보기가 안 좋더군요. 이세계 전생물처럼 고딩이 이세계로 가서 신문물 기술로 무지한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뭐 그런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요. 한술 더 떠서 '라비'의 행태도 어딜 봐서 얘가 9~10살 먹은 어린애인가 하는 장면도 있다는 것인데요. 이건 심각한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합니다만. 사람을 도와주는데 있어서 맹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아빠가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주저하는 것에 삐지고 울어버리는 대목은 이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나마 장점을 꼽으라면 라비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뽑혔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우리 딸(1)처럼 힐링물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단언컨대 아니올시다입니다. 분명 라비는 귀엽게 뽑히긴 했지만 이것뿐입니다. 아저씨의 성격과 행태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작품이 발매될 수 있을까 의문이 끊이질 않았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아저씨의 성격을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하지 않는다면 이 작품이 빛을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착한 성격의 사람을 욕되게 해선 안 되지만 이 작품의 아저씨는 도가 지나칩니다. 작중 어떤 여자애가 아저씨 보고 이런 말을 하죠. '위선자', ​필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했군요. 물론 아저씨는 겉만 착한 게 아니라 골수까지 착한 사람이긴 한데... 너무 인위적이라는 거죠. 라비의 귀여움이 다 묻힐 정도로... 2권이 발매된다면, 일단 아저씨가 용사 패거리들을 다시 만난다는 복선이 있는지라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서라도 2권은 구매해보겠지만 이후는 글쎄요. 사실 '라비'만 아니었으면 1점 주기도 아까운 작품이랄까요. 그 라비 성격도 어딘가 어긋나 있지만요.

 

  1. 1,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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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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