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뜬금없는 영화 리뷰 '그린랜드'

기타 | 2020. 10. 1. 21:16
Posted by 현석장군

스포일러 주의

 

 

일찌감치 흥행이 되지 않는다 여겼는지 정오가 첫 상영이다. 덕분에 조조할인 3천 원 날아간 건 비밀이고. 아무튼 휴일이 되고 해서 영화 한편 보려고 했더니 마땅한 게 없어서 이 작품 예고편 보고 갔더랬지요.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재난 영화라는 게 다 그렇겠지 하고 보는 게 낫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입구에 들어가니 QR코드 찍으랜다. 아무래도 노트에 전번 적는 건 개인 정보 유출이라서 이걸로 바꾼 듯하다. 문제는 발열 체크를 안 한다는 것이고. 시간 맞춰서 갔는데 자칫 QR코드 찍는다고 시간 놓칠뻔했다.

 

어쨌거나 영화 시작이다. 초반부터 300 아저씨가 휴대폰에 저장된 와이프와 아들 사진 볼 때부터 감이 오더라. 위기의 가정이 재난을 극복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재탄생한다는 그런 영화인가 했더니 진짜로 그렇게 흘러간다. 300 아저씨가 과거 안 좋은 일을 저질러서 와이프와 사이가 안 좋다. 그래도 어쩌겠어. 가족이라고 보러 와줬고, 자신의 잘못이 뭔지 이해하고 죄를 갚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에 와이프도 박하게 굴지는 않는다. 이런 점이 시종일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영화 시작부터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다는 뉴스가 계속해서 속보로 등장한다. 이미 예고편 등을 통해 지구에 떨어지는 혜성을 피해 300 아저씨가 가족을 보살피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걸 표현해두었기에 이 혜성이 이 작품의 주인공인 걸 잘 알 수 있다. 근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혜성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이야기는 재난을 통한 가족애라 할 수 있다.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처럼 이 영화의 혜성도 지구 멸망급이다. 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정부는 살아남은 인류의 재건을 위해 필수 요직 인원을 피난 시킨다.

 

300 아저씨도 가족과 그 일부로 선정된다. 하지만 이런 재난 영화가 다 그렇듯, 일이 쉽게 풀리지만은 않는다. 행정 착오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부각 시킨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억지 신파극이 아닌 진짜 가족이 이런 재난을 만나고 역경을 만나 헤쳐 나가는 듯한 상당한 리얼리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군(軍) 관계자 등에 민폐도 끼친다. 하지만 어쩌겠어.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제일로 해야 되는 건 가족이다. 엄마는 아들을 찾으면서 민폐를 끼친다. 그런데 이런 걸 민폐로 봐야 될까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두고 리얼리티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는 민폐투성이라는 분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잃어버릴 거 같으니까 소중함은 배가 되는 것이다.'

 

분명 영화는 수작의 반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필자 주관적). CG는 볼만했지만, 중간중간 위기의 상황에 맞지 않는 장면들이 다수 있어서 연출에 미흡한 부분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재난 영화 보다 가족애로 접근한다면 이보다 수작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국산 영화의 신파극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 싶다(이것도 필자 주관적, 비꼬는 거 아님). 아닌 게 아니라 마트에서 아들 약을 찾을 때 폭동 관련 부분을 보자면 인종을 초월한 감정 교류 같은 부분도 눈에 띄어서 이 영화는 재난보다 휴먼을 주제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휴먼적을 너무 나가서 선을 넘는 인간도 있다. 요즘 미국에서 코로나를 남의 일처럼 대하는 일부 젊은 사람들을 비꼬듯 혜성이 코앞에 떨어지는 데도 파티를 하는 등 지금의 미국 사회를 개탄하는 모습도 담겼다. 아니면 어차피 종말인데 어디로 도망 가든 죽는 건 마찬가지이니 정신줄을 놓았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혜성이 떨어지는 장면은 MLRS(무유도 로켓) 떨어지듯 장관을 연출한다.

 

어쨌거나 종합적인 평을 하자면 솔직히 흥행은 힘들 것이다. 재난 영화면서 2012 같이 눈요깃거리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막말로 예고편에 나오는 혜성이 다라는 우숫게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짧은 생애를 위해 CG 하나는 공을 엄청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기권에 돌입하는 혜성은 실로 장관이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정부 관계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게 무엇인지 군인들이 보여준다. 이게 상당히 인상적이다. 명령이라고 해도 어차피 곧 죽을 텐데, 군인들이라고 소중한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것이다. 엄마가 아들 관련으로 만난 어떤 여장교의 말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닿는다. '내 가족은 피난 대상자에 뽑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류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솔선해서 이 자리에 나와 피난을 유도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휴먼적으로 안타까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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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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