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5권 리뷰 -1천 년의 원한이 집념이 되어-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5권을 읽고 어떤 애니메이션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걸 잃고 먼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황혼을 바라보며 울 듯 말 듯 , 뭔가를 다짐하듯 입술을 꼭 다물고 한발 내딛는... 그런 안타깝고 여운이 남는다고 할까요. 누구의 이야기냐면, 여주의 여동생이군요. 언니(여주)의 그림자를 쫓았고, 사랑하는 사람(제1왕자)을 위해 분골쇄신하였으나 보답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죠. 그러다 불법 약물에 손을 댄 끝에 붙잡혀 가족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여동생이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는 장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면 여동생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한때 언니(여주)의 약혼자(제1왕자)를 빼앗은 천하의 폐륜녀 같이 비치기도 하였으나 영지에서 언니와의 대화를 계기로 철이 없어 보였던 여동생은 성장이라는 발판을 마련하였었죠. 그러나 모든 걸 잃은 시점에서 너무 늦은 성장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왕의 선처로 폐인이 되다시피한 제1왕자와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모든 짊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은 굉장히 인상 깊었군요. 이렇게 여주 가족은 반란과 불법으로 술과 약물을 제조한 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번 5권은 그동안 여주 주변을 맴돌며 사건사고를 저질렀던 '백의 결사'가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올라와 그동안 뿌려댔던 복선을 한꺼번에 수거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백의 결사는 왜 여주를 노리는 것인가를 두고 접점이 있을 듯 없을듯한 이야기들(가령 11년 전 화재)을 복선으로 기용하며 독자들을 기만했던 내용들이 알고 보니 관련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뒤통수를 치곤했죠. 이번에도 정령들과 성녀까지 넣으며 혹시 여주는 정령이 낳은 자식일까, 혹은 수백 년 전 어떤 계기로 태어난 성녀일까 같은 좋게 생각하면 상상력을 키우고, 나쁘게 말하면 기만을 뿌려댑니다. 이 과정을 백의 결사가 개입했다는 식이고요. 그래서 콩쥐처럼 집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여주는 정령이 낳은 자식이고, 여주는 입양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죠. 이런 흐름이라면 백의 결사가 그녀의 힘을 이용하려고 노리는 거 아닐까 하는 해답으로 이어지니까요. 복선도 그렇게 유추하도록 유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대 복선이었던 여주의 환생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은 그동안 유추했던 걸 깡그리 날려 버려요. 물론 이게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복선도 같이 넣어놨지만요.
이전 리뷰에서 여주는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만들어진 존재에 1천 년 전 여주의 영혼이 깃든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던 적이 있는 거 같은데요. 이번 5권에서 그 해답이 반만 공개됩니다. 작가가 필자 눈앞에 있었다면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로 감질나게 풀어내는 게 좀 아쉽다고 할까요. 필자 나름대로 유추해 보면 결국 정령이 낳은 자식이나 성녀의 복선은 여주가 맞닥트려야 할 적 혹은 구출해야 될 사람, 또는 백의 결사가 정령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호문쿨루스(여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것인데요. 여기에 여주 혼을 집어넣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고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5권에서 백의 결사 우두머리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죠. 생각할수록 아주 머리가 아파요. 무슨 추리물도 아니고 한 페이지 건너 복선을 투하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유추하라고 하는데 코난도 질려서 도망갈걸요? 그래도 그나마 백의 결사 우두머리가 여주에 집착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숨통이 좀 트이긴 합니다. 무려 1천 년이나 된 원한을 안고 있더라고요(이게 앞에 뿌렸던 복선 다 말아 먹음). 좀 뜬금없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도 복선으로 투하되었다는 게 떠올랐군요.
맺으며: 백의 결사 우두머리가 최종 보스일 줄 알았는데 여주가 만나는 장면에서도 복선이 나옵니다. 이건 유추가 가능한데, 아마 우두머리는 꼭두각시이고 뒤에 더 큰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를 풍기긴 하는데 이건 좀 더 두고 봐야 할듯하고요. 전쟁의 기운과 여주 언니의 복선 등 좋게 생각하면 대하드라마 한편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군요. 이외에도 복선이 아주 많아요. 가족은 몰락했지만 여주 언니가 행방불명 되면서 새로운 뇌관(여주에겐 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복선. 그리고 '지크'라는 남자 캐릭터가 있는데 여주와 좀 친하죠. 이 캐릭터도 1권 리뷰 땐가 혹시 1천 년 전 여주 남편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던 거 같은데요. 이번에 밝혀지기를 이거까지 복선으로 이용하는 작가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군요. 능력이라기보다는 기억력이 좋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설정을 그렇게 잡았을 테지만 집필하면서 설정이 바뀌는 건 다반사일 테고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면 잊을 수도 있을 텐데 5권에서 잊지 않고 언급하는 거 보면... 그 외에도 지크는 여주의 눈동자 색과 비슷한 것도 있고, 어릴 적 환경이 복선으로 투하되는 것에서 혹시 여주와 쌍둥이 남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웃 나라와 전쟁의 기운도 솔솔 풍기는 등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군요. 이놈의 복선만 좀 어떻게 해주면 수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이야기인데...
조금 더 언급해 보면, 사실 필자는 백의 결사 이야기나 복선보다도 여주 가족의 몰락이 더 흥미로웠군요. 왜냐면, 여주와 백의 결사 이야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백의 결사가 여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여주 가족으로 하여금 키우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주 부모는 백의 결사와 제법 가까웠기도 하고요. 그렇게 키우다 뒤늦게 여주 영혼이 안착된 게 아닐까 하는, 그런데 이런 건 누구나 유추가 가능하다고 여겼는지 느닷없이 가족을 리타이어 시켜버리는군요. 가족을 그대로 두고 계속 조사를 했다면 여주가 환생한 비밀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을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만큼 갑작스러웠어요. 게다가 여주 여동생도 싸잡혀 급히 리타이어 되면서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성장한다는 이야기도 흐지부지되어 버리고 이 작품이 시작될 때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았던 콩쥐 느낌이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랄까요. 사실 필자는 여동생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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