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기갑수룡의 판타지아 1권 리뷰 -역사 인식의 중요성-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전차(5호 판터)'를 타고 '용(龍)'을 때려잡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타지와 밀리터리의 절묘한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물론 밀리터리라고 해도 고증 따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가지고 나오는 '판터'는 2차대전 당시 야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무색게 하듯 천하무적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건 픽션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진짜 문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혐한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는 것입니다.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을 해봤지만 혐한이 아니라는 작가의 해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찾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100보 양보해서 일러스트레이터까지는 넘어가더라도 또 다른 문제는 내용 중에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한 장면이 다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 때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 시절 때 실제 존재했던 군인들을 거론하며 그들을 과거 용(龍)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이세계 전생한 듯). 또한 학생들이 사람들을 잡아먹으려는 용(龍)을 막아서며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주로 썼던 반자이 돌격처럼 무모하게 돌격해서 몰살 당할 뻔한다거나, 핀치에 몰리자 일본 제국 군인식 정신론을 주장하는 등 역사로 접근하면 우리로서는 꽤 불편해질 수 있는 내용이 다수 있습니다.
리뷰에서는 위의 내용들이 옳다 그르다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필자는 표현 전달이 서툴러서 감정적으로 쓰다가 자칫 허위 사실이니 사실 적시니 명예훼손이니 영업방해니 같은 소송 당하기는 싫은지라. 있는 그대로 전달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이럴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인데?). 사실 위에서 언급한 2차대전 시절 가해자였던 군인들의 출연은 다 합해도 1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 바탕에 고대 시절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라는 설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고, 주인공이 몰고 있는 '판터'도 그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죠. 결국 주인공은 그 영웅(군인들)의 사상을 계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군국주의나 제국주의 같은 것이 아닌 사람들을 구한 영웅으로서 계승이긴 한데, 이게 맞다면 사실 좀 어이없는 부분이죠. 작가가 역사를 좀 살펴봤다면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기본적인 내용은 주인공 '토우야'가 할아버지에게 받은 '판터'를 몰고 기갑 수룡사가 되기 위해 도시의 '수룡사' 양성학교로 소꿉친구 '요시노(히로인)'와 입학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수룡사는 용(龍)을 잡는 모험가 비슷한 것이고,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전차(판터)로 '기갑'수룡사가 되겠다며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역사를 잊어버린 국민들(교사와 학생들)은 그게 뭐야?라며 어리둥절해 할 뿐이죠. 판터는 고대 시절 활약한 산물임에도.
그래서 주인공은 이단아 취급 당하고, 보도 못한 전차를 끌고 와 수룡사가 되겠다며 창피를 모르고 설치니 왕따는 확정되어 버립니다. 소꿉친구 '요시노(히로인)'도 도매금으로 싸잡혀 동급 취급 당하고, 둘 다 최하급반에 배정되어 무능력자 민폐꾼, 열등반이라는 이런 작품에서 흔히 생기는 열등생 먼치킨이라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독차지하는 기염을 토하죠. "할아버지 왈: 판터는 5명이 모여야 제 기능을 한단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판터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 주인공은 '요시노'를 더해 앞으로 3명을 더 영입하려 합니다. 그래서 배정된 열등반에 가보니 가 쓰러져가는 구(舊) 교사라는 열등반 클리셰에 덜떨어진 애들이라는 클리셰가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공은 이런 애들을 모아 주변의 열등생이라는 비아냥과 욕설을 이겨내고 학교 상급반 엘리트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끝끝내 해내는 클리셰를 보여줍니다. 이런 작품이 다 그렇죠. 못난이 열등생 주제에 저기 찌그러져 있어 했던 인간들이 정작 자신들이 쩌리라는 것을 몸소 인증하고 다 나가리 된 상황에서 주인공과 그의 하렘은 근성과 정신론만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마냥 불가능했던 일들을 해내죠. 그런데 개인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내세우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열등반이 해내면 엘리트들이 길을 잃는다며 주인공 일행이 해냈던 성과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주변은 주인공 일행이 해내면 해낼수록 비열한 방법으로 했겠지 같은 악평만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개그로 다가오기보다는 인간의 더러운 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용으로부터 도시 사람들을 구한 주인공 일행은 군(軍)의 신분이 아님에도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빼앗기고, 비열한 방법으로 이겼겠지 같은 주변의 악평은 약한 자에 대한 이지메를 연상케 합니다. 말이라는 칼로 마구 찌르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고찰이나 어른들의 반성 등은 찾을 수 없고, 되레 주인공 일행을 이용해 앞으로 닥칠 재난에 이용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더러운 모습만 보입니다. 더욱 문제는 무시당하고 욕먹고 하대 당해도 그게 정론이고 사태 해결에 무난하다며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는 주인공 일행은 발암 그 자체죠.
맺으며: 겉으로 보면 열등생이 먼치킨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고 보상도 못 받는다는 장면들은 개그라기 보다 처참함을 보여주죠. 열등반이라는 모두가 경멸하는 바닥을 경험을 하며 성장한다는 설정은 노력을 통한 성장과 일맥상통하여 개연성은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럴수록 주인공과 일행은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주인공은 일행(하렘)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나무가 되어 북돋아주는 참으로 비참한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좀 찾아보니 욕 많이 먹는 거 같더군요. 설정보다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포신에 대형 칼을 장착해서 휘두르는 게 개그고, 급기동 중인데도 헬멧도 쓰지 않는 대범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하는 것들. 2차대전 전차치곤 현대 전차도 따라가지 못할 급기동하며 이래서 고증 따윈 없다고 한 것인데 뭐 이건 픽션이니까 넘어가고요. 3권 완결로서 1~3권이 동시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이 이런 작품인 줄 알았으면 구입하지 않았을 텐데, 거부감이 상당히 들어서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군요. 2권부터는 구매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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