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4권 리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이번엔 특히 심하니 주의)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그 기준은 무엇으로 하는가를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눈앞에 예쁜 여자애와 여드름투성이에 돼지같이 생긴 일명 방구석 폐인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굴 구할 건가요. 자, 여기서 가장 근본(사람 구하기)이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둘 다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라면? 그나마 여자애를 구할 건가요? 둘 다 버린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선악과 외모에 구분을 지어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이걸 이 작품에 빗대보자면, 이제 8살이 된 예쁜 소녀들이 있습니다. 이 소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배우길 살인이고, 자신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살인밖에 없고 어느 날 세상에 버려집니다. 이 말은 곧 물에 빠진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는 것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함이고, 그 증명은 사람들을 죽이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구할 건가요?
자, 죄를 짓고 있는 소녀들이 눈앞에 있습니다. 나는 그 소녀들을 막을 힘이 있고요. 없애야 할까요? 아님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줘야 할까요. 도덕적으로 보면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근본(인간)적으로 접근하면 후자가 맞을 겁니다. 이 작품의 여주와 그 일행들은 소녀들을 없애기보단 갱생의 길을 선택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인간적으로 당연한 흐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는 게 하나 있죠. 바로 "피해자들". 그 소녀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그 소녀들의 만행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른다면? 보통 이런 흐름이라면 소녀들은 주인공(이 작품에서는 여주)에 의해 구원받고,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하는 게 옳은 순서겠죠? 도덕적으로도 이게 맞고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에서 이미 눈치챈 분들 계시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권에서 '잉크(꼬마 히로인)'를 구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그땐 아직 1권의 여운이 남아서 제대로 캐치를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군요. 이 작품은 '진짜 피해자들'을 등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 피해자들은 왕도 사람들이고요. 여기서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같은 사소한 논란이 있겠는데, 소녀들의 행동을 저지함으로써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한다. 하지만 논점은 이게 아닙니다. 논점은 죄를 지은 것에 대한 반성과 참회죠. 소녀들이 살인 이외에 도덕과 사회를 배우질 못 했다면 하다못해 여주나 그 주변인들로 하여금 대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령 이 소녀들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처럼요. 가해자를 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죠. 그러나 이 소녀들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듯 대하며 왕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보다 이 소녀들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만 모색하기 바쁘다는 것입니다.
소녀들은 교회에 의해 병기(칠드런)로서 길러지고 쓸모 없어지자 버려졌습니다. 키워준 사람(마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구원하려는 여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왕도 초토화라는 길을 선택하죠. 처절한 싸움이 이어집니다만. 죄를 뉘우치지 않더라도 권선징악이라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소녀들이 싸우다 죽겠다는 결단을 여주와 그 일행들이 들어 줬으면 이런 구질구질한 리뷰는 쓰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이번 4권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기승전결은 내다 버리고, 진짜 피해자들은 구할 생각도 없이 최우선적으로 소녀들만 구하는 여주와 그 일행을 보고 있으면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싶기도 하였군요. 그 과정에서 '밀키트' 같은 가족들은 피신 시키네요? 도시를 초토화 시키며 많은 사람들이 휘말리는데도 안중에도 없고, 악인이라도 구하고자 했다면 칠드런 제3기(소녀들은 2기)에 해당하는 '아기'들은 왜 안 구하며, 최종 보스인 '마더'는 왜 안 구해주는 걸까 싶더라고요.
결국은 작가의 입맛대로 써가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이번 4권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악인이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그걸 바라는 사람에게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은 소중한 것을 한 번도 잃지 않은 사람이다". 정작 피해자들(소녀들의 살육전에 휘말린 왕도 사람들)의 행복은 하나도 언급이 없어요. 그리고 최종 보스도 알고 보면 아동학대의 피해자인데 지금은 성인이라는 이유로 잘잘못을 분간 못해? 하며 매도하는 부분은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사실 최종 보스가 소녀들을 기르고 병기로 만들었으니 어쩌면 소녀들도 피해자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점은 반성이고, 그 반성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소녀들이 스스로 길을 선택해 죄를 갚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 또한 논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죠. 참회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만, 리뷰에서 언급할 수 있는 건 아니었군요.
아무튼 용사로 넘어오면 그녀의 뷔페식 사람 구하기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눈앞에서 사람들을 학살하는 소녀를 말리기는커녕 친구라 여기고, 정작 마족에 의해 가족과 마을을 잃어 복수심에 불타는 성녀가 좀 나쁜 짓 했다고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세상 악당 취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주가 노예로 팔려간 걸 알았으면 냉큼 달려가 사죄하고 피해 회복할 생각은 안 하고 세상 무너진 것처럼 망가져서 폐인처럼 지내는 꼴 하며, 마음이 여리다는 걸 표현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니 발암 그 이상이었군요. 용사의 힘만 있었다면 왕도가 초토화되지 않았거나 좀 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평범한 소녀에게 용사 직을 줘봐야 발암일 뿐이라는 걸 역설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발암짓을 해대죠. 그럼에도 작가는 용사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은 일절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여주와 만나는 장면에서 폐인 된 것치곤 부활이 빠르네? 대체 폐인 짓은 뭣 때문에 한 건지도 모르게 되죠. 거기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힘을 보태러 온 성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을 하죠. 작가가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사람을 구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면 성녀도 구해야 설정 구멍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맺으며: 만악의 근원인 오리진(神)에 대한 것도 언급하려 했지만 지면이 길어지는 관계로 5권이 나오면 그때 언급해 보겠습니다. 용사의 진짜 역할도 드러나는 등 이 작품에 대한 설정이 거의 다 드러나기도 했고, 소녀들이 속한 '칠드런'에 대해서도 언급하려 했습니다만, 리뷰 완급 조절에 실패했군요. 사실 4권에서 하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게, 반성과 사과를 떠나서 작중 진행이 상당히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승전결을 내다 버린 진행은 짜증만 불러옵니다. 읽는 내내 53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허비할 필요가 있나? 같은 생각만 들었군요. 그렇다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기나 하나. 소녀들(칠드런)과의 싸움만 있을 뿐이고, 그렇다고 개연성을 위해 그 소녀들이 안고 있는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표현이나 했나. 그저 존재가치만 찾으며 살육전만 펼치는 상황이었죠. 번역의 문제인지 원서의 문제인지 대화 구성도 매끄럽지 않고, 오타는 집중을 방해합니다. 오역도 있는 거 같은데 이건 원서를 안 봐서 확실하진 않고... 참고로 서두에서 언급한 돼지 방구석 폐인은 최종 보스를 지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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