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변경의 팔라딘 2권 리뷰 -이타적 영웅-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세상을 어지렵혔던 데몬의 왕 [상왕]을 봉인한 3영웅, 죽어서도 언데드가 되어 200년 넘게 [상왕]이 봉인된 땅을 지키던 3영웅에게 다가온 아이. 버릴 수도 있었고, 못 본 채 할 수도 있었건만 언데드로 변한 3영웅은 멸망한 나라의 폐허에서 아이를 무사히 키웠습니다. 자신들의 능력과 경험 모두를 아이에게 전수해 주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 15세 되던 날, 언데드들은 아이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부모가 되었고, 언데드들에게 있어서 아이는 둘도 없는 자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하죠. 성인이 된 아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떠나려는 아이를 보며 이제 세상에 미련이 없어진 언데드들에게 과거 3영웅을 언데들로 만들었던 불사의 신(神)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불사의 신은 부모와 자식에게 마치 마지막 시련이라는 듯 가혹한 운명을 던집니다.
이번 이야기는 '변경의 팔라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를 윤회의 고리로 되돌려 보내고 폐허의 유적을 나와 인간의 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죠. 이 작품은 신(神)화가 존재하며, 그 신중에는 악(惡)신도 존재하여 그 악신의 영향을 받는 어둠의 세력 또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정점이 '데몬'이고 데몬의 왕 [상왕]의 시대 때 전 세계가 업화에 휘말려 인간(포함 여러 종족)은 절멸의 기로에 서 있었죠. 그런 암흑의 시대에 한줄기 빛과 같이 3영웅이 등장하였고, [상왕]은 봉인되기에 이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어딘가 몽환적이고 유럽 신화 같은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 있고, 신과 신앙에 대해서는 '늑대와 양피지'와 유사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각종 데몬과 마물들의 등장으로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상황에서 신앙의 힘은 절대적이라는 것등이 비슷하죠.
주인공은 여행 중에 숲속에서 '하프엘프 메넬도르(이하 메넬)'를 만납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될게 이 작품은 주인공이 여행을 하다가 히로인이 물가에서 목욕하는 걸 발견하고, 그냥 가면 될 것을 필연적인 이벤트마냥 어이쿠 발이 미끄러졌네 하며 뛰어드는 그런 훌륭한 이벤트는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하프엘프는 '남자'라는 것이고, 그래서 김이 빠지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뻔한 클리셰가 아니어서 안도하기도 하였군요. 목욕씬? 그런 건 없고 웬 멧돼지를 잡아 사이좋게 구워 먹습니다(먼산). 약간의 에피소드를 거치며 주인공의 동료이자 친구로 영입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하고 주인공이 해결하면서 '메넬'은 깊은 인상을 받아 가죠. 보통 이런 씬은 히로인과 해야 하는데, 히로인과의 썸 못지않은 브로맨스를 찍으려는지 히로인과의 이벤트였다면 만나자마자 호감도 맥스를 찍을만한 이벤트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군요.
어디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가 중간 마을에서 동료 한 명을 영입한 것 같이 그렇게 메넬을 대리고 길을 떠나는데 이번엔 진짜로 히로인을 만납니다. 한 권에 너무 많은 만남이 이뤄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마물에게 쫓기는 하플링(소인족) 소녀 음유시인 '로비나'와 상인 '토니오(참고로 남자)'를 만나 동료로 영입, 다시 길을 떠나 항구도시 '화이트 세일즈'에 도착합니다. 사실 중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걸 다 언급했다간 리뷰가 한없이 길어질 테니 생략하고 여행 중 주인공에 대해 조금만 언급해 보자면 부모(언데드)에게서 교육을 참 올바르게 받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데몬과 마물이 날뛰는 무법의 지대 광활한 '짐승의 숲'에서 처절하리만치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보면서 마치 늑대와 양피지의 '콜'과 같이 깊은 신앙심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가자는 결의를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 깊죠. 거기에 내 이익은 없으며, 불행하게 죽은 사람들을 윤회의 고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덤덤히 해나갑니다.
주인공은 항구 도시에서 영주를 만나 팔라딘이라는 기사직을 받고 일행들과 변경 '짐승의 숲'으로 돌아와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변경의 팔라딘이란 이런 뜻입니다. 개척의 시대라면 필수적으로 1세대가 겪는 궁핍한 삶과 처절한 생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대가 없이, 내 이익을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주인공의 모습은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성녀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서 실패를 하기도 하고,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부모에게서 이론만 배웠던 애송이가 실전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이죠. 차별의 뜻은 없다는 걸 미리 밝혀놓고 언급해 보자면 작가는 왜 주인공의 성별을 남자로 했을까 하고 끊임없이 묻기도 하였군요. 하다못해 메넬이라도 히로인으로 해두었다면 조금은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음유시인 소녀 '로비나'는 너무 활달해서 역할을 대신 맡기기엔 부적합해 보였고요.
맺으며: 좋았던 점을 몇 개 언급해 보자면, 기반이 이세계 전생물이다보니 약간의 치트 같은 설정도 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사물과 자연의 표현에서 시(詩)적인 장면도 있고, 몽환적인 장면도 있는 등 여느 판타지와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렘이 없습니다. 단점을 몇 개 언급해 보자면, 주인공 혼자 다 짊어지려는 버릇이 있습니다.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기준으로 맞추는 버릇이 있습니다(메넬이 골로 갈 뻔한 이후 고치긴 합니다). 마음이 망가진 거 같진 않은데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메넬'이 다치자 눈 돌아가는 모습은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허를 찔러 주었던 장면으로는 항구 도시에서 돼지 성직자를 만났을 때군요. 보통 판타지물에서 돼지 성직자는 부패의 표본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군요. 거기다 물심양면으로 주인공을 지원해 주기까지. 선입견은 좋지 않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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