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대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격변의 시대에서 중소 약소국(國)이 살아남으려면 무슨 짓을 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기당천으로 일컬어지는 마법사를 독점하여 영토를 확장하는 '아멜리아 왕국'에 맞서 '캠퍼스펠로우'의 영주 '버드'는 대륙 곳곳에 있는 일곱(7) 마녀를 모아 대항하기로 합니다. 이 작품에서 마녀란, 꼬깔콘을 쓰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을 도우는 착한 존재가 아닙니다. 마녀란, 재해를 불러오는 만악의 근원이자 이야기 시작점에서 사람들을 살해하며 재산을 빼앗는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마녀를 불러 모아 '아멜이라 왕국' 마법사에 대항한다는 포부를 밝힌 젊은(아마도) 영주 '버드'는 이웃 나라 '뢰베'에서 '거울의 마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마녀를 양도받기 위해 '뢰베'로 떠나게 되죠. 그리고 이 발걸음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대사서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주인공 '롤로(이하 주인공)'는 자신의 상관인 '버드'를 따라 '뢰베'로 향합니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암살자로 키워졌고, '검둥개'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둥개'는 반세기 전 전쟁에서 크게 활약하여 적국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죠. 적군에겐 두려움의 대상인 '검둥개'와 극악무도한 마녀와의 만남,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마녀와 사냥개'의 의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런데 세상사가 다 그렇듯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잖아요? 이 작품엔 키워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발암(發癌)', 두 번째는 '불살(不殺)', 세 번째는 영주 버드의 친딸 '델리리움', 영주 '버드'는 마녀를 양도받기 위해 뢰베로 왔습니다. 그의 딸 '델리리움'도 같이요. 작중엔 14살쯤인 거 같은데(판타지에서 14세면 이미 성인 취급), 일단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설정(발암)입니다. 그래서 델리리움은 이 여행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성장하는 캐릭터가 되어야만 하죠.

그리고 주인공은 반푼이 암살자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는 주제에 불살을 외치며 적을 죽이려 하지 않는 통에 사태를 키워 간다는 설정입니다(두 번째 발암). 그가 어렸을 때 암살자로서 장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어떤 세례식을 치러야만 했고, 주인공은 그때의 트라우마로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을 보입니다. 보통 이런 작품을 보면 주인공은 꽤 강하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돌파구를 찾아내 위기를 벗어난다는 설정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반푼이에 지나지 않으며, 암살자로 키워졌다고 어느 작품처럼 혼자서 무쌍을 찍는 그런 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히로인(델리리움 말고 또 있음)은 고사하고 주인(영주 버드)도 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죠. 사실 이런 게 발암일까?라는 논란의 여지는 있겠는데 어떻게 보면 참 현실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주인공도 인간이고, 인간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참혹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마녀는 왜 '뢰베'에 붙잡혀야 했는가를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내는데요. 마녀 또한 인간이고, 인간이기에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휴머니즘을 보여주죠. 마녀란, 그저 선천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을 뿐이고, 나보다 우월한 인간을 보면 질투를 느끼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현실 중세 시대 마녀사냥이 그러했듯, 그녀는 아멜리아 왕국에 의해(마법 독점 중) 마녀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되어야만 했죠. 그래서 이야기 초반 마녀의 악행은 블러프로서 이야기를 읽어가며 톱니바퀴를 맞춰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합니다. 마녀는 있을 자리를 원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져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 그러나 그걸 못마땅히 여기는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누명을 뒤집어쓴 마녀는 화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주 버드와 주인공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들이 찾아온 걸 기회로 본 '뢰베'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되고, 영주 버드와 그의 딸 델리리움 그리고 주인공은 휘말려 갑니다.

마녀의 이름은 '테레사리사'입니다. 아마 '델리리움'과 메인 히로인 자리 놓고 다투지 않을까 싶군요. 주인공은 '델리리움'을 필두로 해서 세상과 맞서 싸워간다는 설정이겠고요. 마녀는 이들을 도와주겠죠. 이 작품은 꿈도 희망도 없는 아포칼립스 같은 작품입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찾으라면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를 들 수가 있겠군요. 마탄의 왕은 주인공이고 마녀는 바나디스에 해당되겠습니다. 마녀는 7명이라고 했으니 얼추 숫자도 맞군요. 델리리움은 '레긴' 왕녀쯤 될 테고요. 주인공이 힘은 있지만 전술에서 구멍을 많이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과 비슷했습니다. 이 두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히로인들과 분골쇄신하는 것이죠. 사실 이거 하나만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의 결과를 내려 한다는 것,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죠.

맺으며: 종합적으로 보면 중세 시대를 모티브 한 마녀사냥이라는 우리에겐 다소 익숙한 내용을 보여줘서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마녀 또한 현실 중세 시대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죠. 다만 마녀의 임팩트가 강해서 주인공의 인상을 다 잡아먹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왜 불살로 만들었는지 모르겠군요. 할 땐 하지만 이야기를 질질 끌게 되어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요. 영주 버드는 자신이 가진 전술의 취약점을 개선하지 못해 결국 딸(델리리움)과 주인공에게 커다란 짐을 떠 맡겨 버리죠. 세상 물정 모르는 델리리움의 성격 개조도 꽤 힘들어 보이고요(사태가 일촉즉발이 되어 가는데 시장에 놀러 가지 못해 삐진다거나). 그리고 아멜리아의 마법사들은 원피스의 능력자들을 보는 듯한, 결국 판타지를 끼얹은 드래곤 볼 같다고 할까요. 이성 문제에서는 마녀를 끼얹은 하렘 같았고요.

아무튼 필자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 작품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안 그럼 단점이 너무나 많이 보여 욕을 하며 읽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다 밝히면 지면이 길어지고 재미없을 테니 일일이 열거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주인공과 델리리움과 마녀의 행동에서 클리셰적인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발암적인 요소도 의도하고 넣어놔서 뒷일이 예상 가능하고요. 가령 결국 세상 물정을 몰랐던 델리리움은 정신을 차리고 여왕이 되어 나라를 되찾으려 하고 주인공과 마녀는 그녀를 보좌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녀와 주인공은 이번 1권에서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되거든요. 마녀는 있을 곳을 찾고 있었으니 이들을 도와 궁극적으로 주인공과 같이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될 테고요. 이렇게 이 작품은 뒷일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오히려 이게 머리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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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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