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녹을 먹는 비스코 7권 리뷰 -고양이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고양이 사무라이 냥극(사극)이 현실로. 그 옛날 인간과 고양이는 공존의 길을 걷고 있었으나 도쿄 녹 사태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터지고 인간은 지상에, 고양이는 지하로 들어가 독자 생태계를 꾸려 왔다나 어쨌다나... 이번 이야기는 악당에 의해 지배중인 이미하마 현(都)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썼던 필살기가 지하 고양이 세계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모험 활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필살기로 인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가 뻥~ 뚫리면서 고양이 입자가 지상으로 퍼졌고, 인간들을 고양이로 변하게 하는 고양이병을 고치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지하 세계로 가죠. 당도해 보니 사무라이 고양이의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썼던 필살기를 회수하려 하지만 그것은 악당의 손에...라는 90년대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죠.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주인공의 사라지지 않는 필살기는 클리셰의 정석처럼 악당의 손에 들어가 있고, 그것을 이용해 세계를 개변 시키겠다는 악당. 우유부단하고, 마음 여리고, 용기가 부족했던 냥극(지하 세계)에서의 주인공으로 인해 그를 좋아했던 사람이 악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오죠. 그로 인해 엔딩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미안해', '아니야', '나랑 가자', '좋아해'등등 뭐 하는 짓거리냐는 감상을 남깁니다. 이런 작품의 특징으로 냥극(지하 세계)의 주인공은 좋아했던 사람이 악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칼을 휘두르지만 끝끝내 죽이지 못하고, 한 칼 남았는데 주저하는 바람에 역습 당해 일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하죠. 악당도 순수한 악이 아니라 어딘가 슬픔을 안고 있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구해줘'의 표본.
불쌍한 건 냥극(지하 세계)의 주인공과 지상에 온 주인공(본 작품의) vs 악당의 대결에서 갈려 나가는 일반 시민들. 집과 동네는 다 부서지는데 난동을 피우는 주인공 시키들은 미안한 마음도 없어. 거기에 강제로 악당의 수하로 만들어지고, 주인공과 싸워야 돼. 근데 이게 또 개그로서 훌륭하단 말이죠. 화장 떡칠이라느니, 월급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 등등. 결국 지하 세계는 궤멸로. 주인공은 자신이 만든 필살기 때문에 고생을 엄청 하는 건 덤. 그러다가 악당의 구구절절한 과거를 몸소 체험하고 구해줘야지는 이런 작품의 클리셰입니다. 주인공의 필살기는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강한 염원의 들어주는 소원 같은 거, 이 무슨 인과관계인지 그 필살기는 악당이 바랐던 강한 염원에 이끌려 지하 세계로 떨어진 것. 그리고 밝혀지는 악당의 과거는 처절함 그 자체였죠.
사실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주인공(본 작품의)으로 하여금 다시 세상으로 뛰쳐 나가기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마하 현(縣)을 구하고 나서 수배령도 해제되고, 이제 와이프와 오손도손 살 길만 남았지만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천둥벌거숭이에게 있어서 평화로움은 새장의 새처럼 지내는 거와 같았죠. 다시 세상으로 여행을 떠기 위한 발판이 필요했고, 지하 세계를 뛰어 다니며 자신의 본질은 한가하게 지내는 것이 아닌 세상을 어지럽히는 버섯 지기라는 걸 더욱 알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누군가에게 쫓기면서도 그걸 즐기는 변태 같은 넘. 지하 세계 냥극(사극)의 주인공을 만나 그를 보면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가정을 꾸려 가족을 만드는 삶도 괜찮지만, 지하 세계 냥극(사극)의 주인공으로부터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버린 주인공은 다시 세상으로 뛰쳐나가는 걸 선택합니다.
맺으며: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명분이고, 이번 이야기는 한자리에 머무는 것보다 내가 있을 곳은 황야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뛰쳐 나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클리셰 덩어리고 어딘가 좀 유치하지만, 머뭇거리는 주인공이 길을 떠나는데 등을 떠미는 이야기로서는 괜찮은 흐름을 보입니다. 돈에 환장한 해파리 소녀 '티롤'은 여전히 굴러다니고, 열혈은 다소 죽었지만 개그가 적절히 들어가 있는 등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무라이나 명칭 등 일본색이 좀 짙어서 거부감이 좀 생기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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