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5권 리뷰 -나의 턴(turn)-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성녀 '소아리나'와 '펜네' 그리고 흡입의 마녀 '에라키노'의 내습으로 주인공은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주인공의 제1의 심복이자 영웅 '아투'는 흡입의 마녀에 의해 세뇌 강탈 당해버렸고, 그로 인해 마이노그라(주인공이 세운 나라)는 와해 직전에 몰리게 되었죠. 그러나 게임 유닛으로서 주인공의 포지션은 파멸의 왕, 이것은 성녀와 흡입의 마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 이제부터 자신들의 어리숙함에 한탄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참회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후회를, 자신들이 이룩한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는 참혹함을 경험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업화의 불길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당했던 모든 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당한 만큼 대갚음해 주는 정도가 아닌, 이 세상에 지옥을 현현 시켜버리죠.
성녀 '소아리나'는 변두리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여느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갈림길이 생긴 건 하늘의 계시로 '성녀'로 선택된 순간. 그리고 그건 축복받을 일이 아닌 헬게이트 오픈이라는 비극. 마을은 그녀의 입지를 이용해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이 세계 룰에 입각해 성녀는 성녀가 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죠. 그 대가는 자신의 힘으로 마을을 불살라 버리는 것.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을 지킨다는 것에 집착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아리나'는 동료 펜네와 친구 에라키노와 손을 잡고 '레네아 신광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명분이 필요했고, 그 명분을 만들어줄 인물로 주인공이 선택된 것입니다. 반대로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목을 죄어 온다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보통 대갚음해 주는 이야기에서 전략은 세우지만 결국은 정면 승부 같은 치고받고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반면에 이 작품은 마녀' 에라키노'의 GM(게임 마스터) 능력 때문에 정공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죠.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제재와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진 GM 앞에서 아무리 주인공이 필살기를 선보인 들 GM은 현상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주인공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GM이 속한 게임 룰이 무엇인지, 약점이 무엇인지, 맹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를 표방하지만 현실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세상이고, 접촉만으로 각자의 게임 시스템이 강제로 개입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마녀 '에라키노'와의 접촉으로 그녀의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고, 참여한 이상 GM의 권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담 주인공이 속한 게임은? 얼핏 보면 심시티 같은 건설 시뮬레이션 같은 것,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건설이고, 장르를 들여다보면 나라가 나라를 집어삼키고 파멸과 혼돈이 공존하는 다크 시티 같은 것, 주인공은 거기서 파멸의 왕이 되어 있었죠. 성녀 '소아리나'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이 그런 게임에서 탑 랭커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이제 주인공의 게임이 적용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맞닥트려 왔던 적이 가진 게임도 구사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마녀 에라키노의 GM 능력은 절대적이기에 맹점을 파고들기 위한 주인공의 물밑 작전이 시작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공포가 무엇인지, 그동안 절대적이라 믿었던 GM의 능력에는 맹점이 존재하고 죽었을 거라 여겼던 주인공이 그 맹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온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포인트들이 이번 5권의 최대 흥미로운 요소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받은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보복이 무엇인지 그들(성녀와 마녀)은 목숨을 대가로 알아가야만 하죠. 본 작품은 정의의 사도가 악을 멸하는 권선징악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정의의 편이 아닌, 악(惡) 그 자체거든요.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닌, 저주로 피와 살을 발라 버리는 고통을 주고 불로 사람들을 태워 죽이는, 마왕보다 더 지독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죠.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그러진 않고, 일단 주인공의 스탠스는 날 건드리면 그 댓가라고 나름 기준은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턴(turn).
맺으며: 이번 5권에서의 흥미 포인트를 꼽으라면 주인공의 대갚음해 주기도 있지만 필자는 영웅 아투(메인 히로인)를 꼽겠습니다. 주인공 산하에 있을 때는 그를 사모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려 자중하던 것이 마녀 에라키노에 의해 진영이 완전히 바뀌면서 제어라는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적대하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내뱉는 통에 성녀와 마녀가 이뇬 괜히 데려왔네 후회하는 장면들이 최대 웃음 포인트입니다. 적대하면서 사모한다? 뭔가 모순이라 하시겠지만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이 세계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서 시스템적으로 이적해도 진영만 바뀔 뿐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공과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펼치는 부분들이 웃겨주죠.
아무튼 위에서도 밝혔지만 인간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을 적대한다는 것은 꿈과 희망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성녀 '소아리나'와 마녀 에라키노에 대한 복선이 이번 5권으로 회수되고 종료됩니다.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성녀 '소아리나'가 될 테죠. 성녀가 되면서 대가로 자신의 손으로 마을을 불태워 버렸고, 그 트라우마로 사람들을 구하는데 필사적이 되어 끝끝내 나라를 건국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을 적대한 것이고, 만약 평화를 바랐다면 주인공의 옆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맹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가차없는 심판 앞에 유일한 친구였던 마녀 '에라키노'의 최후를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후회는 무슨 색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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