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6권(完) 리뷰 -발판은 마련해 두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편 주인공(나구모 하지메)이 자신이 만든 대미궁을 공략 했을때 '밀레디'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 6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이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인간 및 다종족)은 신의 유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결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기치 아래 신(神) 타도를 외치며 반란을 도모했던 작은 소녀의 최후를 그립니다. 전 세계에서 같이 걸어갈 동료들을 모으고, 해방의 의지를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치며 최종 결전만이 남은 시점에서 교회가 주인공(밀레디) 일행을 꿰어 내기 위해 협력자들을 처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을 신의 유희에서 해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밀레디'가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함정인 줄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게 되죠. 이렇게 교회와 신(神)을 향해 포문을 열고 결전의 서막이 오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타격을 입혔고, 세상에 우리의 의지를 알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타날 영웅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물려준다. 초반에는 교회의 군세를 궤멸 시키고, 사람들을 지키고 구하는 등 해방자 다운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우린 사람을 게임의 말처럼 쓰다 버리는 신과 다르게 지킨다는 아이덴티티를 관철해 가죠.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신의 힘이 넘사벽이라서 주인공 일행의 힘이 닿지 않아 고생한다는 클리셰를 버리고 신(神)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그저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이덴티티를 철저하게 지켜 나갑니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말에는 미련을 두지 않죠. 신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게임 판의 말이고, 그것을 아무렇게나 쓴다고 마음에 죄책감이 있을 리 없는 신(神)에 의해 주인공 일행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일행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자신들에게 죽자 살자 덤벼든다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신(神)만 타도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죽여야 할까? 자, 신(神)은 시험합니다. '내가 부추기긴 했지만(세뇌), 너희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너희들을 죽이자고 덤빈다. 어떻게 할래? 이게 싫으면 너희들 목숨을 내놔라' 합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단순히 주인공 일행만이 아닌 해방자에 속한 모두, 그 협력자들 모두가 선량한 사람들이 휘두르는 낫과 곡괭이에 희생되어 갑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건 전쟁에서 모두를 지키며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희생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고, 이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죠. 이 진리를 잘 지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神)이고, 그걸 지키지 못했던 주인공 일행은 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신(神)에 의해 세뇌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해방자들과 그 협력자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관철 중이던 그들(해방자들)은 저항도 무색하게 쓰러져 가죠. 그리고 '밀레디'는 이걸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말만으로는 어느 하나 구원할 수 없으며, 부조리에 대항할 배짱도 없었죠. 그저 지킨다는 숭고한 마음은 닿지 않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닿아야 될 신(神)이 적이니까요. 몰리고 몰린 끝, 최후의 방어선에서 신(神)은 최후통첩을 합니다. 사실 애초에 세계를 창조하고 간섭하는 신(神)을 상대로 승산 있는 싸움이 될 리 없었건만 괜히 둘 쑤셔서 사람들을 죽게 만드나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충분했죠. 신(神)에게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개념"의 바탕도 만들었고, 언젠가 후대에 영웅이 나타나 분명 신(神)을 타도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슴에 안고 밀레디는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죠.
맺으며: 본편 7대 미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희망이라는 의미에서 꽤나 마음을 울려주죠. 특히 '밀레디'가 자신의 최후를 선택하고, 그것이 보답받지 못하는 영원의 고통이라도 받아들이는 장면들은 결코 가볍게 읽을만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오스카)이 그녀가 걸어가야 될 길을 안타까워하는 장면들은 하나의 시(詩)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군요. 아무튼 완결되었습니다. 이후는 아시다시피 본편 주인공에게로 공이 넘어가죠. 외전 치고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고 걸어오고 의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것으로 인한 괴리감(밝은 분위기였다가 갑자기 시리어스로 넘어간다던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본편 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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