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양 1권 리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5쇄나 증쇄(1권 기준) 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내청코와 같이 학원물이며, 내청코 내용과는 사뭇 다른 청춘 남녀가 오손도손, 알콩달콩, 꽁냥꽁냥 닭살 돋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작중 히로인인 '아리사(통칭 아랴)'는 주인공 '쿠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해 부끄러운 말은 러시아어로 툭 뱉는 게 특징이죠. 주인공 '쿠제'는 그걸 알아 들으면서도 모른척합니다(이건 도서 뒤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내용). 이들은 같은 반이며, 같은 라인 오른쪽/왼쪽 사이좋게 딱 붙어 있는 이상적인 환경 속에서 원수지간도 사이 좋아지겠다 싶을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 작품을 구매하지 않으려 했군요. 이런 이야기인 거 뻔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집에 와 있더라고요. 2권부터는 죽어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 너무 달달해서 내가 불판에 올려진 오징어인 줄 알았다니까요.
5쇄나 증쇄했으니 웬만한 분들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실 테죠.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작중 복선이나 클리셰를 다뤄볼까 하는데요. 경우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으니 분란을 일으키기 보다 뒤로 가기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원물 하면 빠질 수 없는 클리셰로 외모지상주의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이라는 것이 있죠. 본 작품의 히로인 '아리사'는 러시아 혼혈로서 학원 제일가는 미인으로 랭킹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국적인 학원에서 팁클래스 미모라는 것이고 거기에 명석한 두뇌도 가졌습니다. 그러니 여학생들은 선망의 눈빛을, 남학생들은 절벽에 핀 꽃으로 감히 손을 못 대는 그런 용모를 가졌다고 평가하죠. 히로인을 굉장히 띄워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남에서 약간 +된 정도인데요. 숨길 생각도 없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오타쿠고, 걸핏하면 책상에 엎어져 잠이나 자는 넘이죠. 히로인같이 학원 제일 미모를 가졌고, 누구나 선망하는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성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어째서 이런 넘을 히로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그 해답으로 '나(독자)'라면 이러지 않을 거라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데 이보다 좋은 설정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슬슬 놈팡이 같았던 주인공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사실은 할 땐 하는 넘이고 과거에는 훨씬 대단한 넘이었다는 걸 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히로인이 왜 남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이게 되었는가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 놓죠. 결국 선망으로만 쳐다볼 뿐 다가오지 않는 다른 학생들보다, 그렇고 그런 마음을 품고 타산적인 애들보다 나(히로인)를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남주인공에게 끌리는 클리셰를 발동 시킵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히로인은 한 미모 하는 데다 천재 소리 들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면 자존심도 쎌테고 그렇다 보면 조별 과제를 해도 다른 조원들의 성과가 눈에 들어올 리 없고, 외톨이로 남게되는 고고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선 나 혼자 해야 직성이 풀리고, 더 성과를 낼 수 있기에,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이 망가진다는 걸 모른 채 말이죠. 시간이 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거리는 멀어지고 끝끝내 문화재도 혼자 준비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결국 장미에는 가시가 있고, 그 가시를 누가 잘라 주느냐가 이런 러브 코미디 초반에 설정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로 남주인공이 선택되었고, 주인공 버프 받아서 다른 학생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그녀에게 이거저거 말을 붙여주고 길을 알려줌으로써 호감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호감을 가지는지 모르는 주인공은 둔감남의 표본이 되죠. 히로인은 이미 호감도 맥스를 찍고 있는데도요. 이런 부분도 독자들을 감정이입 시키는 게 큰 역할을 합니다.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미모의 히로인과 접점을 만들어 간다. 덩달아 부러운 질투의 눈빛을 받는다 같은 방구석 폐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일들을 하면서 더욱 감정이입 시키는 재주가 좋다고 할까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남주인공의 여동생과 그 여동생의 안과 밖이 다른 성격의 모에성, 그리고 소꿉친구라는 설정(이건 스포일러라)과 히로인에게 언니가 있고, 히로인(동생)과 사뭇 다른 성격으로 말괄량이인 언니 포지션까지.
알고 보니 주인공은 학원 제일 미모의 히로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그저 그런 놈팡이가 아니라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인싸중에 인싸라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주인공의 가치를 완성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적어도 본 작품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을 그저 화원의 꽃으로만 보는 아이들 보다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주인공에게 더 끌린다는 클리셰를 던지죠. 그러다 보니 내청코와 다르게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살리려는지 호감도 맥스를 찍다 못해 우주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히로인 '아리사'의 폭주가 이어지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듯 말 듯, 어째서 여자 경험(여자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니)도 없어보니는 이 쉐키가 여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낼까라는 모순도 던집니다. 물론 뭐 주인공은 평등주의에 입각해 남자든 여자들 차별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다고 둘러대면 끝이겠죠. 다재다능했던 히로인 '아리사'가 궁지에 몰리고 그걸 해결해 주면서 '아리사'의 마음에는 주인공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기만 합니다.
물론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제법 있었습니다. 내청코에서는 누가 의뢰를 먼저 해결하느냐 같은 경쟁을 하며 남녀평등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본 작품에서는 남자를 시다바리로 쓴다 같은 다소 구시대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여성 혐오하는 건 아니고요. 물론 주인공을 학생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학원물에서 학생회가 빠질 수 없겠군요. 과거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학생회에 들어가는 걸 한사코 거부하는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를 던지고, 어중이떠중이 같았던 주인공이 학원 권력 1순위인 학생회에 들어간다는 클리셰까지 뿌리면서 결국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가진 핵인싸로 표현해버립니다, "불쾌한 골짜기" 사실 사전에서는 로봇에 비유하고 있지만, 본 작품 주인공에게서 불쾌한 골짜기가 생각났군요. 이유는 아마 모순과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부탁도 거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라는 클리셰를 보고 있자니 왜 이런 넘이 주인공인가 싶어서일 수도 있고....
맺으며: 출판사 간판 작품이다 보니 격하게 쓰지 못한 게 아쉽군요. 픽션에 너무 열 올리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청코의 유키노 같은 역할해 줄까 했던 '아리사'는 다재다능했던 포지션은 어디 가고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침울 모드로 빠지는 것도 옥에 티로 다가왔군요. 그걸 북돋아 준다고 의욕 챙기는 주인공. 필자와는 너무나 안 맞군요. 닭살 돋는 건 둘째치고 기승전결이 없다고 할까요. 쓰다 보니 주인공 어릴 적 첫사랑 클리셰를 언급 못 했군요. 지나가는 사람 다 쳐다보는 지상외모주의.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 주인공 아싸에서 인싸로, 학원 제일 미인이 주인공 품으로, 학생회 가입, 소꿉친구, 이중성격 여동생, 히로인 언니, 첫사랑. 이거 연애 시뮬 게임으로 만들면 대성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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