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구울이 세계를 구했다는 것을 나만이 알고 있다 1권 리뷰 -혼자 알고 있어도 이상 없을 듯-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의 주인공은 구울(좀비)입니다. 판타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마물로 변질 시키는 안개와 [청안병]이 유행 중입니다. 이로 보아 주인공도 청안병에 감염되어 구울이 되었지 않나 하는 추축을 하게 합니다. 청안병에 걸려 마물로 변질되는 개체는 천차만별로 고블린같이 마물 특유의 본능에 충실히 살아가는 존재부터 주인공처럼 사람의 마음과 정신과 지식을 가진 일명 [적안]까지 다양하나 이들에게 공통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 그중에서 주인공처럼 선(善)의 마음으로 인간들 편에 서서 살아가는 개체는 매우 드문 정도가 아니라 일단 1권에서는 주인공밖에 없습니다. 인간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고블린같이 조무래기가 아니라 주인공처럼 인간의 의식을 가진 개체로서 1권에서는 그 개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주인공은 인간들에게서 멸시를 받으며 교회의 개가 되어 청안병으로 인해 변질된 사람들을 사냥하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 플롯은 이와 같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두 가지 설정을 추가합니다. 하나는 주인공이 과거에 지인을 구하지 못해 거기에 얽매어 마음에 병이 들어간다는 것, 또 하나는 그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히로인의 투입해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것. 4년 전 희대의 [적안]으로 인해 도시는 패닉에 빠졌고, 주인공(이때 이미 구울)은 스승과 사형과 파티를 짜고 토벌에 나서죠. [적안]을 거의 다 몰아붙이고 토벌에 성공하나 했으나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적안]에 인질로 잡힌 사형을 구출하고 대신 내가 죽을 것인가, 아님 [적안]의 말대로 못 본 척 도망갈 것인가. 여기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죠. 왜 내가 대신 죽어야 하는가, 사형은 내가 죽는 걸 바랄까. 대신 죽어주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그로 인해 죽은 사형은 주인공을 원망할 수 있는가, 아님 주인공만이라도 살아주길 바라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주인공은 그로부터 끊임없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집니다. 내가 대신 죽어야 했었다고, 못 본척한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히로인 '앨리스'는 청안병으로 인해 마물로 변해버린 엄마를 죽인 주인공을 찾아옵니다. 여기서 운명의 갈림길이 생기죠. 비록 마물로 변했다곤 하나 엄마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고통뿐인 미래를 덜어준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낄 것인가. 사람들은 주인공의 본질(왜 살고 있는지)을 보는 것보다 구울이라는 마물이 마을 속을 걸어 다닌다는 것에 엄청난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아군은 그에게 장비를 만들어주는 아멜리아(일거리를 알아봐 주기도 함) 외에는 없습니다. 주인공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에겐 오로지 4년 전에 있었던, 지키기 못했던 스승과 사형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세간에서도 그 [적안]의 사태도 주인공이 일으킨 일로 각인되어 있고요. 이렇듯 주인공은 스스로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속죄만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앨리스'와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가 이번 1권의 이야기입니다.
청안병은 블랙 불릿이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가스트레아와 유사합니다. 생물을 마물로 변질 시키고, 마물로 변하면 생전의 집착에 연연하죠. 주인공같이 인간의 의식을 가진 자는 적안으로 불리며 블랙 불릿의 이니시에이터와 유사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지녔지만 결코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 대부분의 존재는 마물로 변해 본능에 따라 인간을 공격합니다. 주인공이 언제 구울로 변했는지 1권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이게 이 작품의 최대 복선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리고 히로인 '앨리스'는 주인공의 사형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주인공을 도망치게 하려 하죠. 이 점이 주인공으로 하여금 삶의 의지가 되고 정신줄을 잡는 계기가 되어 갑니다. 주인공은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어떻게 사죄하고 죽을지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죠. 그래서 처음엔 쫓아내도 쫓아내도 달라붙는 앨리스가 귀찮아 죽을뻔하였으나 그녀가 흘리는 눈물과 혼자 두지 말라는 호소, 주인공을 지키겠다는 당돌한 선언 등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구원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1권은 주인공의 과거 청산입니다. [적안], 마물로 변질되었으면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사람의 지성과 감정을 가진 마물. 주인공에게 있어서 청산 대상자는.... 4년 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형을 구해 냈더라면 사형과 스승은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주인공은 그걸 청산하려 하죠. 히로인 앨리스는 주인공을 스승으로 모시며 배움을 갈구합니다. 첫 만남(과거 말고 1권에서의 첫 만남)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던전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하면서 시작됩니다. 겁이 많으면서도 타인을 구하려 하고, 주인공이 부조리한 대우를 받으면 그러지 말라고 나서서 말하는 당돌한 기질을 가졌죠. 타인의 기분을 억수로 살피고, 버림받을까, 미움받을까 상대의 기분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굴함도 가졌습니다. 아마 엄마가 생전에 웃으며 살라는 강박증에 가까운 주입식 교육과 마물로 변해버린 엄마와 그런 엄마를 죽인 주인공으로 인해 성격이 비굴해지지 않았나 하는 추축을 하게 하죠. 작중에서 엄청 굴러다닙니다.
맺으며: 사람 선입견이라는 건 엄청나게 무섭다는 걸 본 작품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리뷰는 거의 중립적+@로 쓰긴 했습니다만. 표지 다음으로 나오는 컬러 일러스트를 봤을 때 딱 느낌이 왔는데, 이거 히로인 때문에 말아 먹겠다고. 히로인 앨리스의 성격이 나무나 이상합니다. 초반 자고 있는 주인공을 찾아가 대뜸 개연성도 없이 저를 제자로 삼아 달라는 것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 주인공이 뭐라 하든 말도 드럽게 안 듣고, 작중 내내 자신의 마음만 앞세울 뿐 주인공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보다는 나를 혼자 두지 마세요. 저 상처받았어요 같은 자신을 먼저 챙겨 달라는 모습들은 너무나 어이없게 만듭니다.
시종일관 되레 주인공에게 보호받는 주제에 제가 지켜 줄게요, 해놓고 마물에게 능욕 당할 뻔하지 않나. 물론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면 집착에 가깝게 누군가의 온기를 갈구하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도 사실 정신병이죠. 난처해지는 건 주인공인데, 아무런 영향력도 없으면서 주변에 대고 주인공에게 험한 말 하지 말라고 하면 비웃음 사는 건 주인공이라는걸. 히로인은 주인공이 사람들에게서 두들겨 맞기를 바라는 사이코 패스인가? 왜 이런 히로인을 기용했는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초반에 한번 선입견이 생겨 버리니까 후반 진정으로 주인공을 사모하고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 퇴색되어 버리더라고요.
앨리스를 적어도 설정이 어느 정도 정착되는 중반쯤에 기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말이라도 하지 말던가. 분위기와 동떨어진 높은 텐션과 비굴할 정도로 상대의 기분을 살펴대고, 만약 상대가 배려의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침몰해버릴. 돌려 말하면 엄청 귀찮은 캐릭터죠. 자신의 감정을 왜 타인에게 갈구하는가. 이렇듯 감정이라는 설정을 잘못 배치하는 바람에 약간은 괜찮은 분위기를 다 망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과거(히로인 과거도 포함)와 작중 설정을 초반에 밀어 넣고, 그다음에 히로인을 집어넣어야 했지 않나 합니다. 리뷰를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결국 이렇게 쓰고 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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